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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아니지만 오유라는 곳에서 보이는 여론형성의 형태
게시물ID : phil_126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케익칼
추천 : 4
조회수 : 553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11/10 11:13:10
오늘의 유머라는 곳에 이제 꽤 오래 있었습니다
거의 매일 들어오거나 최소한 몇일 못들어오면 베오베 정도는 복습했습니다.
최근들어서는 눈에 들어오는 것들만 보고 있지만...

다른곳에서 이 커뮤니티를 "나만 옳은 사람들의 집합" 이라고 하더군요.
그렇지 않은곳 얼마나 될까 싶지만, 그만큼 전투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외치는 곳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할겁니다
남의 일인데도 꽤나 정열적으로 올바름을 외치는 곳이 맞기는 합니다.
다른 곳들 같았으면 그냥 관심없이 지나갈 만한 것들도 이곳은 시끌시끌 해 지니까요
올바름을 향한 토론을 통해서 가치가 확립되고 다양한 시각을 느낀다면 그것이 더 나은 자아형성과 성찰의 기회가 되므로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도 봅니다만
요즈음은 굉장이 공격적, 전투적으로 자신의 가치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와중에 타인의 권리마저 무시하는 몇몇 분들로 인하여 모든 논쟁이 굉장히 소모적이고 이분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없지않아 있는 듯 합니다.
중도의 공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사실 중도는 싸움에 안끼면 됩니다. 그냥 글이 좀 묻히는게 단점일수도) 제3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공간도 사라지고
더 나아가서 정반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겉에서 보면 이곳은 매우 예의바른 곳입니다
모두가 존대를 사용하며 군대간다 하면 베오베도 보내주고, 참 인정많은 곳이죠
그러나 토론의 시간이 오면 그 예의는 찾아보기가 어려우며 (저 자신도 이 글을 쓰며 돌이키면 부끄러울때가 많습니다.)
논리와 설득의지는 더더욱 찾아보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정반합을 위해서는 상대가 내가 하는 말의 요점을 이해할 수 있게끔, 나도 상대의 관점에서 잠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논쟁들은 "나"의 관점에서 모든 논리가 완결되기 때문에 생각이 바뀌거나 발전적으로 진보하는 더디게 일어나고, 일어나는 와중에도 소모적 논쟁은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이 소모전을 견디지 못하면 정반합의 상승효과 없이 그저 논쟁은 소모전만으로 에너지가 다해 쓰레기가 되어버리고 말죠.

이 예의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버렸는데
비공감 문제도 동일한 맥락에서 한번 논의가 다시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기엔 모두가 조금씩 지쳐있지만요.



그럼 오유의 여론형성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먼저 설명드려야 할 것은 오유엔 세가지 여론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1. 세부 게시판의 여론
2. 베스트 게시판의 여론
3. 베오베 게시판의 여론
이 세곳의 온도차는 심할때는 극과 극입니다.

그럼 여론은 어떠한 순서로 만들어지는 걸까요?

-초기-
일단 세부계시판 내부에서 베스트 게시판으로 이슈가 융기됩니다.
대부분의 이슈는 한번에 폭팔적으로 여러개의 베스트 글을 생산하게 되며
초반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전이기 때문에 글과 동감하는 한가지 의견이 대다수의 댓글을 차지하며
이것이 베스트 게시판의 주류 여론이 되고, 바로 베오베로 직행합니다.
베오베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이슈에 대해 알게되며, 두세개 관련글이 베오베를 가면 베오베 게시판의 주류여론 또한 형성이 됩니다.

-중반-
베스트와 베오베 게시판에서 이슈를 접한 사람들 중, 각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더 할말이 있는 사람들이 세부계시판으로 들어옵니다
그곳에서 수많은 논쟁과 토론을 거치며(일부 소모적입니다만) 세부계시판의 여론을 재형성합니다.
바뀔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때도 있습니다.
바뀐 경우, 베스트 게시판으로 바뀐 여론의 표출이 나타나게 되며, 이때 베스트 여론은 뜬금없는 의견이 들어온 것으로 보이므로 배척합니다.
세부계시판 입장에서는 베스트에 가니 닥반을 받아 내려가는 탄압으로 보이게 되며
베스트게시판에서 주로 활동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뜬금없이 조작처럼 새로운 의견이 등장한 것이 되어 반목이 심해집니다.
이러한 반목을 통하여 어찌저찌 여론은 다시한번 수렴이 되고 이 소모전을 통하여 또다시 많은 낙오자? 포기자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어찌저찌 이러한 의견이 베오베 게시판으로 옵니다.
다시 똑같은 일의 반복입니다.
하지만 베오베 게시판의 인원은 매우 많습니다. 모두 한마디씩 하자니 아주 소리도 크고 우르르 우르르 처럼 들리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처음에 만들어진 여론에서 새로운 세부게시판의 여론은 새로운 소리인지라 여기서도 갑논을박은 또 필요하게 됩니다

-후반-
대부분 유저들은 본인의 생각들을 어느정도 정리합니다.
세부게시판, 베스트 게시판, 베오베 게시판 모두 논쟁의 범위가 크게 다르지 않고, 다른 게시판까지 여파가 번지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설득력이 없으면 사장되므로 크게 우려할 만큼은 아닙니다
아직까지도 누가 옳은가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쯤되면 모두가 이슈에 대해 질려버리기 때문에 싸우는 양측 모두 핀잔만 되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대다수가 어휴 아직도 싸우냐, 는 말을 할 때쯤 이슈는 묻힙니다.
이 이슈는 다시 가져오면 또 다시 핀잔을 듣습니다.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엔 핀잔을 듣기도 전에 새로운 이슈가 나타납니다.


오유 시스템적 문제는 중반에서 나타나는 베스트와 베오베 여론의 차이을 만나면서 나오는 오해에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조금 더 보완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모자란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지난 5일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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