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페미니스트가 많이 싫으세요?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어이없는 주장들이 판을 친다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정작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이후로 여성운동, 여성운동가라는 단어를 쓰기로 하죠. 페민이라는 단어를 그들이 썩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까.
나중에 논문이나 보고서를 쓰기 위해 워크샾에 나가보시면 가장 첫째로 배우는 내용이 있습니다.
"상대의 가장 강력한 논리를 반박하라."
예를 들어 상대의 큰 주장 아래 5개의 논증이 포함되어 있다면, 가장 약한 논증이 아닌 가장 강력한 논증을 비판해야 정당한 반박이라는 겁니다. 근데 여성운동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을 보면 이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죠. 일반적으로,
1) 여성운동내부에서 깊게 논의되지 않는 극단적인 주장을 가져오거나 왜곡하며 2) 일부 개인 여성의 희망이나 행동을 여성운동의 일환으로 확대해석하거나 3) 여성운동의 캠페인중 하나를 사소한 트집이라는 이유로 조롱하거나 4) 전통적 문화에 배척된다는 이유로 거부합니다
1)의 사례로 군필자 가산점 문제를 들수 있겠네요. 애초 이 부분의 논의는 남성 군필자가산제를 폐지하자는 내용이 아니라 군필자 가산채용으로 인해 여성이 원천적으로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대안제도가 마련되어야한다는 거였죠. 예를 들어 몇년간의 봉사활동이라던지, 무보수 사회활동 경력이라던지... 물론 기껏 일주일에 두세번의 봉사활동이 군활동에 준하는 노역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은 매우 정당합니다. 그런데 어떤 시점에 이 논의에 대한 비판은 여성들이 군필자 가산제를 폐지하려고 한다는 전혀 엉뚱한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주장을 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게 여성인지 남성인지 초딩인지 중딩인지 조차 확인된바 없죠. 신원미확인자의 주장은 보통 이화여대생의 것으로 알려지는 경향이 있더군요.
2)의 전형적인 문제로 정설이 되어버린 이대꼴통페미론이 있겠군요. 이화여대생의 주장으로 알려진 것중 대부분은 그들의 것이 아니지만, 전 개인적으로 이화여대생은 진정한 여성운동가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운동이란, 여성과 남성이 함께사는 사회에서 남성에 대한 여성의 정당한 요구와 관련된 것입니다. 이대생은 교육제도에 의해 남성들로부터 강제적으로 격리되어 있고, 이렇다 할 만한 사회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상으로만 보면, 적어도 대학생인 동안에 그녀들은 잃는 것보다 얻는게 더 많죠. 그래서 그들의 여성운동은 거의 실천적이지 않고 공상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적 피해가 아닌 가정적 피해를 중심으로 활동하다보니. 특히 이대 총학생회는 운동권내에서도 자주 의견충돌을 보이곤 하죠.
그런데, 그나마 여러분이 이대 꼴통 페미라고 주장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대개 이대 내부의 공상적 여성운동가들도 아닙니다. 신원 미확인의 자들이죠.
3)의 예로 주민등록번호 문제가 있겠군요. 주민등록번호 상 성구분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네티즌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죠. 그것은 단지 행정적 편의를 위한 구분일 뿐이라고. 사소한문제라고. 그런데 같은 네티즌들은 Korea 앞에 Japan이 오는 등의 사소한 문제에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해 합니다. 일관되지 못하죠. 왜 남자가 1이고 여자가 2인지, 왜 여남이 아니라 남여인지, 뒤집어 보면 이렇게 사소한 것조차도 남성 우선적인 관점이 포함되어 있는겁니다. 말 그대로 이게 사소한 거라면 여성의 편을 들어주는게 뭐그리 어렵습니까?
4)의 예로 호적 개편 문제가 있을 듯 하네요. 여러분은 헌법재판소에서 경국대전을 본삼아 판결을 내릴 때는 피가 끓는 분노를 느끼면서, 호적 개편 및 폐지론에 전통을 근거로 대항할 때는 아무렇지 않습니까? 지킬 가치가 있는 전통을 구분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공화국이어서는 안됩니다. 지난 수천년간 한반도가 공화정이던 시기는 50년 밖에 안되요.
솔직히 여성운동에 대한 네티즌의 비판을 읽다보면 그글을 쓴 사람이 진짜 여성운동가를 단 한번이라도 만나본적이 있을까 매우 의심됩니다. 성평등이라는 주제는 네티즌들에게 뜨거운 화두일 뿐이지만 많은 여성운동가들에게는 거의 삶이자 전공입니다. 자기 전공을 막론하고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은 전공서적만큼 많은 책과 논문을 읽고, 토론을 하고, 사회문제에 참여합니다. 그들 역시 자신이 여성에 속해있음으로 인한 이기적 굴레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대개는 비판자들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편입니다.
얼마전 남녀공동병역의 논쟁을 보면서 크게 놀란 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 주장은 상당히 합리적이고 설득력있더군요. 더 놀란 사실은, 많은 분들이 여성운동가들이 덮어두고 이 안에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주제는 아직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주류적인 논점이 된다면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여성운동에 대한 편견을 버리세요.
마지막으로 놀랄만한 사실을 가르쳐 드리죠. 저.... 남자입니다.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될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여러분의 여자친구나 딸이 사회의 벽 앞에 좌절하게 될 때 알게될겁니다. 이 세상에 "남의 문제" 란 없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