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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_120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원숭이바라기
추천 : 36
조회수 : 2219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6/10/02 16: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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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그가 내게 선사했던 이별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종류의 것이었다.

평소와 같이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집앞에 데려다주며, 집에 가서 문자하겠다는 말과 함께 가벼운 키스로 헤어진 후, 나는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것이 나의 이별이었다.

그는 마치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내게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처음 며칠은 미친듯이 걱정했지만, 그의 친구에게서 그가 잘 지낸단 소식을 듣고 난뒤,

아.. 나는 이별을 고해야 할만큼도 가치가 없는 존재였구나 싶어 슬퍼했고,

그리고 결국은 어렵게 이별을 받아들였다.

그 이별을 겪는 내내, 나는 그런 그를 원망조차 할 수 없을만큼 자존감이 없었다.

그가 나쁜게 아니라, 내가 모자란 거라 생각했었다.

이별 후, 이별의 슬픔보다 나를 힘들게 했던건, 보잘것 없는 나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가 나를 떠난게 당연하다 느낄만큼, 난 내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지 않았었고, 그러던 와중 너를 만나 치유받는 듯 했지만, 너에게 사랑받을 수 없음을 깨닫고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져 있던 그런 날들이었다.

그런데, 나를 버린 그가 내가 필요하다 했다.

문자는 매우 길었지만, 내 눈에 보이는건, 내가 필요하다 말하는 그의 한마디였다.

누구도 나를 원하지 않는다는 자책속에 빠져있던 그때, 내가 필요하단 그의 말은 내게 구원과도 같았다. 

문자를 다 읽은 뒤, 고개를 돌려 잠든 너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는 너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필요하니?"

곤히 잠든 너는 대답하지 않았고,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너의 머리를 쓸어 올린 후, 그렇게 니 옆에서 밤을 지새웠다.


 



헤어졌던 그는,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이별할때도 왜냐고 묻지 않았고, 만나자 하는 그의 말에도 왜 라고 묻지 않았다.

그저 알았다 하고, 날을 잡고, 장소를 정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를 만나러 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너와 맞이했던 몇주전 아침이 떠올랐다.

에그 타르트가 먹고싶다 했던 내말을 기억하고 빵집이 문을 열자마자 가장 처음 구운 거로 사왔다고 말하던 니 모습이 생각났다.

화장도 하지 않은 민낯인 내가 부끄러워 모자를 뒤집어 쓰고 집앞에 나와 네 얼굴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더랬다.

그런 내가 귀엽다는듯 모자를 자꾸 벗기려 하던 장난스럽던 네 몸짓도 생각나고, 도망치려던 날 뒤에서 안아 올리고선 뱅글뱅글 돌리던 그 아침이 떠올랐다.

나는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었다.

아주 오랜만에 콧노래를 흥얼 거리기도 했고, 니가 뒤에서 날 안아올리던 장면이 생각날때면, 가슴속이 간지러워짐과 동시에 따뜻한 무언가가 퍼져나가는 듯 하기도했다.

니가 지수를 찾아가, 다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거라 말했다던 그 밤은, 과연 그 아침 
전이었을까 후였을까. 

나는 너로 인해 참 설레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너는 정녕 그 모든 순간들이 다. 

모조리 다 지수를 잊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기억들이었던거였을까...

헤어진 그를 만나러 가는 버스안에 있던 내 머릿속엔, 왠일인지 그를 만나 무슨 이야기

를 할까 하는 생각보단, 너의 알수없던 행동들과 말이 더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내안은 온통 너로 가득한 듯 했다.




그를 만나기로 한 커피숍에 들어서자, 그가 바로 눈에 띄었다.

구석 자리에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사실, 단한번도 헤어짐을 말하지 않아서였을까. 마치 어제 만났던 사람인것처럼 익숙했고,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우리가 헤어지긴 했던걸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문자로 나와 이야기가 하고싶다고 했다. 내가 만약 답장 안한다 해도 이해할거라 했다.

하지만 자기는 지금 내가 필요하단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으니, 자길 보는게 많이 불편한게 아니라면 연락해달라는 내용의 문자였다.

우리는 처음엔 잘 지냈는지, 하고 있는 일은 잘 되고있는지, 서로의 주변 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등의 겉도는 이야기들로 긴장을 풀었다.

서로의 현황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어색한 정적이 흘렀고, 그런 정적이 너무 길어졌다 싶어졌을 때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왜 보자고 한건지 궁금해. 그 얘기는 안할꺼야? 무슨 연예가 중계도 아니고 현황 인터뷰는 그만하고, 왜 보자고 했는지 얘기해줘 오빠."

그는 멋쩍은듯 웃었다. 그리고 내게 양해를 구하고선, 담배를 하나 꺼내 다시 물었다.
길게 연기를 내뿜은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보고싶어서 보자고 했어. 내가 이런 말 할 자격 없는거 아는데, 진짜로 그냥 보고싶어서 보자고 한거야. 난 솔직히 니가 문자 답장 해준것도, 이렇게 나온것도... 고맙고 그러네..."

나는 그저 말없이 커피잔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연락을 끊었던건지,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그리고 이제 와서 왜 내가 다시 보고싶어졌는지 마구 몰아쳐 세울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내겐 다 중요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보고싶었다는 그의 말이 나쁘지 않았다... 
난 참 지독하게도 속알머리가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너한테 못할 짓 한거 알아. 근데 그때는 정말... 그냥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니가 아무것도 잘못한것도 없는데 너한테 헤어지자 말할 용기도 없었어. 그냥 아무랑도 연락하고싶지 않았고... 그냥 다 귀찮았어 그때는. 나 너한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고, 너한테 꼭 그말을 해주고싶었어."

"근데? 이제는 괜찮아? 이젠 귀찮지 않아?"

"...어... 이젠 괜찮아. 그땐 내가 머리가 좀 어떻게 됐었나봐. 정말 그냥 나 너 안만나는 시간동안 다른 여잘 만난것도 아니고 혼자만의 시간이 좀 필요했었어. 근데 이제는, 괜찮아진거고... 그리고 여유가 좀 생기고 나니까, 니가 생각이 났어. 니가 보고싶었어 이건 진짜야."

"그랬구나..."

단순히 귀찮았고 여유가 없었다는 그의 말은, 며칠밤을 잠도 못자고 날 나락으로 떨어트렸던 그 밤을 다 보상하기엔 참 짧았다.

"나 너만 괜찮다면... 너랑 다시 잘 해보고싶다. 오늘, 이말 하러 나왔어."

나는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한때는 이남자때문에 매일매일이 행복했던 적도 있었지.

이 사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서 밤에 잠못이루기도 했었고.

이사람과 처음 손을 잡았던 그 날은 걸어다니는 걸음걸음이 마치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었고,,,

이 사람이 내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며 처음 보냈던 그 밤은, 마치 귀족이 된것처럼 황홀했었더랬지...



 그리고 한동안은 이남자때문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더랬다...

헤어짐이 믿기지 않아 우리가 함께 했던 사진을 들여다보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멀쩡히 잘 걷다가 갑자기 그를 닮은 사람이라도 보면 심장이 내려앉아 걷다 주저앉기도 했고,

이별 노래를 들어면 그게 내 얘기인듯 해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일쑤라

 노래가 들리는 곳은 가지도 않았었고,

그를 지우려고 미친듯이 몸을 혹사시키기도 했었더랬지.

그런 그가, 내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던 그가, 나와 다시 시작하고싶다고 말하는데,

왠일인지 나는 니가 먼저 떠올랐다.

나도 너 못지않은 뜨거운 사랑을 이사람과 했었고,

너 못지 않은 잔인한 이별을 맞이했었노라고.

하지만 난 너를 만나 이제 이사람이 내 앞에서 다시 만나잔 말을 꺼내도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지않는데, 왜... 너는 또다시 지수에게 가서 돌아와달란 구걸을 해야만 했느냐고.

나는. 정말 너에게. 부족한 존재인거냐고.

초조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나는 물었다.

"오빠... 오빤 내가 필요 하니?"

조금 당황한 듯 한 표정을 짓던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응. 난 니가 필요해. 니가 필요하다는걸 이번에 느꼈어. 우리 다시 잘해보자. 내가 잘할게."

"......나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어....."

".....사귀는거 아니고 만나고 있는거면, 그만두고 나랑 같이 있자. 그사람보다 내가 너 잘 알고... 내가 너한테 잘못한건 있는거 인정하지만, 그만큼 내가 더 잘할게."


만약 그때, 

내가 지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네가 가지고 있는 지수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큰것인지 몰랐더라면.

아니, 설사 그 감정이 컸다 하더라도,

잠자리에서 니가 내 눈을 단한번이라도 따듯하게 봐주었었더라면...

아니 그것도 아니라 거짓이라도 내가 좋아지는거같단 말 한마디라도 해준적이 있었더라면...

그러면 그때 내 대답이 달라지지 않았었을까 생각하곤 한다.

나는 그때 그에게 시간을 달라했고, 그는, 알겠다고 하고 우린 다음에 보자며 커피숍을 나왔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내내, 너를 생각했다.

너를 "그냥 만나는 사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현실이 슬펐다.

누군가에게 너를 말 할 때, 너는 그저 그냥 만나는 사람일 뿐이구나.

너를 향한 내 감정이 얼마나 큰지와는 상관없이, 너는 그냥 만나는 사람일 뿐이라는게 좀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단 한번도 너에게 우리의 관계를 정의 짓자 말한적이 없었다.

그저 기다리자 기다리자 했을 뿐이었다.

니가 먼저 뭔가 말해주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니가 지수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 너에게 관계를 정의짓자 달려들면, 니가 도망갈것만 같았다.

우리는.
주말마다 만나 데이트를 했고,
연락을 자주 하고 지냈으며,
주말이 오면 섹스를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사귀는 사이지만, 관계가 정의지어지지 않았기때문에, 

난 과연

너에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전남친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나는 왜 상대방에 의해서 휘둘리기만 해야 하는지도,

너무나 내 자신이 한심했다.

순간 지수가 떠올랐다.

모든 결정을, 자기가 원하는데로 자기의지대로 만들어간다 했던 지수가 생각나며,

나는 왜 지수같을 수 없을까 라고 생각했고,

내 못난 열등감이 치가 떨리게 부끄럽다 생각이 들었다.

나는. 변화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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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쓴 세편 모두 추천도 많이 주시고 관심 많이 가져주셔서 진짜 감사합니다...

제가 쓰는 보잘것없는 독백때문에 위로가 된다 하시는 분들때문에 진심으로 기쁩니다.

형편없는 글을 읽기 좋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께도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완결을 내려 했는데, 아무래도 다음 편은 되야 이야기가 끝날것 같아요.

댓글들 보며 저도 많이 위로가 되는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다 몇번이고 읽어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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