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회적 기술을 익히지 못한 채로 자라났어요. 일반적으로 그런 것들은 모국어나 마찬가지여서 의식하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저에게는 마치 외국어를 배우듯이 익히고 연습해야 하는 기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해야 사회적 기술을 익힐 수 있을지는 저의 지금까지 삶에 끊임없이 잇따라 들러붙어 있던 질문이었어요.
한때 저는 사회적 기술이 없어 심지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무언가를 주문하는 가장 기본적인 활동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으로 그렇게 기계적이고 단순한 일들은 이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끼리 어울리고 이야기하는 등의 행동은 너무 어렵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어떻게 해야 그걸 익힐 수 있는지 역시 감도 오지 않아요.
저는 제 이런 고민이 오해받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몇 가지 더해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히 설명해보겠습니다.
1. 마인드에 관한 고민은 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대인기피나 사회공포증은커녕 낯가림이나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단순히 남들 보는 앞에서 크게 소리를 지르는 행동이라면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쉽게 해낼 거에요. 결과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걸기 같은 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편의점에서 물건 사는 것조차 못해 쩔쩔매곤 했습니다.
2.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아마 비슷한 저의 사회적 형제들이 이런 고민을 할 때 가장 많이 받는 오해일 거예요. 이런 고민이 있는 경우 대부분 원하는 결과는 바람둥이나 인기맨으로 변하는 게 아니라 '행동의 자연스러움' 일 겁니다. 여기에 내향성과 외향성 사이의 논쟁 같은 건 상관없어요. 심지어 당사자들조차도 자신이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 떠올리지 못해 스스로 혼동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3. 직접 부딪히는 건 해결책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제 경험적인 사실이니까 제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실제 결과로는 그랬습니다.
군대, 아르바이트, 온라인 커뮤니티 까지 어떤 것도 사회적 기술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아마 여기에도 일종의 종잣돈 같은 게 필요하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심지어 사람들이 전부 다 친절하다고 해도, 바닥인 사회적 기술로는 얼마 안 가 겉돌게밖에 안됩니다. 어떻게 시도를 하려 해도 곧 겉돌게 되고 벙어리가 되니 무언가를 연습하거나 익힐 수 있는 환경이 안됩니다. 일단 한번 그렇게 되면 인간관계상 다시 회복하기도 힘들기도 해요. 오히려 그런 경험이 쌓여서 점점 트라우마만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었어요.
아마 이게 끊임없이 사람과 부딪히는 회사나 학교에서 저의 사회적 형제들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겠죠.
지금까지 스피치 학원, 책, 사회성 발달 프로그램, 상담 같은 방법들을 찾아봤지만 모두 제 경우와 조금씩 핀트가 어긋나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인드적인 부분만을 치료하거나 발표같이 공개적인 스피치만을 연습하는 등이요. 물론 이것도 제가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을겁니다.
그러면 사회적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대체 어떻게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