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음식 이야기를 하면, 참 할 말이 없어진다. 영국의 오래된 역사에 비해 희한하게도 이들에겐 딱히 이것이 영국 음식이다라고 내놓을 만한 것이 없다. 이래서 영국음식은 맛없는 음식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하기스(Haggis, 양이나 염소 내장안에 고기를 잘게 썰어 넣은 일종의 순대), 잉글랜드의 도버 솔(Dover sole, 넙치의 일종) 정도가 그래도 요리 수준의 음식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지만, 하기스나 도버 솔을 제대로 맛 볼 수 있는 식당을 찾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역시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이 창안했다는 샌드위치와 피쉬 앤드 칩스(Fish and Chips)일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1년동안 영국인들이 먹는 샌드위치를 일렬로 세우면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하고도 조금 남는 거리가 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영국 직장인들은 점심을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때우는 것이 아주 보편화되어 있으며, 학생들(주로 초등학교 학생들)의 도시락도 샌드위치와 쥬스가 주메뉴이다.

대구나 가자미 등 흰살 생선에 밀가루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서 두툼하고 길게 썬 감자튀김(프랜치 프라이와 유사)과 곁들여 먹는 피쉬 앤드 칩스는 펍의 단골 메뉴일 뿐만 아니라 영국의 서민층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 먹거리이었는데, 최근에는 대서양에서의 대구 어획이 자원의 고갈로 침체되어 대구로 만든 피쉬 앤드 칩스는 호사 식품의 반열 에 올라서고 있다.

영국인들 스스로도 영국 음식이 왜 세계에서 제일 맛없는 음식으로 낙인이 찍혔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음식으로 유명한 유럽국가들은 주로 농가에서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는 비법을 기초로 한 요리들이 많이 남아 있어 음식 문화가 풍부해 졌지만, 최초로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에서는 18세 기 초부터 도시화의 바람이 불어 많은 농민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농가의 전통 적인 메뉴가 많이 사라지게 되어 오늘날의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는 해석이 조금 설득력이 있다.

더욱 그럴듯한 설명은 영국의 기후가 일조량이 적고 기온도 냉랭하여 옛날부터 농작물 이나 각종 음식재료, 양념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인이 맛깔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을 아예 포기해서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그렇지만, 영국음식이 맛이 없다고 무시하기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영국은 대륙식 아침식사(Continental Breakfast)와 쌍벽을 이루는 영국식 아침식사(English Breakfast)라는 비밀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식 아침 식사는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과 소시지, 토스트, 계란, 토마토, 버섯, 꿀과 과일, 요구르트를 섞은 시리얼 등을 정성스레 준비하여 홍차를 곁들여 먹는데 유럽 대륙에서도 맛있고 푸짐한 아침식사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영국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려면 아침식사를 세 번 해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또한, 영국인들이 식후 디저트로 많이 즐기는 다양한 푸딩도 영국이 원조라는 점에서 기회가 있으면 음미해 보는 것도 좋다. 북해에 위치해 여름 한철에만 과일을 맛볼 수 있었던 영국인들은 과일로 만든 저장식품인 잼, 젤리 등을 유난히 좋아한다. 딸기나 사과, 건포도, 복숭아, 무화과, 레몬 등 온갖 종류의 과일을 익혀서 빵 속에 넣은 것이 영국식 푸딩인데 종류가 무려 60여가지가 넘는다.

이와 같이 비록 대단한 기교와 화려함을 갖춘 유명한 음식은 없지만 그런대로 이러한 연유를 음미하며 영국생활을 즐겨보는 여유를 갖자.

개인적인,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