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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투더코아의 詐欺 列傳]23.춘신군열전(春申君列傳)
게시물ID : history_126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투더코아
추천 : 5
조회수 : 88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1/18 22:59:15
투더코아의 詐欺 列傳.
http://www.podbbang.com/ch/6526 <ㅡㅡ팟캐스트로 들으시려면 이곳을 클릭 하세요~^^
 
*춘신군열전(春申君列傳)
 
전국사공자 중에 네번째로 등장하는 춘신군의 차례가 되었다.
맹상군.평원군.신릉군과 함께 춘신군이 전국시대 사공자라 일컬어진다 는 말은 필자도 여러차례한바있다.
그러나 사실은 이 춘신군을 사공자의 반열에 함께 취급하는것에 대해 필자는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
식객을 삼천여명 두었다는것,그리고 남들처럼 무슨무슨 군에 봉해졌다는것.또 젊은 시절 초나라 태자를
구할때 자기목숨을 걸고 결기넘친 행동을 한것등 여러가지 공적이 있는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나라와 위나라를 도울때 진심을 다하지 않았으며 만년에는 추악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
과오가 너무도 커서 생전의 공적을 다 허물어뜨리고 스스로의 목숨마저 비참하게 끝내고 말았다.
이러할진대 이러한 작자를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사마천이 사공자 반열에 올렸는지,
또 어찌하여 맹상.신릉같은 군자와 함께 열전에 나열했는지 참으로 알수가 없다.
그러나 기왕에 열전에 오른 인물이고 어차피 유명하기는 하였던 사람이니만큼 빼먹을수가 없어서
이제부터 춘신군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마천은 이 열전의 첫머리에 이렇게 춘신군을 소개했다.
 
주군을 위해 몸을바쳐 강포한 진나라로부터 고열왕을 탈출시켰고
천하의 선비들을 남쪽 초나라로 발길을 돌리게 한것은 황헐의 의로움 때문이었다.
이에 춘신군열전을 짓는다.
 
ㅡ사마천이 멋져보이기도 하고 짜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하긴 열전에 좋은 사람만 나오란 법은 없으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납매도국(納妹盜國)
 
춘신군은 초나라 사람이다.
이름은 헐(歇)이고 성은 황(黃)씨였다.
황헐은 여러나라에 유학하여 박학다식하였고 초 경양왕을 모시고 있었다.
당시에 진나라는 소왕의 통치시절이었으며 백기등을 시켜 한.위를 공격해서 무찔렀다.
이에 진나라는 한.위와 함께 초나라를 공격하려 하였다.
사실 그 이전부터 초나라는 매번 진나라의 침략을 받아 수도를 여러차례 옮기고 초회왕이 진나라에 끌려가서 죽기까지 하는등 진나라는 초나라를 업수이 여기고,초나라는 진나라를 매우 두려워 하고 있었다.
초경양왕은 바로 그 초회왕의 아들이었다.
 
두려움에 빠진 초나라는 황헐을 진나라에 사신으로 보냈고 황헐은 진왕에게 명 문장의 편지를 올려서
진소왕을 설득하고 진나라가 초나라를 치는 일을 멈추게 하였다.
 
ㅡ이 대목은 장문의 편지글이 사기열전에 인용되었지만 다 옮기기에 너무 귀찮아서 생략하기로 한다.ㅡ
 
진나라는 한.위나라와의 연합군을 풀고 초나라에 예물을 보내 동맹을 맺었다.
 
황헐은 일단 초나라로 돌아왔다가 초나라의 태자 웅완 을 볼모로 데리고 진나라로 다시 들어갔다.
그 두사람은 16년동안 진나라에 볼모로 잡혀 있었다.
 
그때에 초나라 경양왕이 병들어 매우 위독하였다.
그래서 초나라에선 사신을 보내 태자를 돌려보내 줄것을 청했다.
그러나 진나라는 볼보로 와있는 태자를 돌려보내주지 않았다.
 
태자의 태부인 황헐은 진나라 승상인 응후 범수를 찾아가서 은밀히 말했다.
"지금 초나라 왕의 병이 위중한것을 알고 계십니까?"
"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진왕께 말씀드려서 태자가 초나라로 돌아갈수있도록 허락을 받아주십시오."
"아마도 왕께서 허락하지 않으실것입니다."
"초나라 태자는 이곳에 산지 어언16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진나라의 많은 사람들과 교분이 있습니다.
만약 태자가 고국으로 돌아가 왕이 된다면 장차 초나라는 진나라를 극진히 섬길것입니다.
승상께서 이기회를 놓치지 말고 태자를 돌려보내주신다면 태자는 길이 승상의 은덕을 잊지 않을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태자를 돌려보내지 않으신다면 태자는 이곳에서 일개 백성으로 생을 마칠것입니다.
그러면 초나라는 진나라에 다시는 볼모를 보내지 않을것이고
그럼으로서 진나라와 초나라의 동맹은 깨질것이며
또 초나라에 많은 왕자들이 있으니 그중에 한명이 초왕으로 즉위할것입니다.
새로 즉위한 초왕이 진나라를 잘 섬길지는 알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진나라를 위해서도 좋지 못합니다."
황헐의 이야기를 들은 응후범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음날 궁에 들어가 진왕에게 그대로 상주하였다.
그러나 진소왕은 이것을 허락하지 않고
"일단 사신을 보내서 초왕의 병세가 어떤지 확인부터 하고 차후에 상황봐서 결정하자"
고 말했다.
 
이말을 전해들은 황헐은
"진나라가 태자를 돌려 보내주는것을 미끼로 땅을 바치라는 속셈인듯 하니 별수 없습니다.
태자께서는 변장하고 진나라를 탈출 하십시오.
시간을 지체했다가 만일 초왕께서 갑자기 명을 다하시면 그때 태자는 돌아갈래야 돌아갈곳이 없게 될것입니다."
태자는
"내가 만약 귀국하여 왕이 된다면 반드시 태부와 영원히 부귀영화를 함께하겠소."
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태자는 초나라로 돌아가는 사신의 마부로 위장하여 진나라를 탈출했다.
황헐은 태자의 숙소에 머물며 태자가 몸이 아파서 자기가 병간호를 해야 한다고 핑계를대고
태자가 달아날 시간을 벌어주었다.
반달가량 지나서 태자가 충분히 함곡관을 벗어났을 즈음에 황헐은 진왕을 찾아가서 아뢰었다.
 
"초나라의 태자는 이미 관문을 벗어나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모든것은 제가 꾸민 일이니 저를 죽여주십시오."
대로한 진소왕은 황헐을 죽이려하였다.
그러나 그때 응후 범수가 나서서 진왕을 말렸다.
"황헐을 죽인다고 달아난 태자가 다시 오는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황헐은 초나라 신하로서 자기 주군을 위해 몸을 던졌으니 초나라로서는 충신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그를 칭찬하시고 초나라로 돌려 보내십시오.
태자가 초나라 왕에 오르고 황헐이 초나라로 돌아가면 황헐은 반드시 초나라 재상이 될것입니다.
그에게 은혜를 베풀고 두 나라간의 우호를 도모하는것이 상책입니다.
그것이 작은 허물은 덮고 큰 이득을 챙기는 길입니다."
 
곰곰히 생각한 진소왕은 표정을 바꾸고 부드러운음성으로 황헐에게 말했다.
"그대가 나를 속였지만 그대는 참으로 충신이요. 내 어찌 남의나라 충신을 죽일수 있겠는가?
그대는 초나라로 돌아가거든 태자를 잘 섬기고 우리 진나라를 저버리지 마시오."
진소왕은 오히려 황헐에게 많은 예물을 주고 잘 대접해서 초나라로 돌려보냈다.
 
황헐이 초나라로 돌아온지 얼마되지않아 경양왕이 죽었다.
그래서 태자 웅완이 즉위하니 그가 바로 초 고열왕 이다.
고열왕은 황헐을 정승으로 삼고 회북 일대의 12현을 하사하고 춘신군(春申君)에 봉하였다.
 
춘신군은 회북12현이 제나라와 맞닿아 있기때문에
이는 군사요충지 이므로 군현으로 개편해 국가에서 직할 하도록 하고 자기는 대신 옛 오나라 땅인 강동땅을 줄것을 청했다.
초고열왕이 쾌히 승락 하였고,
춘신군은 옛 오왕 합려가 쌓았던 성을 증축하여 큰 도시로 만들고 자신의 읍으로 삼았다.
 
당시에 제나라의 맹상군은 이미 죽은 후였는데 위나라의 신릉군.조나라의 평원군 등이 있어 많은 선비를 양성하고 있었다.
춘신군은 전부터 그들을 존경해 왔기때문에 자신도 많은 선비들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의 문하에 식객이 늘 수천에 달하였다.
 
춘신군이 초의 재상에 오른후 몇년뒤에 진나라가 장평땅에서 조나라 40만 군사를 몰살하고 그 다음해에
한단땅을 포위하자 초나라는 병사를 이끌고 가서 조나라를 구했다.
고열왕 8년에 북쪽으로 노나라를 공격하여 멸하고 순경 을 난릉의 현령으로 삼았다.
이때가 초나라의 가장 전성기였다.
 
초나라의 도움을 받은 조나라 평원군은 감사의 뜻으로 사절단을 보냈다.
평원군은 자기의 조나라가 그리 허약하지 않음을 과시하기 위해서 사신들의 머리에 대모 로 만든
동곳비녀를 꽂고 주옥으로 장식한 칼집을 허리에 차게 하여 춘신군을 만나게 하였다.
사자들이 초나라에 당도하여 춘신군의 문객들을 만나본즉 그 수가 삼천여명에 이르럿는데
거의 대부분이 주옥으로 장식된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이었다.
평원군의 문객들은 뽐내려다가 오히려 망신만 당한 꼴이 되었다.
조나라 사자들은 춘신군이 선비를 극진히 대접하는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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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나라가 조나라를 도와주었다고는 하지만 초나라군대는 진나라와의 싸움에서
아무것도 한것이 없었다.
춘신군은 8만의 군사를 이끌고 조나라를 도우러 가는척 하다가 무관땅에 납작 엎드려서 사세를 관망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신릉군과 위나라군사들의 힘으로 조나라가 포위에서 풀려나자 아무런 공로도 세우지 못하고
군사를 돌려 맨손으로 회군하여 돌아왔다.
이에 부끄러워진 춘신군은 초왕에게
"천하 6국의 군사를 총 동원하여 합종의 맹약을 하고 진나라에 대항하여 주천자를 드높이 받들면
대왕께서는 옛 오패의 공로를 능가할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래서 초나라는 열국에 사신을 보내고 제후들을 불러모았다.
주나라의 천자인 주난왕 또한 기뻐하여 초나라의 청을 쾌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주나라는 이미 이빠진 종이호랑이였으며 열국의 반응도 냉담했다.
주난왕이 군사를 모집했으나 그 수가 겨우 수천에 불과 했다.
다만 초나라와 연나라만이 약간의 군대를 이끌고 참여했으니
그 대오의 초라함이 참으로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연합군은 이궐땅에 영채를 세우고 육국의 군사가 모여들기만을 고대했으나
삼개월이 지나도록 더이상의 연합군은 오지 않았으므로 연나라와 초나라 군대는 그냥 본국으로 돌아갔다.
연합군의 허무한 와해를 본 진소왕은 군대를 주나라로 보내어 결국 주나라는 구백년에 가까운 역사를 마감하고 말았다.
 
춘신군이 재상이 된지 22년 되던해에 초나라는 제나라를 제외한 위.조.한.연 등과 합종하고 서쪽 진나라를 치기로 맹약했다.
이 맹회에서 초나라가 합종의 맹주가 되었고 춘신군이 연합군의 총 사령관이 되었다.
어느날 첩자로부터 밤중에 기습이 있을것이란 첩보를 받은 춘신군은 크게 놀라 겁을 먹고
영채를 뽑아 야반도주하여 초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결국 맥이 풀린 연합군은 각자 뿔뿔이 흩어져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차후에 천하 열국은 초나라가 맹약을 어기고 혼자 달아난것을 비난하여 초고열왕에게 따졌고
초 왕은 그 책임을 춘신군에게 묻지 않을수 없었다.
이 일이 있은후 초고열왕은 춘신군을 신임하지 않게 되었고 왕과 춘신군의 관계는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었다.
 
이당시에 위나라출신인 주영 이라는 사람이 춘신군 문하에 빈객으로 있었다.
주영은 춘신군의 지위가 흔들리는것을 보고 수도를 이전할것을 건의 했다.
즉 도읍을 이전하는 문제로 왕의 신임을 다시 한번 묻도록 한것이었다.
서쪽의 진나라와 가까운곳에서 멀리 동쪽으로 달아나는 꼴이었지만
초왕역시 진나라의 침략이 두려운것은 마찬가지여서 천도를 허락했다.
그래서 초나라는 수춘땅으로 도읍을 옮겼다.
돌이켜 살펴보면 초나라는 애초에 영성에 도읍했다가 극성으로 옮겼고 또 진성으로 옮겼다가
이번에 수춘성으로 옮겼으니 총 네번의 천도를 했다고 할수있다.
진나라가 무서워서 자꾸 동쪽으로 달아날수밖에 없었던것은 사실이지만
적을 피하기만 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것은 아니니
결국 진나라에게 광대한 땅을 바치고 물러선 격이 되고 말았다.
초나라는 이번의 천도로 인하여 패기를 잃고 결국 몇대후에 진나라에게 멸망 하고 말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초고열왕은 왕위에 오른지도 한참 되었으나 자식이 없었다.
춘신군은 혈색과 체형이 좋은 여자를 여럿 골라 왕에게 바쳤으나 결국 허사였다.
이때 춘신군의 문하에 이원 이란자가 있었다.
이원에게는 이언 이라는 여동생이 있었는데 그 미모가 천하의 절색이었다.
이원은 자기의 여동생을 초고열왕에게 바쳐 벼슬을 해볼생각이었다.
그러나 초 왕이 고자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듣고는 계획을 바꾸어
여동생을 춘신군에게 바치고 춘신군을 통해 벼슬에 나아갈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동생이 아무리 절색이라도 춘신군에게 덥썩 여동생을 바쳤다가 큰 성과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이원은 계책을 세워 춘신군의 문하에 들어가 사인 노릇을 하게 된것이었다.
어느날 이원은 보름간의 휴가를 얻어 고향에 갔다가 고의로 10일정도를 지체하여 늦게 귀환했다.
춘신군이 이원에게 물었다.
"보름만에 온다더니 어찌하여 이리 늦었는가?"
"제게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자색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 소문이 널리퍼져서 이번에 제나라 왕이
저희집에 사람을 보내어 제 여동생을 달라고 하였기로 며칠간 그 사신을 대접하느라고 늦었습니다."
춘신군은 속으로 "이원의 여동생이 얼마나 예쁘길래 제나라 왕이 그런 청을 할정도인가?" 하여
다시 이원에게 물었다.
"그래 일이 잘 성사 되었는가?"
"제 여동생이 한사코 제나라로 시집가지 않겠다고 하여 결정을 미루고 사신을 그냥 돌려 보냈습니다."
춘신군은 은근히 마음이 동해서 이원에게 청했다.
"자네의 여동생을 나에게 보여줄수 있겠는가?"
"제 여동생이 비록 여종의 유는 아니오나 대군께서 청하시는데 제가 어찌 감히 거절하겠습니까?"
이원은 집으로 돌아가서 여동생을 성대히 꾸며가지고 춘신군의 문하로 돌아왔다.
춘신군은 이원의 여동생을 보자 크게 기뻐하여 이원에게 구슬 한쌍과 황금삼백일을 주고
여동생을 달라고 하였다.
춘신군은 그날밤부터 이언을 데리고 잤다.
춘신군과 이언이 함께산지 삼개월만에 이언은 마침내 잉태했다.
 
어느날 이원이 여동생에게 은근히 말하였다.
"남의 첩으로 있는것과 본부인으로 있는것중 어느쪽이 더 좋겠느냐?"
"그야 본부인이 되는것이 낫겠지요."
"그럼 일반가문의 부인으로 있는것과 왕비가 되는것중에 어느것이 낫겠느냐?"
"그야 당연히 왕비가 된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그렇다면 네가 춘신군에게 이러저러 하여......"
오라비는 엄청난 계락을 꾸미고 여동생은 그 계책을 승락 하였다.
그날밤 이언이 춘신군의 침소에 들어 이불속에 누워 말했다.
"대군께서는 이미 20여년째 이나라의 재상으로 계십니다.
지금 왕께서 대군을 친형제간보다 더 믿고 귀히 대하시지만 차후에 왕이 돌아가시고 나면
우리 임금은 자식이 없는지라, 왕의 형제중에 한사람이 다음 왕이에 오를것인데
그때에 오랜 권세를 누린 대군이 계속 부귀영화를 누릴수 있겠습니까?
대군께서 오랜시간동안 공자들에게 실례를 범한일이 한두번이 아닐것인데 이제 왕이 바뀌고 나면
대군께서는 권세를 잃고 오히려 화를 입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춘신군으로서도 그것이 걱정이 아닐수 없었다.
이언이 계속 말하였다.
"재상의 자리를 잃는것은 물론이고 강동의 영지도 몰수당할수 있으며 신변에 화가 미칠까 두렵습니다."
"그럼 네게 묘책이라도 있느냐?"
"첩에게 한가지 계책이 있으나 매우 말하기 어렵고 부끄러워서 감히 아뢰기 어렵습니다."
"그대가 나를 위해 계책을 세웠다면 내 어찌 그대를 허물하겠는가?
어려워 하지 말고 그 계책을 말하여라."
그제야 이언이 정색하고 바싹 다가앉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첩이 지금 태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아무도 모릅니다.
대군께서는 저를 초왕에게 바치십시오 그러면 초왕은 반드시 저를 총애할것 입니다.
그리하여 다행히도 아들을 낳으면 이나라의 태자가 될것이고 태자가 즉위하면 대군께서 섭정을 하게 될것입니다."
춘신군은 처음에는 기가막혀 말도 하지 못했지만 다 듣고보니 그야말로 절묘한 계책이 아닐수 없었다.
이튿날 춘신군은 이원을 불러 자기의 뜻을 말했고 속으로 자기 생각대로 되어간다고 쾌재를 부른 이원은
여동생을 데리고 다른곳으로 떠나서 따로 살기 시작했다.
 
며칠후 춘신군은 궁으로 들어가 초왕에게 아뢰었다.
"신이 듣건데 이원이라는자의 여동생이 가히 절색이며 그 관상이 자손을 많이 둘 것이며 매우 귀하게 될 좋은 상이라 합니다.
요즘 소문에 제나라 왕이 사람을 보내어 그녀를 데려가고자 한다니 왕께서는 서둘러 이원의 여동생을 불러들이십시오."
초고열왕은 사람을 시켜 이언을 궁으로 불러 만나본즉 과연 천하의 절색이었다.
초고열왕은 이언을 매우 사랑하여 항상 그녀와 함께 지냈다.
나중에 사내아이를 낳게 되어 그 아이를 태자로 책봉하고 이언을 왕후로 삼았다.
일거에 왕의 처남이 된 이원은 춘신군에 비길정도로 부귀와 권세를 누리게 되었다.
꾀가 많은 이원은 춘신군을 잘 섬기는척 했지만 속으로는 춘신군을 시기하였다.
 
춘신군이 재상이 된지 25년이 되던해에 초고열왕이 병을 얻어 위독하게 되었다.
이원은 속으로
"내 여동생의 일을 아는것은 춘신군 뿐인데 이제 춘신군이 이 일을 발설하면 모든것이 난감해질것이다.
또한 내가 언제까지 춘신군의 밑에 있어야 하는가?
춘신군만 죽인다면 초나라는 나의 손아귀로 굴러들어올것이다."
라고 생각하고는 그때부터 힘센 장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원은 그 장사들을 자기집에 두고 극진히 잘 대해줬다.
 
이런 움직임을 알게된 주영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원이 많은 장사들을 기른다면 그것은 반드시 춘신군 때문일 것이다."
주영은 춘신군을 찾아가서 이야기 했다.
"천하의 모든 복과 불행에는 뜻이 있으며 모든 사람에게도 까닭이 있다는것을 아십니까?"
"그것이 무슨 말이오?"
"승상께서 초나라 재상이 된지 25년이 되었는네 지금 왕께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릅니다.
그때 승상께서 어린 군주를 도와 섭정을 하다가 왕이 성장하시면 그때 권력을 돌려주든지,
세상민심이 승상께 돌아온다면 남면하여 고 라 칭하고 초나라를 거둘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뜻밖의 복 이라 합니다."
"그럼 뜻밖의 화란 무엇이오?"
"왕후의 오라비 이원 입니다.
그는 승상을 시기하고 있으며 큰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오래전부터 사병을 은밀히 기르고 있으니 그 속뜻이 무엇이겠습니까?
왕이 만약 돌아가신다면 이원은 사병을 이끌고 입궐하여 궁을 장악하고 승상을 척살 할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뜻밖의 화 입니다."
"그럼 모든 사람에게도 까닭이 있다 라는것은 무슨 말이오?"
"다행히 제가 이원의 속을 간파 하였으니 승상께서 저에게 낭중령의 벼슬을 내리십시오.
왕이 승하 하시는날 반드시 이원이 사병을 이끌고 입궐 할것이니.
제가 궁내에 대기 하고 있다가 들어오는 이원을 잡아 죽이겠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사람에게도 까닭이 있다는 것입니다."
 
춘신군은 잠시 고민에 빠졌지만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듣고 말했다.
"이원은 원래 나약한 사람이니 어찌 그리 엄청난 일을 꾸미겠는가?
이 일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오."
의외의 말을 들은 주영은 속으로 크게 한탄하였다.
"장차 큰 일이 일언겠구나. 승상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 나는 이곳을 떠나 화를 면해야 겠다."
주영은 마침내 춘신군에게 하직인사도 하지 않고 표연히 떠나서 깊이 숨어 은둔했다.
 
그후 17일 만에 초고열왕이 죽었다.
이원은 과연 사병을 거느리고 입궁해서 극문에 매복해 두었다.
이원은 저녁이 다 되어서야 춘신군에게 왕의 죽음을 알렸다.
춘신군은 급보에 크게 놀라 문하의 빈객들과 상의할 여가도 없이 수레를 달려 입궁하였다.
춘신군의 수레가 궁문 안으로 들어섰을때 궁문이 닫히고 매복했던 이원의 사병들이 춘신군의 수레를 둘러 쌌다.
춘신군은 그제야 변고가 일어난것을 알았지만 이미 궁문은 닫힌 후였다.
이원의 사병들은 춘신군을 수레에서 끌어내려 한칼에 목베어 죽여 버렸다.
이원은 춘신군의 가족을 몰살하고 춘신군의 문하 선비들까지 모조리 잡아들였다.
 
이원은 자기의 여동생이 낳은 아들. 즉 춘신군의 아들을 왕위에 올려세웠으니 이가 바로 초유왕이다.
초유왕은 즉위할 당시 6세 였다.
이원이 스스로 승상이 되어 초나라 전권을 휘두르고 자기의 여동생 이언을 왕태후로 삼았다.
 
이후에 초유왕은 즉위10년만에 자식이 없이 죽었다.
춘신군의 핏줄이 왕위에 있은것은 초유왕 단 한명 뿐이었다.
초나라의 신하들이 공자 유 를 초나라 왕으로 세웠다. 그가 초애왕 이었다.
초애왕이 왕위에 오른지 두달만에 서형인 부추가 초애왕을 죽이고 즉위 했다.
초왕 부추는 몇년후 진나라의 왕전에게 사로잡혀 일개 백성의 신분으로 강등되어 생을 마쳤다.
초나라는 그렇게 멸망하고 말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열전의 말미에 사마천은 이렇게 말했다.
 
"춘신군이 자기 몸을 던져 진나라 왕을 설득하고 태자를 탈출시킬때만해도
얼마나 지혜롭고 충성스러웠던가?
나중에 이원의 간계에넘어가 비참히 죽은것은 노망이 든 탓일것이다.
주영의 말을 듣고도 결단하지 못한것도 그가 노쇠한 탓이었으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상 춘신군 황헐의 이야기를 알아보았다.
이 글을 읽고 독자들은 춘신군의 인품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지 매우 궁금하다.
춘신군은 젊은시절에 의기넘치는 열혈남아로서 기개높고 의기넘치는 사람이었던것같다.
그는 목숨을 걸고 태자 웅완을 탈출시키고 왕위에 오르게 함으로서 초고열왕의 무한한 신임을 얻어 초나라 승상의 자리에 오르고 25년이라는 긴세월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세를 누렸다.
그러나 주변국과의 협조에 있어서 매양 기회만 엿보고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머리를 굴렸으니
이전에 서술한 맹상군이나 신릉군과 비교하여 진정으로 의 를 아는 사람이라 하기엔 어려운것 같다.
공명을 탐하여 연합군을 구성하여 진나라에 대항하였으나 번번히 패하였고,
주왕실을 드높인다하였으나 결국 주나라가 망하는 단초를 제공하였으며
여러나라와의 동맹을 가장 먼저 깨고 달아난것도 춘신군 황헐 이었다.
게다가 만년에는 간악한 자의 꾐에 넘어가서 왕실의 혈통을 어지럽히고 왕통을 뒤흔들었으니
참으로 어리석고 우유부단한 사람이라 할수밖에는 없을것 같다.
그의 생애 말기에는 그나마 주영 이라는 현명한 선비의 도움이 있어 어려움을 타개할 기회가 있었지만
늙어서 총기가 쇠한 탓인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다가 자신의 몸과 가문이 몰살되는 비운을 당하였다.
결국 필자는 그를 그저 기회주의자 중 한사람' 이라고 밖에는 평할수 없을것 같다.
25년의 짧지 않은 집권기간동안 큰 공을 이룬것도 없으면서 최고의 권세를 누렸고
일신의 영달만을 위해 자기 군주를 속이고 왕통을 능멸했으니 충신이란 이름도 가당치 않다.
자기 스스로 초나라 왕이 될수 있는 큰 기회도 있었으나 그 기회를 잡지도 못하였으니
난세의 간웅 축에도 들기 어렵다.
춘신군 황헐은 그저 젊은시절에 한번 권력의 라인을 잘 타고 한번의 올인으로 평생 영달했지만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이 지극히 높은곳에 오르는것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를 
후세에 잘 알려주고 죽어간 그저 한명의 인물일 뿐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동탁이 생각나는것은 필자가 너무 과도한 상상을 하는것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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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도 이와같이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턱도 없이 높은 자리에 올라 아무 능력도 없으면서
권세를 휘두르는 사람이 있다.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자신이 무얼 하는지도 모르면서 지존의 자리까지 오른 사람은
자기의 주도로 정국을 이끌어 나갈수가 없다.
그러니 결국 주변의 간교한 자들의 음모와 계략에 휩쓸려 자신의 몸을 망치고
후세에 더러운 오명을 남기는 일들이 비일비재 한것이다.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멍청한사람이 지도자에 오르면 지기자신도 불행해 질수밖에 없지만
결국 국민들이 불행해진다.
그 폐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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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을 중심으로 모인 집단이 똘똘 뭉쳐 단결하는것은 그 중심에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그 이익이 사라지거나 자신의 이익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들은 언제든지
서로 배신을 하고 반목을 한다.
이원은 춘신군을 중심으로 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지만 어느순간 그 이익의 크기가 더 커지기 어려워지는것을 염려하기 시작하자 자신의 주군이었던 사람을 한칼에 베어 버린다.
우리 역사에도 개가 주인을 물었던 사건이 여러차례있지 아니하였던가?
정권의 정점에 있는 사람은 항상 이점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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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 정권이 잘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그것은 이 정권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폐해를 감내해야할 국민들이 너무 힘들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필자는 감히 말한다.
국민도 자기들의 실수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고.
자기들이 한번 잘못한 때문에 온 나라가 어찌 망가지고 어떤 고통을 받는지 깨달아야만 한다.
몇번의 실수를 반복하고도 또다시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 국민들이 결국 이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고
다시는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 정권의 바닥을 보고자 한다.
아주 저승 끝 불지옥의 밑바닥을 보고 올라와야만 다시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을것이란 생각은
필자의 오만함일지?
나 스스로도 속마음이야 사실 어디 그렇겠는가 만은
하도 답답하여 넋두리를 늘어놓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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