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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글]제 남동생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게시물ID : gomin_965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인재활복지
추천 : 11
조회수 : 107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0/11/20 03:00:14
안녕하세요 항상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 남겨봅니다...

글이 길어질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다른 분들이 보신다면 정말 사소한 일이겠지만 저한테는 큰 충격이었어요...

혼자 하소연 좀 하다 갈게요 ^^;


저는 21살 대학생이고, 편부가정의 장녀랍니다. 
저희는 저, 그리고 세 살 터울의 여동생, 남동생 이렇게 세 남매에요.

어머니가 안 계신 가정형편 상 친할머니가 오셔서 살림을 많이 도와주시구요,
저 또한 공강일이나 일찍 귀가할 땐 집안일을 합니다.

저희 남매는 주위 형제자매들보다 다툼이 굉장히 적었어요. 그래서 다들 신기하다고도 하고...
서로 친구처럼 잘들 지낸다고 대견하다는 소리 많이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동생들은 제가 힘들어도 꾹 참고 열심히 살 수 있는 버팀목이에요...
얘네들이 없었다면 제가 정말 심약하고 극단적이라... 어머니가 떠나시던 그 때 어린 마음에 만들었던 유서대로, 자살해 버렸을 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남동생은 게임을 굉장히 좋아해요.
스타2, 피파, 아발론, 워3 등등... 자기 차례 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요.
그리고 저도 RPG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남동생하고 이런 주제로 잘 통하는 편이었어요.
가끔씩 여동생이 대화에 못 껴서 삐질 정도로... ㅎㅎㅎ

그런데 어제 남동생이 제 가슴에 비수를 꽂더라구요.
이 게임, 컴퓨터 때문에 저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가관이었어요...

요즘 한창 과제발표 시즌(?)이라 ppt며 보고서 같은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제 학교 끝나고 조별 모임을 가진 뒤에 귀가했습니다.

남동생이 원래 야자를 하는데(요즘은 중학교도 야자를 하더라구요), 그 날은 선생님이 안오셔서 일찍 보내줬다고 일찌감치 와서 피파를 하고 있더라구요.

로비? 대기화면? 같은 데 있길래 누나 레포트 써야되니깐 빨리 끄고 비키라고 한 후에
잠깐 손을 씻으로 화장실에 갔다 왔습니다.

(얘가 게임 하는 순서가 아발론이나 워3 들어가서 카오스 1~2판 하고(이러면 1시간은 훌쩍 넘기죠 ㅎㅎ),
다른 게임 하던가 요즘 학교에서 유행한다는 유희왕 카드(-_-;) 덱을 보고있어요~)

얘가 게임을 시작 해 버렸더라구요.
여기서 살짝 화가 났어요. 아까보단 언성을 조금 높여서 끄랬더니 왜 게임 시작했냐고, 빨리 끄라고 했죠.
그랬더니 절 슬쩍 보더니 이건 중간에 게임 종료 버튼이 없어서 끝까지 하겠답니다.

제가 바보도 아니고 컴맹도 아니고, 얘가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만 하고 끌게~도 아니고,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할 거야. 하니깐 더 화가 나더라구요...
안 그래도 지금부터 과제 시작해도 밤 꼬박 샐 텐데... 어제도 밤 샌거 알면서 게임이나 하고 있고...

그래서 니가 못 끄면 내가 끄겠다고 나서니깐 종료 버튼을 다리로 막더라구요.
거기에 더 열 받아서 그냥 컴퓨터 스위치 꺼버렸어요.

그랬더니 짜증을 있는대로 내더니, 왜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자기한테 푸냐고 하더군요.
근데 제가 화내면서, 짜증내면서 귀가하지도 않았거든요... 전 그냥 현관문에 붙여져 있던 멕시카나 치킨 전단지 떼 갖고 들어오면서 샤이니 하악하악(ㅠㅠ) 하면서 치킨 시켜먹고 싶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들어왔거든요...

어이가 없어서 내가 왜 밖에서 스트레스 쌓일 일이 있으며, 왜 그걸 너한테 푼다고 생각하냐고 따지니깐
방에 들어올때부터 자기한테 비꼬지 않았냐고 오히려 소리를 질렀어요...
위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레포트 써야되니깐 비키라는 소리밖에 안했는데두요;

그랬더니 자기 핸드폰만 가지고 거실로 휙 나가서 소파에 드러눕더라구요. 
TV를 켜더니 레포트 쓰지도 않을 거면서, 자기도 게임 할 거면서, 웃기고 있네, 저번에도 오유 하고 있었으면서~ 이러면서 막 투덜거리데요...

다른 때면 저도 레포트 하다가 딴 길로 샐 때도 많지만, 어제 죽을 상을 하고 ppt 수정하던 거 봤으면서...
요즘 과제에 치여 다니는 거 알면서 그런 소릴 하니까 속이 부글부글 막 끓었어요 ㅠㅠ

계속 혼자 중얼거리니까 제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니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지금 오유하고 게임하려고 너보고 비키라고 했냐고. 그리고 애초에 끄라고 했는데도 니가 시작해서 이렇게 된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계속 빈정거려서 결국 참지 못하고 남동생을 한 대 세게 때렸어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화 내면서 때려본 적이 없는데... 그 날은 진짜 다른 애가 된 것처럼 굴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생각하기 전에 손이 나가버렸어요...

근데 아픈 기색도 없네요 ㅎㅎ... 하긴, 어릴 때부터 운동 하면서 자라서 이젠 키도 170을 훌쩍 넘는데,
160도 안되는 조막만한 누나가 한 대 때린다고 아프겠나요... 
맞고서도 끝까지 핸드폰 붙들고 빈정대더라구요 ㅎ...

동생을 때렸다는 사실에 순간 당황했다가, 그 모습에 당황스런 감정도 싹 날라가고 진짜 머리 끝까지 화가 났어요...

근데 한 대 때렸으니깐, 더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너 한 번만 더 그러면 핸드폰을 부셔버릴 거라고 하곤 방으로 돌아가는데 얘가 거기다 대고 웃기시네-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보여주겠다고, 핸드폰 내놓으라고 소리치면서 있는 힘껏 꼬집(또 때릴 순 없잖아요)으면서 화를 내다가 보다 못한 여동생이 그만 해도 된다고 말리면서 쟤 원래 저러니까 화 내지 말라고...  해서
그대로 방에 들어와버렸어요.


물론 저도 잘한 건 아니에요. 아직 어리니까 게임에 집착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어요.
근데 큰누나한테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 건가요?

방에 들어와서 다시 컴퓨터 켜면서... 이제까지 남동생한테 사 준 물건들이랑 그 가격표들이 쫙 머릿속에 나열이 되더라구요... ㅋㅋㅋ 
가족끼리 돈 계산하면서 물건 주고 받는 건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그 돈들이 엄청 억울해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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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금 내는 게 죄송해서 용돈은 제가 벌어 쓰는데요, 주말에 엄청 붐빈(회사밀집지대에 학교 둘, 병원이 바로 옆이에요...) 편의점에서 주말에 2교대로 일하면서... 또 교대하는 오빠들은 시간을 한 번도 지키는 적이 없어서... 9시에 출근해서 10시에 퇴근 하고... 그 와중에도 동생들이 폐기제품이긴 하지만; 샌드위치랑 김밥 가져오는 걸 무척 좋아해서 거의 매일 제일 큰 편의점 봉투(GS)로 두 봉지 바리바리 싸 들고 1시간 걸려 집에 갑니다... 집에 가면 바빠서 저녁을 제대로 못 먹을 때가 많아서 야식 겸 한 끼 먹고 다리 탱탱 부은 채로 잤어요...
그렇게 벌은 돈이거든요... 친구들이 편의점서 일할 때 얘기 듣고 거기 두 명 채용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당장 그만두라고 한 덴데... 발주를 항상 넉넉히 넣어서 그만큼 폐기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부가수입(폐기)이 많아서 그만두지도 못하다가 결국 조별 과제 때문에 이번 달에 그만뒀을 정돈데 ^^...
나도 친구들처럼 MCM 루이까또즈 막 이런 네임드 가방 사고 싶은데, 한꺼번에 그렇게 돈 나가는 게 아까워서 쉽게 지르지도 못하고 3만원짜리 가방 들고 다니면서 그래도 매달 아버지, 할머니, 동생들 뭐 필요하다 싶으면 하나 둘 사주고... 좋아하면 나도 뿌듯하고... 이래서 돈을 버는구나 싶기도 했죠...
아 이렇게 쓰고 보니까 내가 쪼잔해보인다... 맞다 나 쪼잔한 여자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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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 또래 애들처럼 여드름 나서 피부 망칠까봐 아리따움 가서 나도 한 번도 안 써본 스킨 로션 사다가 안겨주고 선크림 챙겨주고 세수 비누로 하면 안된다고 폼클렌징 같이 쓰고... 내가 사고 싶은 옷 살 때도 최소한 후드티 하나씩은 꼭 같이 사서 주고 월급 타는 날이면 치킨이나 피자같은 배달음식... 많이 못 먹으니까 이럴 때라고 먹으라고 시켜주고... 그러고보니까 추석 땐 자기들 선물 사느라 난 한달 내내 빵만 먹었는데...

이런 사소한 것까지 다 생각이 나면서 그런데 이넘은 누나가 밤을 새던 말던 게임이 제일 중요하구나.
제가 게임하는 걸 방해했다는 게 이제까지 받아온 것들보다 더 억울하고 열받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얘가 게임 중독이라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 같아서, 컴퓨터에 암호를 걸어버렸구요.


그 날은 그렇게 서로 말도 안 하고 잤어요.


그리고 어제(금요일), 공강일이긴 한데 정신보건센터에 자원봉사 가는 날이라(전공이 전공이다보니...ㅎㅎ)
일어나서 밥 먹고, 할머니께 컴퓨터 잠궈놨다고 말씀드리고, (이제 애들 게임 못하게 할 거라고 했더니 좋아하시면서 진작 그러지 그랬냐고 하시더군요.) 준비하고 센터에 갔다가 자봉 끝나고 과 동기 만나서
탐탐에서 커피 마시면서 ppt 수정 마치고 저녁 9시쯤에 귀가했어요.

기분도 외출해서 거의 다 풀렸고, 때린 건 사과해야겠다... 그리고 남동생도 잘못한 거 사과하도록 해야겠다... 생각하면서 씻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슬그머니 화장실에 들어오시더라구요.

들어오셔서 너희 어제 싸웠냐고, 밑층 아주머니가 할머니께 어제 엄청 소란스러웠다고 무슨 일 있었냐고 물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근데 문제는, 밑층 아주머니는 저희 싸울 땐 댁에 안 계셨거든요... ㅎㅎㅎ 가족끼리 외출 하시고 늦~게 귀가하셨어요! 내가 어제 점심에 나가시길래 여쭤봤는데...!

그러니까 결론은 뭐에요... 남동생이 할머님께 저랑 싸웠다고 말한거죠.
근데 할머니가 좀 남아선호사상이 심한 편이세요. 
(예를 들어서, 만약 고기가 5점 있고 입은 할머니, 저, 여동생, 남동생 이렇게 4개다. 하면 남동생이 고기 3점을 먹고 할머니 1점, 그리고 저랑 여동생이 1점 가지고 나눠먹게 하십니다. 먹을 걸로 예를 들어서 좀 이상하네요;; 예를 들자면 이에요~ 여동생이랑 남동생이 똑같이 잘못을 해도 여동생은 어머니 발언까지 하면서 화를 내시면서 ^^... 남동생은 애가 그럴 수도 있지~ 남자니까 이해할 수 있어~ 하십니다.)
이건 본인께서는 아직 어리니까 감싸주는거다~ 하시지만, 사촌동생들 중에 제 남동생 또래인 애가 한 명 더 있는데 걔는 그렇게 감싸지 않으시거든요... ^^ 촌수도 둘이 똑같은데 말이지요.

여튼, 저한테 니가 얼마나 빈정거리면서 막말을 했으면 걔가 **(여동생)이 말한 것 처럼 난리를 쳤겠냐
왜 컴퓨터 가지고 동생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자초지종 대강 설명 드렸어요... 그래서 그런거라고... 
그랬더니 할머니는 다 안다구... *(남동생, 외자에요)이가 그랬을 리가 없다고... 하시데요 ㅎㅎ
그리고 컴퓨터 잠궈둔 거 풀으시랍니다. 왜 애를 컴퓨터 못 하게 하냐고.
아침엔 그렇게 좋아하시더니... 

그리곤 나가셔서 남동생 무릎베개 해 주시면서 아버지 앞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척 TV 보시더라구요.


그렇게 되니까 또 화가 나요... 
분명히 집에 들어와서 씻을 때 까지만 해도 화가 눈 녹듯이 사라져서 오늘 마무리 지어야겠다 싶었는데...

그리고 평소에도 체감하고 있었지만, 
나도 할머니랑 피가 이어진 친손준데, 평소에 나는 손녀가 아니라 친딸이라고 하셨으면서... 이렇게 한 쪽 이야기만 듣고 동생한테 그러지 말라고 하시니까

더 남동생이 미워지는 거에요... 
할머니께서 하루 이틀 이러시는 것도 아니고, 셋 다 알고 있는데 둘이 싸운 거 할머니한테 얘기 했다는 건 나한테 한 마디 하라고 말 한 거구나 싶고...


아무 말 없이 방에 들어가서 아까 마무리 한 ppt 어디 빠진 데 없나 보고 조원들한테 돌릴려고 컴퓨터 틀었더니 또 할머니께서 슬그머니 이쪽으로 오시더라구요.

왜 너만 컴퓨터 하냐고, 과제하는 건 컴퓨터 하는 거 아니냐고 막 그러시네요. 
처음부터 그러셨음 몰라요, 위에도 있지만 분명히 아침엔 과제할때만 컴퓨터 한다니깐 그렇게 하라고 하셨으면서...

그래서 다시 한 번 남동생이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암호를 걸었다, 걔도 숙제한다 그러면 풀어줄 거다. 하니깐 게임 이제 안할 거라고 ㅎㅎㅎ 그런 애가 아니라고 그러시네요.

더 화가 나는 건, 남동생이 거실 소파에 누워서 방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고 있다는 거...
(일직선으로 보이게 되어있어요.)


할머니께 알았다고, 그러면 풀어놓는 대신 게임 못 깔게 해놓겠다고 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할 거 다 마치고 누웠는데 잠은 안오고 이틀 간 있었던 일만 생각나고... 하다가 급 눈물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어나서 멈출 때까지 있다가 어딘가에라도 이 감정을 배설(?)시켜야겠다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만약 다 읽으신 분이 있으셨다면,
보면서 언짢으셨다면 죄송해요.
저도 다 쓰고 보니깐 내가 괜한 피해망상이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ㅎㅎ... 그러네요.

어찌됐건 간에,
전 지금 제 남동생을 어찌 대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혼란스러워요....

제가 이제껏 동생들에게 평균 이상은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봐요 ㅎㅎ
아니면 제가 해준 것 이상으로 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많았던 걸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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