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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죽였나.
게시물ID : panic_911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과그림자
추천 : 38
조회수 : 3270회
댓글수 : 46개
등록시간 : 2016/10/14 02: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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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내가 죽었다. 낡은 장롱 속 숨어있다가 나는 죽었다. 고통 속 갈갈이 찢기어 내 몸은 여러 조각 나뉘었다. 그리고 며칠 뒤 발견되었다. 홀로 나를 키우시던 아버지는 안아보지도 못하고 딸내미를 떠나보내는 것이 그렇게도 슬펐는지 계속 혼절할 정도로 꺽꺽 우셨다.

 참 묘한 일이지. 무뚝뚝한 우리 아버지. 야근하고 돌아오는 아버지는 늘 표정이 없어서 감정이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 우는 방법도 모르는 줄 알았다.

 온전치 못한 내 조각들을 마주했을때 어쩔 줄 몰라하던 그 얼굴. 흐트러뜨릴까봐 만지지도, 그렇다고 고개를 돌려버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에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 있던 건 평소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게 내 딸이란 말입니까?"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우는 아이 같던 그 표정.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런 표정. 아버지도 울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버지도 사람이었다.

 "아닙니다....내 딸은 죽지 않았을거에요.....얼마 전 대학에 가고 싶다 말을 겨우 던지길래, 모아놓은 돈도 내주려고 했단 말입니다....."

 아버지는 영안실에서 생떼를 부리듯 그곳에 뉘여있는 나를 부정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부정해도 내가 죽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죽어있다.

 누가 나를 죽였을까. 누가 나를 죽였나.

 내가 죽은 곳은 집 앞에서 100미터도 안되는 길이었다. 골목 한 구석에 버려져 있던 낡은 장롱에 들어가 있다가 나는 죽었다. 

죽어가며 들었던 생각은,

 왜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지?

 후회하고 후회했다. 집 근처는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었다. 우리 형편에 더 좋은 곳으로 이사가기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요즘 주변에서 여자들이 실종되고 있다며 항상 내게 일찍일찍 다니라고 입 버릇처럼 말했다. 그래서 나도 일찍일찍 다녔다. 그 날만 빼고.

 내가 죽던 날.

 그 날 난 알바에서 잘렸다. 전남친이 알바하는 곳까지 찾아와서 난동을 피웠기 때문이다.

 싯팔년, 창 년, 너 누구에게 다리를 벌렸어...... 

 전남친은 광견병에 걸린 개처럼 침을 튀겨가며 욕질을 하다가 경찰을 부르자 온순한 얼굴로 내뺐다. 점장님은 곤란한 얼굴로 전남친이 부순 물건의 가격을 불렀다. 그만 나와주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돈. 돈. 돈. 돈만으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지만 돈이 없으면 확실하게 불행하다. 별 수 없이 물건값을 내놓고 나와 그대로 질질 짜면서 길을 걸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날 보는지 보지 않는지는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어차피 나 빼고는 전부 행복하고 있을테니까.

[디링동]

 문자 수신음이 몇 번 울렸다. 무시하자 다음은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주변 사람들이 전화 안받냐는 의문을 띄우고 이쪽을 보았지만 그것도 무시했다.

 한참을 울며 걷자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래봤자 우울함에서 약간 벗어난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에, 집에가서 빨리 자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마구잡이로 걷다보니 모르는 골목으로 들어왔다.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는차에, 골목 한 구석에서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렸다. 돌고래 울음소리 같기도 한 그것은 아이의 비명소리였다. 

 "이 쬐끄만 씨,발년이!"

 술병이 나뒹굴고, 남자가 휘두르는 빗자루를 피해 아이가 내쪽을 향해 달려왔다. 날 붙잡은 손은 앙상하게 메말라있었다.

 "살려주세요!"

 생각해보면 이때 가야했는데. 조금만 내가 오지랖을 부리지 않았더라도 죽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쉰 목소리로 살려달라 말하는 아이를 지나칠 수 없었다.

 휴대폰을 누르고 전화를 거니 근처에 있었던 모양인지 곧 경찰이 왔다.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자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이가 나에게 역정을 냈다. 경찰이 오자 그는 풀 뜯어먹는 양처럼 온화해졌지만 말이다. 

 경찰은 우리를 둘러보고 무슨 일인지 알겠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약간의 언쟁 후, 경찰차에 우리를 밀어넣고 경찰서로 옮겼다.

 "훈육이었다니까요. 글쎄, 자식이 어긋나는데 가만히 있는 부모도 있답니까."

 아까와는 다르게 이성적인 모습으로 조곤조곤 남자가 말했다. 아이를 빗자루로 무자비하게 두들기는 남자는 어디에도 없었다는 듯이.

 "그런다고 애를 빗자루로 두들겨요?"

 "아가씨가 예민한거라니까."

 "그럼 애 몸은 왜 이렇게 깡말랐는데요?"

 그게 훈육이었다는 어이없는 주장에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어이없는 건 이쪽이라는 듯 남자도 더욱 언성을 높였다. 몇 번의 영양가 없는 말이 오가고, 서로 인신공격까지 시작했을 때, 경찰이 한숨을 쉬었다.

 "두 분, 진정하세요. 애 울려고 하잖아요."

 말 그대로 아이는 울기 직전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경찰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흐끅거리며 아이는 대답했다.

아버지가 널 때렸니? 
네....제, 제가 뭘 좀 잘못, 해서요....
아버지가 널 학대했어?
아니요, 제,제,제가 잘못해서 마,맞은거였....죄, 죄송해요....죄송해요....

 경찰은 턱을 몇 번 쓰다듬고서 결론내렸다.

 "아가씨가 좀 예민했네. 이럴 수도 있어."

 "네?"

 "훈육의 강도가 다른 집안보다 좀 센거야. 세상에 이런 가정도 있고 저런 가정도 있는거지. 그리고 아가씨, 아까보지 않았었나? 신고 자주 하는 모양이야?"

 입술을 일그러트리고 있는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는 아까 전 남자친구 때문에 신고했을때 왔던 경찰이었다. 그는 내가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다시 훈계가 이어졌다.

 "아가씨, 사소한 것 가지고 신고 남발하면 안돼요. 우리 경찰들도 꽤나 바쁘다고..."

 "얘."

 무시하고 무작정 훌쩍이는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 아이는 흠칫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뭘 잘못했는데?"

 보통은 훈육을 당할 때 살려주세요 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저....그게.....그....."

 아이는 더듬거리다 말을 흐렸다. 아이의 아버지를 힐끗 쳐다보자 그는 낭패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곧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거 참."

 경찰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진술서 양식을 내밀었다. 머리를 짜내어 보았던 것, 아이의 상태, 말들을 전부 다 작성하고 나니 밖은 어느 새 어둑해져있었다.

 "큰일났네."

 이때만 해도, 아버지에게 혼날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아버지는 꽤나 엄하셨으니까. 약속을 못지킬 때 싸늘하게 일갈하시는 게 그 때는 가장 큰 고민이었다. 전 남친의 일도 있고, 더한 나쁜 일이 일어나겠어, 하는 생각도 있었고 말이지.


 그런데 더 나쁜 일은 잘도 일어났다.


 경찰서 밖으로 나오자 싸늘한 밤공기로 가득 찬 어두운 밤 거리에 나 홀로 덩그러니 남았다. 어쩐지 바람소리도 스산하고, 정말로 무서워지는 느낌에 발걸음을 재촉해서 걸었다. 

 또각또각.

 저벅저벅.

 또각. 

 저벅.

 구두 뒷굽이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묵직한 걸음걸이가 들려왔다. 뭐지? 목적지가 같은건가? 

 설마, 설마, 하며 골목 구석을 돌며 빙글빙글 돌았다.

 또각저벅또각저벅또각저벅.

 뒤에서 따라오는 발걸음은 분명히 나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코너를 도는 틈을 타 곁눈질로 슬쩍 보니 따라오는 이는 후드를 쓰고 마스크를 쓴 건장한 남자였다.

 "앗...!"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반달 모양으로 눈을 접었다. 이내 눈을 몇 번 실룩거리더니, 사냥감을 사냥하는 육식동물같은 살기를 눈에 담고서 나를 향해 곧게 달리기 시작했다.

 왜냐고 묻고 싶었다. 왜 이 어두운 밤에 이 근처를 어슬렁거리냐고, 왜 칼을 보여주며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쫓아오냐고 묻기보다는 왜 하필 '나'냐고 묻고 싶었다.

 "헉....헉.....헉......"

 굽 있는 신발은 뛰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운동을 많이 한 것도 아니라서 금세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입에서는 비릿한 피맛이 났다. 집이 근처였지만 머리가 핑핑 돌아 더는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 

 비틀비틀 기어가듯 걸어가 근처의 녹색 철문을 마구 두드렸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텅텅텅텅. 녹슬은 쇠문이 기괴한 소리를 냈다. 작은 말소리가 안에서 부터 들려왔다. 남자는 이제 10미터를 남겨두고 제대로 속도 내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10미터라고 해도 꽤나 지척이라, 조금만 더 남자가 달려도 곧 내 머리채가 쥐뜯길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집의 사람이 날 도와준다면, 최소한 경찰에 신고라도 해 준다면...

 끼익.

 녹슨 쇠의 마찰음이 들리고, 문이 조금 열렸다. 쫓아오던 남자는 놀랐는지 그 자리에 멈춰서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뉘슈?"

 손가락 하나 정도의 틈으로 보이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접힌 눈이 눈이 두어번 깜박이고, 나는 안도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도와...."

 쾅.

 그러나 그 인사를 마치기도 전 문은 다시 닫혔다. 문 안쪽에서 작게 수다소리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10000원짜리, 디자인만 보고 샀던 싸구려 구두를 벗어들고 문을 찍었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

 "씨벌련아, 남편 피해 도망 갈거면 조용히 도망가! 지럴 말고!"

 걸걸한 목소리의 남자가 집 안에서 걸죽하게 욕을 쏟아내었다. 맞장구치는 더러운 욕설이 안에서 들리고, 뒤에서 푸흡, 하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도움은 받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시간이라도 끌어볼 심산으로 그 방향으로 구두를 냅다 던졌다. 남자는 팔로 머리를 가리고, 구두는 팔에 막혀 힘없이 딸각 떨어졌다. 다시 마저 반대쪽 구두를 던지고서, 무작정 맨발로 다시 골목을 달렸다.

 오른쪽, 왼쪽. 구불구불한 골목.....

 어느 정도 따돌렸지만 더 이상 뛰는 것은 무리였다. 아까보다도 목에서 더 진한 혈향이 났다. 발을 동동구르며 주변을 둘러보자, 눈에 골목 한 구석의 무언가가 들어왔다. 

 '폐기스티커를 붙어주시요. 스티커가 업으면 수거하지 않읍니다.'

 그것은 빗물에 번진 글씨가 적힌 A4용지가 붙어있는 낡은 장롱이었다. 여기에 숨어있다가 가면 되겠지? 안도하는 심정으로 장롱 속에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오랫동안 이 자리에 있었던 낡은 장롱의 안은 곰팡내가 가득했지만 나에게는 그것조차 구원이었다. 

 깨어진 소주병의 조각을 밟으며 달려와 발바닥은 너덜너덜해졌다. 발바닥 가죽이 화끈화끈했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다보니 발바닥에 대한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대로 있다가 저 남자가 나를 포기하고 가버리면, 나는 바로 집으로 돌아갈거다,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말 한 번 많이 나눈 적 없지만, 그래도 사랑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등록금은 걱정 마시라고, 그냥 원서넣은 건 아니었다고, 공부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알바로 모아놓은 돈도 있다고 솔직히 말씀드릴 것이다. 

 그래서, 대학에 가면, 공부도 하고, 친구도 잔뜩 사겨봐야지, 나에게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만나고, 또......

 그러나 내 바램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다. 나는 죽었으니까. 집 근처 100미터도 안되는 길, 골목 한 구석에 버려져 있던 낡은 장롱에 들어가 있다가 나는 죽었으니까.

 남자는 내가 바라던대로 나를 찾지 못했다. 그는 장롱을 열어볼 생각따위는 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골목을 쭉 둘러보다 뒤돌아 가버리려고 했으니까.

 [디링동]

 문자수신음이 울렸다. 눈치없게도. 조용한 골목에 들릴리 없는 소리가 울리자 남자는 뒤돌아 다시 골목을 본다. 그에 화답하듯 다시 내 핸드폰이 울었다.

 [디링동]

 곧바로 무음모드로 바꾸려했지만 손이 덜덜 떨려서, 패턴 입력이 되질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핸드폰은 계속 울렸다.

 [전화왔어요~ 전화왔어요~]

 남자는 장롱을, 이쪽을 본다. 장롱의 작은 틈, 보일리 없을텐데도 눈이 마주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장롱을 향해 천천히 걸어온다. 그는 이미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남ㅊ]
 
 반쯤 포기 상태로 통화버튼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 

 "내가 미안......."

"전화하지 말라고 했는데, 문자하지도 말라했는데, 왜 연락했어, 이 개-새,끼야!왜 하필, 하필 지금!"

 말이 이어지기 전에 욕을 퍼붓는다. 모든 분노와 증오를 담아서 쏟아낸다. 그러자 당황한 목소리로 어, 어? 얼빠진 목소리를 내더니만 끊어버렸다. 내가 곱게 말할 땐 끊으라고 해도 끊지 않던 전화가 쌍욕 한 번에 이다지도 쉽게 끊기다니. 어이가 없다 못해 허무했다.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강하게, 단호하게, 다 차단해버리고 다시는 나에게 들러붙지 못하도록, 그랬어야 했는데. 진작 그랬다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끼이익-

 후회는 언제나 늦는다. 낡은 장롱문이 열렸다. 남자는 웃는 얼굴인지 화내는 얼굴인지 모를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손에서 핸드폰이 미끄러지고, 나는 겁에 질린 채 남자의 자비를 기대한다.

 남자는 자비 대신 칼을 들어올린다. 흐릿한 가로등 빛이 반사되어 칼은 시퍼렇게 빛났다. 

 누가, 누가 나를 죽였나.


 

 "미안해, 아영아... 미안해애......."

 꺽꺽거리며 아버지가 두 번째로 우셨다. 경찰은 범인을 잡아내지 못했다. '목격자 진술'도 살해당한 여자나 살인범이나 그런 사람은 못봤다고 하고, 마지막 통화한 사람도 '단순한 전 애인'이었을뿐, 건져낼 건 아무것도 없었댄다. 다만 조각난 채로 보물담기듯 장롱에 담긴 내 시체만 남았을 뿐.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어느 날 아버지는 퉁퉁부은 눈으로 일어나셨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일터에 가셨다. 직장 동료분들은 괜찮냐며 두어마디 아버지께 건네었고, 아버지는 멋쩍게 웃으며 대응했다. 마치, 평소처럼.

그러나 평소와는 다르게 아버지는 그 날 일을 마치기 전, 흰 봉투의 무언가를 사장에게 제출했다. 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고 아버지는 휘파람을 부르며 철물점에 들리셨다.

 드릴, 나사, 못 그리고 밧줄.


누가 나를 죽였을까. 나에게 도와달라했던 아이는 가정폭력을 당하지 않았고, 주변 이웃은 내가 위험에 처한 걸 못봤고, 전 남자친구는 나에게 집착하지 않았다는데, 누가 날 죽였을까? 나는 왜 죽었을까? 

 혹시 날 죽인 건 나였을까? 나도 모르게 죽고 싶어서 죽는 행동이라도 했던 걸까? 그렇지만 난 죽고 싶지 않았는데, 살고 싶었는데! 대학에도 들어가보고 싶었고 공부도 하고 싶었는데! 왜, 왜, 왜, 왜, 왜 나는 죽었어?

 아버지, 당신은 알아요?

 그러나 내 질문에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저, 나뒹구는 의자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바람부는대로 흔들리고 계실뿐이었다.



아.



아아아아아아아아.



 괴로워, 괴로워. 나 좀 죽여줘. 다시 한 번 더 죽여줘. 영원히 이 사실을 모르도록. 눈 감고 귀 닫고 모른 척 할래. 그러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아파. 

 아빠,아빠, 우리 아빠. 아빠가 언젠가 그런 말 한 적 있었잖아. 스스로를 죽인 사람은 죽어서 다른 사람들이랑 다른 곳에 간다며. 날 보고 싶었으면 그러지 말았어야지. 아빠, 아빠. 나 너무 외로워.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직 아빠의 어린 딸이었나봐. 울고싶어, 도망가고 싶어. 아빠 제발 나를 달래줘. 어릴 적 그랬듯이. 괴로운 건 칼에 몸이 갈갈이 찢기면서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너무너무 괴로워. 

 도대체 누가 

나를 죽였어...?

도대체 누가....!

그를 죽였어......?
출처 くコ: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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