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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돌연변이의 꿈(14)
게시물ID : readers_126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ox
추천 : 0
조회수 : 19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4/12 08:44:01
[희경]외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나를 이곳에 데리고 왔으면서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괘씸하다. 이곳 생활에 적응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 그의 도움이 전혀 없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다리는 것은 오늘까지. 만약 저녁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곳 관리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만, 그를 찾아가야겠다.

 사내에게 물어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물어보지 않았다면 이 섬을 온통 뒤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는 저녁이 지날 때까지 보이지 않았고, 움직일 예정이다. 취침시간이 지나고, 비상등을 제외한 모든 불이 꺼졌다. 침대는 간단한 실루엣만 보이도록 만들었다. 관리자가 잠을 자는 사람을 깨우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몸을 숨기고 간단하게 빠져 나왔다. 문이 열리고 닫히자 관리자는 호기심이 생겼는지 문 앞까지 다가왔지만, 창문에서 확인하고 돌아갈 뿐이었다. 그들은 나를 찾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렸다.

 그가 지내고 있다는 건물로 들어갔다.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할까? 내부는 넓었고, 온 방을 다 확인했다가는 그를 만났을 때 분통을 참지 못하지 않을까?

 고민은 금방 해결되었다. 섬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서 지낸다면, 이곳의 가장 높은 사람이라면, 건물에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곳에서 지내지 않을까?

 예상대로 가장 높고 가장 깊은 곳에 가장 높은 사람이 지낼법한 문을 만났다. 안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가장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얼마나 관리가 잘 되어있는지 문 여는 소리 같은 건 들을 수가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속 편하게 자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울컥했지만 화를 삼키며 그가 자는 침대 옆으로 가서 앉았다. 잠을 깊게 자는 편이 아니라 뒤척이는 것이 보였다. 곧 강제로 일어날 테니 그 전에 잠자는 모습을 지켜봤다. 잘 자네. 울컥.

 "잠이 오나 보네?"

 그의 깜짝 놀라는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좀 귀여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그거고, 어떤 변명을 하려나?

 양팔을 벌리더니 꼭 안아줬다. 밑도 끝도 없는 행동에 어이없었다. 미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지켜봤다.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다고? 그런데 얼굴 한 번을 안 보여서 찾아오게 만들어?"

 어디 얼마나 대단한 말을 하나 지켜봤는데 보람도 느낄 수 없는 허탈감.

 "갈 수가 없었어. 변명 같겠지만. 네가 있는 그곳은 참회의 장소야. 나는 이곳을 총 관리하고 있는 처지고. 아직 참회의 과정이 끝나지 않은 너를 만나면 주변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널 보게 될 거야."
 "그럼 미리 말해 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아무것도 모른 체로 일주일을 기다리게 하지 않을 수 있었잖아! 내가 기다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야?"
 "미안해. 그때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흘러가서 미처 준비를 하지 못 했어."
 "나는 이해할 수 없어. 하지만 더 따지고 싶지는 않아."
 "정말 미안해. 네 생각 많이 했었어. 다시 만나게 되면 이번처럼 실수하지 않으려고 미리 준비해둔 게 있어. 어쩌면 이렇게 다시 만날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잠옷 차림으로 자신의 책상으로 갔어. 서랍에서 수첩을 꺼내며 보여줬다.

 "여기에 너에게 필요하다고 느낄 법한 내용을 적어놨어. 생각날 때마다 두서없이 적어놓아서 이해하기 힘들 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을 거야. 가능하다면 매주 나를 찾아와 줄 수 있겠어?"
 "어렵진 않아. 하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참회가 끝나면 너를 만나는 게 더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이해하긴 힘들겠지만, 이곳 사정이 그래. 참회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어. 관리자들은 그 점을 두려워하고 있어."
 "우선은 좋아. 시간이 늦었으니깐 메모 내용은 돌아가서 확인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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