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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권의 불통, 결국 영구집권 욕망이 감춰져 있는가
게시물ID : sisa_7639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11
조회수 : 4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02 12:13:57
시위 집회에 관한 보도들이 오래 전 내가 한국에서 살 때와 비슷한 양상으로 느껴지는 건 무얼까요? 토요일 오후, 가을의 기운을 함뿍 받으며 우편물을 배달하다가 다시 찾아들어온 사람들 붐비는 카페에선 오랜만에 웅성웅성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음악소리를 누르고 있습니다. 주말인게지요. 이 즐거운 토요일, 가벼워야 할 마음은 여러가지 생각들로 복잡하고 무겁습니다. 

아마 여기서 뒤져본 한국 언론의 기사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워낙 과거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느꼈던 것들과 비슷해서 그럴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압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사과를 요구하고 중단을 요구해도, 이 막무가내의 정권은 할 겁니다. 사드는 설치하고, 세월호는 조각낼 것이며, 우병우는 계속 청와대에 있을 겁니다. 

여기에 국군의 날 경축사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이 정권이 결국 자기들의 정권 연장을 위해 최악의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며칠 전, 미국 장성들이 청와대로 초대받았을 때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습니다. 뭘까요? 

요즘 저는 다시 걸프전이 처음 시작됐을 때의 분위기를 복기해 보기 위해 인터넷으로 자료들을 뒤져보곤 합니다. 대선도 끝났고, 이미 빌 클린턴이 차기 대통령으로 취임만 남겨놓고 있을 때, 아버지 부시는 걸프전을 일으킵니다. 그것의 목적이 무엇이었든간에 지금까지 미국은 아랍 정책에 있어 갈팡질팡하고 있지요. 제대로 소기의 성과도 못 얻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고. 그 아들은 다시 전쟁을 일으켜 미국을 거의 회복하기 힘든 적자로 몰아 넣었고, 오바마는 그 똥을 치우면서 지난 8년을 다 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정도 정리 단계로 들어가자 오바마 정권 역시 그 말기에 비슷한 길을 걷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주고 있습니다. 

과거 클린턴 집권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1994년 영변 핵위기 때, 미국은 거의 공습 준비를 다 마쳤습니다만, 당시 그것이 민족의 위기가 될 것임을 직감한 김영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력, 그리고 미국 군부 내 비둘기파의 만류 등이 겹쳐 이 비상사태가 진정 사태를 맞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때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날 위기였다는 것을 잘 모르시는 것 같더군요. 그때 미국 동포들은 돈을 모아 뉴욕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에 한반도에서 전쟁을 반대한다는 전면광고를 낸 적도 있었고, 저도 다른 벗님들과 동분서주하며 이 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미국과 세계를 움직일만한 의지와 의식이 있는 정치적 지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북이 개발한 핵 뿐 아니라 전술무기로 때려도 그냥 핵폭탄이 될 원전들이 활성단층 위에 열 몇개씩 줄지어 앉아 있으며, 미국과 중국이 힘을 겨룰 경우 '선택된 전장'이 될 가능성이 언제보다도 가장 큰 상태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정권은 이런 시대적 위기를 자기들의 기회로 삼겠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도대체 이런 막무가내의 불통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엔, 자기들이 영구집권할 수 있다는 모종의 조건, 혹은 자신감이 있기 때문은 아닌지. 제가 너무 터무니없는 소설을 쓰고 있는 걸까요? 만일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그 비상상황은 다시 계엄이라는 오래전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바탕이 되고, 그것은 이 극우정권의 영구집권, 최소한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줄 수 있으니까요.

22년전의 위기가 자꾸 지금 2016년의 한반도와 겹쳐 보이는 것이 그저 제 기우이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 정부의 이 막무가내 불통을 시민의 힘으로 바꿔내지 않는다면, 아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욱 끔찍한 헬조선일 뿐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많은 투쟁들에서 서로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중에 재앙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세월호, 백남기 선생님, 지하철노조, 그리고 쌍용차, 콜트콜텍, 제주 강정... 우리가 기억하거나 기억조차 못하는 수많은 것들이 늘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되는 것이 영구화될 수는 없잖습니까. 자꾸 고조되어가는 안보의 위기를 발판삼아 그들의 권력을 늘리려는 집단이 영구집권하는 걸 방치할 수는 없잖습니까.  그리고 그들의 권력욕 때문에 한반도가 전화의 불길에 휩쌓인다면, 그거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잖습니까.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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