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뜰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 내 젖은 등을 떠밀며 가만가만 달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은 바닷가 마지막 집.
빗물에 젖은 미루나무 잎사귀 위로 소라 껍데기를 등에 멘
달팽이 하나 천천히 지나가는 그 시간,
그렇게 작은 한 시절일 뿐이라고-.
교수님이 말씀하시더군요.
'가끔씩 과제를 검사하다 보면
자신의 가족사를 소재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예기치 않게 학생들의 가족사를
알게 되는데 하지만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이들의 경제적 여건이 심각하구나
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게 단순히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고
인간의 생존 차원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이건희였다면
돈을 펑펑 줄텐데
이건희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여러분과 함께
세상을 바꿉시다 라고 혁명을 일으킬수도 없고
결국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 전경린처럼 말해줄 수 밖에 없는데-.'
이것 또란 지나가리라.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현재 제가 처해진 상황이
조금이나마 환기됨을 느낍니다.
모르핀같은 말입니다.
그렇지만 독약같은 말이기도 한.
한 학과후배가 이 소설을 읽고
백일장에서나 나올법한 세태소설의 가족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걸 듣고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정말 마음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생활고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면
아니 그래 백보 양보해서 마음의 상처는 차치하고서도
생활고를 겪었다면
결국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진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잠시 그렇게 생각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