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었다
집에 책이 많았다
책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시는 6촌고모님 덕에 동화책이나 여러가지 책을 싸게 살 수 있었다
동화책을 참 좋아했고, 특히나 세계 전래동화를 참 좋아했다
꼬마 검둥이 샘보 라던지, 장사 피터 라던지, 그림속의 선녀 라던지
책을 하도 많이 꺼내봐서 책 윗편이 찢어져 너덜너덜해졌을 정도였다
내가 이렇게 책을 많이 읽게 된 데에는 책을 많이 읽은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나와 여섯살 차이가 나는 내 동생을 임신하셨을 당시에 어머니께서는 집에서 항상 책을 읽으셨다
그 때에는 집에 책장이 있었고 그곳에는 옥편, 임신 출산관련 책, 사진첩, 어머니께서 보신던 책들로 차있었다
아직 글을 읽는 것이 너무 느리고
내 자신이 읽는 것 보다는 누군가가 읽어주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했던 그 때에
그 책장에는 이상하게도 6살 꼬마의 눈길을 끄는 책이 있었다
「동냥그릇」
지금 생각 해보면 이 책이 어린아이의 마음에 들 수 있었던 이유는 우화이기 때문이였다
이 책에서는 개와 사람이 문답을 주고받고, 현실같지 않은 일이 벌어지며, 그런 일로 일상적 대화를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연기를 넣어가면서 맛깔나게 읽어주신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나는 시간이 날 때면 어머니께 그 책을 꺼내달라고 하고, 내가 읽는 것이 너무나도 재미가 없으면 어머니께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책에 흥미를 보이는 내 모습 때문이였는지, 어머니가 책 읽을 시간이 줄어들고 나를 일일히 상대하기 귀찮으셨기 때문인지
그 후 동화책 전집, 위인전 전집, 과학도서 전집을 사주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는 그 때 읽었던 동냥그릇이라는 책이
이제는 마음 속 깊이 이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사실 동냥그릇은 삶과 철학을 담고있는 책이였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한 번 읽고 잊혀질 책이 있고, 한 번이라도 읽게되면 소장하고 싶은 책이 있다
이제는 어머니와 함께 이 책을 놓치지 않고, 잊지 않고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