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동안 혼자 끙끙 앓고 앓다가 취중고백을 했어요. 그 다음날 저녁을 같이 먹고 오빠가 취해서 한말이 아니냐고 제게 묻더군요. 진심이라고, 술은 그저 내 진심을 입밖으로 낼 용기를 주는 매개체였을 뿐이라고 답했어요..
오빠는 한참동안 말이 없더군요. 한시간넘게 걸으면서 제 고백에 대한 대답을 망설이는 오빠를 설득시켰어요.
서로 미친듯이 좋아해서 시작하는 연애가 얼마나 적은지, 처음은 한명이 더 좋아하는 마음이 클 수도 있는건 당연하다고, 오빠가 날 많이 안 좋아하면 그만큼 처음은 내가 더 좋아해주면서 물흐르듯 감정을 느껴보면 된다고 말해줬어요.
결국 오빤 제 빌라 앞에서 한참을 우두커니 저를 바라보며 서있더니 자기가 정말 자신은 없은데 노력해보겠다고, 잘 만나보자고 했어요. 22년 살면서 이렇게 누군갈 오래 정열적으로 짝사랑해본건 처음이라서, 끝이 새로운 시작이 돼서 참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슬프기도 하고 약간의 비참함, 서글픔도 들었어요. 저만 오빠를 너무너무 좋아하는게 보여서 아직도 짝사랑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사귄지 3일이라서 그런거겠죠?
오빤 저보다 연애경험도 훨씬 없고, 표현도 서투른 사람이예요. 그런데 먼저 저를 좋아해서 받아준 것도 아니라 제가 어떻게 무덤덤하게 아무렇지 않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약간은 막막하기도 해요. 오빠 생각만 하면 여전히 온몸에 전기가 통하듯 찌릿하고 기분이 말랑말랑해지지만 동시에 뜨거운 물에 푹 젖어 늘어진 손수건같기도 하답니다.
오빠도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 만큼, 딱 그만큼 저를 좋아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