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공무원 준비한다며 사실상 고급 백수(…)로 지내다가
드디어 일을 하게 됐습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같은 회사는 아니고, 동네의 아담한 학원에 실장으로 취직했어요. 처음엔 공무원 공부하면서 내가 쓸 용돈 정도는 해결하자 하고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일이 이제 제 직업이 됐네요…
물론 월급은 크지 않아요. 세전 200을 받기로 했고, 세금에 사대보험까지 다 떼고 나면 대충 180정도 쥐게 될거 같고요. 대형 학원도 아니고, 동네 학원인걸 생각해 보면 원장 선생님이 잘 쳐주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동안 아르바이트한 것도 인정해주셔서 수습기간 없이 시작하기로 했고요.
처음엔 사대보험 없이 계약하자고 하셔서 조금 걱정했었는데, 그것도 말씀드리자마자 더도 덜도 없이 곧장 해주마 하셨고…(학원가에서는 보통 사대보험은 잘 하지 않는다는 거 같더라고요. 프리랜서로 계약해서 세금 3.3%만 떼는 게 일반적이라고…물론 편법이지만요.)
제 나이요? 몇 개월 안 남은 올해가 지나면 벌써 계란 한 판 하고도 반 판입니다.
공무원 준비에 투자한 시간은 4년이고요.
솔직히 말해서, 공무원 준비를 시작할 때 그렇게까지 깊게 고민해보진 않았던 것 같네요. 안정적인 직업이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해 시도했었지만…이것이 내 갈 길이다! 라는 확신은 그다지? 였던 거 같아요. 필기 합격까지는 몇 번 갔지만 정작 면접에서 미끄러진 건 아마 그런 내심 탓도 있었겠죠. 어느 순간 공무원 준비가 그냥 이제껏 해왔으니까, 이제 와서 기업 취직같은 새 진로를 찾기엔 늦었으니까 계속하는 그런 게 되어버리더군요.
이젠 마냥 적은 나이도 아니고, 동네 학원이라는 게 다 그렇겠지만 철밥통이라고까지 하는 공무원하고 비교해보면 안정적인 직업이라곤 못하겠죠.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하고 즐겁네요.
원장 선생님의 배려로 EBS진로진학상담사 교육도 받기로 했고, 꼬꼬마 국딩시절 “난 선생님이 될거야!”했던 기억도 떠오르고…한동안은 초보 실장이겠지만 학부모님들과 애들의 진로 고민도 상담해주고 이런저런 원생 관리감독 같은 것도, 앞으로는 잘 배워서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신나요. 나이는 서른을 넘긴 아저씨가 ㅋㅋㅋ 더 늦어버리기 전에 이런 기분이 들게 하는 일을 하는게, 저 자신에게도 좋은 거겠죠?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많지 않은 월급으로 저축도 하고 제 용돈도 하고 생활비도 할 생각을 하면 조금 암담하긴 해요. 돈을 계획성있게 쓰는 성격이 못 돼서, 지름신이 오면 막 질러버리고 그러다 통장에 돈 떨어지면 잔뜩 빈곤하게 살고 그랬거든요…이제는 돈 관리도 열심히 해 보려고요. 목표는 일단 매달 80만원 이상 저축하기! 그래서 일년 내에 천만원을 모아보려고요. 유혹에 약한 성격 탓에 쉽지는 않겠지만, 기를 쓰고 모아야죠!
한참 헤매다가 마침내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게 됐으니, 오래오래 일하면서 계획대로 저축도 할 수 있게 됐으면 정말 좋겠어요. 일년이 지나서 지금 이 글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