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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다가 적다.
게시물ID : freeboard_12662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mpostela
추천 : 1
조회수 : 25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2/12 01: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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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가 교도소에서 갓 출소했다고, 순순히 돈과 라면을 내놓지 않으면 너희의 신변잡기에 애로사항이 꽃필것이다 라며 길길이 날뛰던 기초수급자를
어깨에 살포시 손을 올리고 '이러시면 안됩니다' 하는 순간 집으로 돌려보내는 재주가 있었다. 덕분에 한동안 온갖 동사무소 진상처리는 내가 다 했다.

2. 만날 술먹고 동사무소 찾아와서 상습적으로 깽판치던 인간이 있었는데, 이 인간이 술먹고 동네에서 아는 누님을 말로써 희롱했었다. 너무 화가나서 찾아가서 강아지야 송아지야 한번만 더 그러면 목을 따버린다는 등의 말을 내뱉고 간 다음부터 내가 소집해제 할때까지 동사무소를 찾아오지 않았다.

3. 편의점 알바시절 공짜라이터를 달라고 진상을 부리며, 대한민국 인심이 이것밖에 안된다며 자신의 삶을 개탄하던 취객이 있었다. 
일어서서 손가락 관절을 꺾는것만으로 그 진상은 '지금 나에게 위협을 가하는 거냐'며 편의점밖으로 도망친 후 두 번다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4. 편의점 ATM에서 돈이 안나온다며 발로 기계를 차던 취객이 있었다. 카운터에서 일어나 '기계 발로차지 마세요' 하는순간 날 째려보던 취객. 조용히 과자한봉지를 구매하고는 편의점밖으로 떠난 후 두 번다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5. 전임 야간알바가 주의에 주의를 거듭 줄 정도로 악명높은 노숙자가 있었다. 폐기를 내놔라부터 시작해서 어디선가 빈 쏘세지 껍질을 주워와서는 유통기한이 다 되었다 환불해달라 병원비내놔라 등등의 진상을 피웠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6. 이 외에도 노숙자들이 많이 와서 깽판을 칠테니 조심하라고 거듭 당부를 했지만, 내가 본 노숙자 손님들은 조용히 와서 라면만 먹고 가는 착한 사람들 뿐이었다.

7. 아르바이트 특성상 아이 어머니와 많은 마찰이 있는 아르바이트를 할 적에, 전화로는 당장 쫓아와서 머리채라도 쥐어잡을듯한 기세의 사람들이 나와 몇 분간 이야기를 한 뒤 납득을 하며 순순히 돌아간 일이 많았다.

8. 자신이 정신분열증이 있다며 온갖 난리를 친다는 사람이, 내가 당번을 서는날이면 보이지 않았다.

9. 대순진리교건 신천지건 몰몬교건 뭐건 딱히 날 붙잡고 귀찮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몇 없는 사람도 빈말로 인상이 좋단 이야기는 딱히 안했다.

10. 새벽에 일마치고 돌아가는길에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을 붙잡으며 백원만 달라고 귀찮게 하던 거지가 있었다. 급똥이 마려웠던터라 평소처럼 마이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거지와 눈이 마주쳤는데, 나의 장 트러블을 안다는 듯 거지는 뒤로돌아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신묘한 우주의 힘 덕분인지, 나의 온화한 화법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가 있는 곳에는 그 진상이라는 사람들이 출몰하는 경우가 극히 적었고,
그렇기에 나는 사이다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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