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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처음 만나게 되었던 건 결코 흔하지 않았다. 그 하나의 작은 프로그램, 소개팅 어플엔 좋은 의미로 만나는 사람들이 결코 많지 않은 걸 알고 있었지만 외롭고 힘이 들었던 나는 일말의 희망을 담고서 들어갔다. 그저 의미 없는 선택과 거절, 이젠 그냥 재미도 없이 그저 그런 선택과 거절을 오가는 손놀림만 반복할 뿐 이였다. 그런 어느 날 당신의 나에게 호감을 표시한 그 선택이 그저 그럴 수 있는 그냥 일상처럼 지나가는 일일수도 있었겠지만 난 왠지 모르게 당신에게 관심이 쏠렸다. 그래서 나는 해본적도 없는 기능을 써가며 당신에게 대화를 걸었다. 하지만 바로 다른 선택에서 거절을 당하길래 내 느낌은 그냥 느낌 이였구나 싶었다. 하지만 바로 당신에게 온 대화를 수락한다는 알림은 내 느낌이 그저 그런 느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었고, 그것이 느껴지지 못한 설렘을 느끼게 해줘서 신기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에서 난 당신의 이름 석자를 알게 되고, 더 나아가서 당신에 대해 알아갔다.
그리고 난 당신에게 만나자고 했다.
이런 소개팅 어플을 하면서 실제로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 고는 예상을 못했다. 물론 애초에 누굴 만나고자 한 것이 여서 초기에 내가 이것을 하게 되었을 때는 많은 기대를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람쥐가 쳇바퀴 굴리는 듯한 이 무의미한 행동에는 나도 모든 기대와 흥분은 가라 앉았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던 것 이였다. 그래서 당신과 만난다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뭔가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다.
당신과 처음 만나게 되는 그날, 나보다 나이 어린 당신을 위해서 나름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신경을 썼다. 향수는 뿌렸는지, 배는 안 나왔는지, 머리는 삐져나온게 없는지, 옷상태는 괜찮은지, 첫 만남에 어색하지 않기 위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그렇다고 너무 말 많으면 말 많은 남자는 싫어하는거 아닌지, 애초에 날 보자마자 맘에 안들어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하면서 당신을 기다렸다. 어떤 사람이 올지 기대하면서……
첫 날 당신을 처음 보고 느낀 것은 당신에게 말했던 것 하고는 좀 많이 다르다. 내가 처음 당신을 보고 느꼈던 것은 좌절감이였다. 당신은 작고 아담했다. 그리고 귀여웠다. 정말 내 나이같이 잖은 노안인 아저씨 같은 나와는 다르게 학생이라는 티가 많이 났었고, 상큼했었다. 거기에 난 당신같이 그런 상큼한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은 거들떠도 안보겠구나, 세상에 얼마나 정말 오빠 같은 그런 나이대가 맞아 보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 같은 사람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겠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이였다. 그래도 일단 만났으니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안좋은 인상은 심어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그랬던 그날엔 난 당신이 무엇을 입었는지 어떻게 하고 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에게 좌절감을 선사한 당신의 그 예쁜 얼굴을 내 뇌리속에 새겨놓기 바빴으니까.
그렇게 서로에 괜해 아무런 접점도 없던 우리는 연애를 했다.
그래, 난 이렇게 까지 아무런 말이 없는 당신에게서 헤어짐을 느껴서 이렇게 글을 쓰고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난 당신이 일주일동안 시간을 갖는다고 했을 때부터 이미 헤어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과 연락이 없는 이 시간동안 처음엔 서운함과 짜증, 분노와 억울함, 헤어질 수 있겠다는 것에 대한 허탈함을 느껴왔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그저 당신과 있었던 좋은 순간과 좋은 느낌만이 떠올랐다. 왜 갑자기 이렇게 되어버렸지 라는 한탄을 하기도 했다.
당신은 나에게 태양과도 같았다. 처음엔 그 정도 까지는 아니였지만, 점점 당신이 나에게 차지하는 부분이 늘어가면서 당신에게 눈이 멀어 내 자신도 돌보지 못 할 정도로 당신 만을 바라봤다. 내 인생은 당신의 이름 석자가 담긴 인생이 되어버렸고, 모든 것이 당신 중심으로만 바뀌어 버렸다. 그저 당신이 좋아해주는 모습만을 보기 원하였고, 당신이 기뻐하는 모습이 나에겐 보상 이였던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난 당신에게 빠졌다. 길가다가 맛있는게 보이면 같이 먹고 싶고, 길가다가 예쁜 액세서리를 보면 당신에게 해주고 싶고, 친구들에게 좋은 곳이 있다고 들으면 당신하고 가고 싶고, 그저 당신에게 더 못해줘서 안달이였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 둘의 연애 스타일이 맞지 않다라고 느껴버리고 이렇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난 끊임없이 당신의 생각을 하면서 겉으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라고 말하고 있는거 같으면서도 마음 깊숙히에는 당신에게 계속 꾸준히 무언가를 바래왔고 나에게 무언갈 해주길 계속 원해왔던거 같다. 그게 충족하지 못하니까 당신에게 서운함이 쌓여서 그렇게 한번에 폭발해 버린거 같았다. 이건 누가 옳고 그르다 라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단지 서로의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난 꾸준히 주면서도 그만큼 많이 받길 원하는거 같고, 당신은 굳이 그런거에 얽매이지 않는 스타일인거 같다. 이걸두고 굳이 언쟁을 하고싶은건 아니고, 단지 내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당신에 대한건 물론 당신이 더 잘알고 있을거니 말이다.
맞다 난 당신을 사랑한다. 내가 당신이 첫 사랑이라고 말할 정도로 난 당신을 사랑한다. 당신때문에 가슴이 먹먹해 지도록 우울도 해봤고, 당신 때문에 하늘을 날아갈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던 적도 있었다. 이대로 헤어진다면 이제 당신은 내 태양이 아니겠지만, 은은하게 하늘의 등대가 되어주는 달빛이라도 되어있겠지….. 못해도 저 밝게 빛나는 목성과도 같아 하늘을 보면 보이는 그런 존재가 되겠지, 결코 잊혀지지 않는 그런 것으로…..
헤어짐을 생각하거나 결심한 당신에게 답장을 바라진 않는다. 오히려 답장 해주지 말아주길 바란다. 그게 나에겐 덜 힘들거 같다.
그래도 당신과의 시간을 떠올리고, 당신이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생각하니까 정말 내가 사랑이란 것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당신과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그래도 헛되지는 않았구나 라고 생각한다.
짧으면 짧을 수 있고 길다면 길 수 있는 이 백몇십일 되는 기간동안 너무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