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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고민?
게시물ID : panic_91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msi
추천 : 2
조회수 : 64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0/06 21:13:46


 저는 제가 꽤나 도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하철에선 노인이나 임산부가 들어오기만 하면 자리를 양보하고, 지갑이나 귀중품은 주우면 바로 분실물로 맡기고, 어른들께 인사를 잘하며, 불쾌한 말을 듣더라도 같이 욕하지 않고 웃어넘기며, 아무리 짜증나도 뒷담화는 하지 않고, 욕도 쓰지 않으며, 제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지인에게 싹싹하게 잘 해주는 편이라는 자잘한 점에서 말입니다.

 속으로 조금 더럽고 변태 같은 생각은 가끔 한다지만 인간은 누구나 그러니까 그 속을 억누르고 바르게 살아간다는 점이 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약간 재수 없나요?


 아무튼 저는 그런 식으로 나름대로 잘 살고 있었는데 요즘 약간 이상한 일이 있어서 어디 털어 놓을 데도 없고 찾아보다가 정치색이 없는 건전한 커뮤니티인 것 같아 오늘의 유머에 올려봅니다. 사실 이 게시판에 올리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고민 게시판에 올리려다가 불편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여기 올립니다. 혹 여길 올릴만한 일이 아니더라도 신입이라 여기 시스템은 잘 모르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저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양심적이고 도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근데 아무리 그런 사람이라도, 사람이니까 속으로 좀 잔인한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전 스릴러나 고어물의 영화 같은 걸 좋아하고 그런 쪽의 소설도 습작으로 몇 번 써 본 경험도 있으니까 그런 상상을 많이 하며 삽니다. 진짜 소설가처럼 가끔 지나가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넣어보기도 하고 하면서요. 약간 겉과 속의 괴리가 있는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현실과 상상은 잘 구분하며 살아왔으니까 전혀 문제없었죠.

 

 그런데 몇 년 전 꿈을 꾸기 시작한 후부터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뭔진 모르겠지만 뭔가 균형이 깨진 기분입니다. 상상하고 현실이 기괴하게 섞인 것 같고, 제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들이 전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때때로 들게 됐습니다.

 

 처음 그 꿈을 꾼 것이 오년 전인가? 사 년 전인가? 대충 가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평생 꿈이라곤 꾼 적 없던 제가 꿈을 하나 꿨습니다. 보통 꿈꾸면 금방 까먹는다는데 이상하게 깨고 나서도 잊혀 지지가 않더군요.

 

 꿈 내용은 지극히 단순했습니다. 제가 있었고, 눈앞에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더군요. 아마 인천인 것 같았습니다. 제가 가본 바다라고는 인천 밖에는 없는데 눈에 꽤 익은 곳 느낌이라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뭐. 꿈이니까 어디든 상관이야 없지만요.


 다른 분들은 보통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눈을 뜨자마자 지금 이게 꿈이라는 것을 똑똑히 느꼈습니다. 눈에 보이는 밤바다와 파도 소리는 진짜 같았지만 그냥 정신을 차리자마자 아, 이건 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부두에 서서 꽤 오래 바다를 구경하고 있는데 사람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남자였고 약간 어려 보였는데 술에 취한 것 같았습니다.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네요.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 기억이 납니다.

 

 저는 바다 바람 맞으면서 남자를 구경하다가 그 남자가 한 번 휘청하자 다가가 부축했습니다. 그리고 약간 고민하다가 밀어서 바다에 떨어트렸죠.

 응???? 하고 반응하시는 분들을 위해 변명하자면 전 그 상황이 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꿈속에서 사람 죽이고 하는 게 없는 일은 아니잖아요. 약간 현실에 있었던 일에 대해 화풀이 하는 심정이라고 표현하면 대충 맞는 표현같네요. 꿈속에서 사람 죽인다고 누가 잡아가는 것도 아니겠다. 사람은 좀 폭력적인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하니까. 스트레스 풀기 위해 취미로 하는 운동 같은 거라고 보시면 맞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사람을 빠트리고 저는 꿈에서 깼습니다.


 현실에서 별 일은 없었습니다. 다니던 회사 잘 다니고 만나던 사람 전부 잘 만났습니다. 솔직히 신기하긴 했지만 한 번 꾼 꿈에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지요.

 근데 그 날 이후로 저는 종종 그런 비슷한 꿈을 꿉니다. 실제 같긴 한데 꿈이라는 건 확실히 알고 있어서 그 속에서 정말 제멋대로 행동해봅니다. 마치 게임 소설 속에 가상현실 게임 같은 느낌?

 

 숲에서 얼굴이 시퍼렇게 변해 꿈틀거리고 있는 여자가 나오기에 그 얼굴에 흙장난을 한 적도 있고,

 금방 관이 묻힌 곳을 파헤쳐 관에 물을 가득 넣고 다시 묻은 적도 있고,

 어찌된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벌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상자 안에 갇혀서 팔과 얼굴만 삐쭉 나와 있는 외국인이 아사해가는 모습을 눈을 마주하며 구경했던 적도 있습니다.


 사실 일일이 열거하자면 더 많지만 더 이상 써봤자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이쯤에서 저를 약간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기에 다시 말씀드리자면 전 꿈이라는 걸 확실히 알고서 한 행동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쪽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하니 현실에선 좀 더 긍정적인 의미의 바른 사람으로 행동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더군요. 다만, 조금 걸리는 점은 초반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아주 가끔, 일상 생활 하다가 제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들이 전부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 사실 뭐. 그런 느낌 잠깐 드는 것 정도야 이 글을 쓰며 여러분께 털어 놓고 나니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누군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담 효과가 있다더니 정말 그렇군요. 역시 글을 써 올리길 잘한 것 같습니다.


 이게 끝입니다. 다 쓰고 나니까 별 거 아니군요. 이곳은 좋은 커뮤니티 같지만 전 제가 쓸 말은 다 했기에 다시 오진 않을 것 같네요.

 그럼 좋은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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