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만의 만만한 축구] 당신들이 툭 내뱉은 한마디
A 해설위원은 카타르의 파울로 보이는 장면에서 주심이 휘슬을 불지 않자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카타르 선수들이 다리를 걸고, 뒤에서 밀어도 파울을 주지 않는다며 편파 판정을 의심했다. 음소거를 하지 않는 이상 이 발언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귀에 박혔을 것이다. 예상 반응: ‘심판이 우리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리는구나. 나쁜 심판!’
후반 1분, 핸드볼 파울로 의심되는 상황에 대해 A 해설위원은 “헤딩이 골대로 들어가는 상황이므로 이건 명백한 페널티킥”이라고 했다. 예상 반응: ‘긴가민가했는데, 명백한 페널티킥이라잖아. 페널티킥 줘야지, 답답한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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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축구계 종사자들은 사석에서 ‘○○은 중동 가더니 중동 선수처럼 뛰더라’, ‘○○은 중국 가더니 예전 모습이 안 나온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다. 그럴듯하지만, 이 말은 논문에 실리거나, 생방송을 탈 정도로 검증된 ‘팩트’는 아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그만인 사견이다. ‘현지화’도 사견으로 봐야 한다. 근거가 어디에도 없다. 떠도는 이야기, 누구한테 들은 이야기가 근거라면 근거다.
‘현지화’와 ‘대표팀 부진’을 연결 짓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해설위원의 말마따나 세 명의 중국 리거가 실력이 퇴보해 이것이 결국 대표팀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0’이 아니라면, 그 반대 경우도 가능성이 ‘0’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드필더의 백업, 수비수들의 경기 컨디션, 수비진 호흡, 감독의 수비 전술, 상대 공격진의 능력, 순간 집중력 결여 등 실점의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미드필더 구자철은 “실점은 수비수들만의 잘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백을 순수 K리거로 채운 뒤에도 똑같은 결과를 맞는다고 가정할 때, 그때도 K리그를 깎아내리며 ‘K리그 현지화’를 지적할지 묻고 싶다. 국가대항전인 만큼 완전히 배제하기란 어렵겠지만, 시청자(팬)들의 판단을 흐릴 정도의 ‘국뽕’은 부디 자제해 달라. 당신의 한마디는 생각보다 파장이 크다.
http://sports.news.naver.com/kfootball/news/read.nhn?oid=410&aid=000035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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