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동녘 출판사'와 프란시스 베이컨의 [극장의 우상]
게시물ID : phil_126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몽연
추천 : 4
조회수 : 104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11/12 02:22:36
프란시스 베이컨의 우상론의 4가지 우상 중, '극장의 우상'이란 것이 있다. 이는 권위나 전통을 지닌 대상의 주장이나 학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인식의 오류를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에 굴복하여 그것에 

기대고 의지하곤 한다. 이는 마치 극장의 무대 위 배우같이 주인공의 대사를 흉내내는 것에 불과한 것과 같다.  

유명한 교수의 이론을 별다른 검증없이 맹신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아이유의 노래 <Zeze>의 논란이 커질 무렵, 동녘 출판사는 자사의 페이스북에 '아이유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로 시작하는,

아이유의 제제에 대한 해석이 잘못됐다는 글을 올려 아이유의 대한 비난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이에 대한 사과문을 올리면서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 점을 사과했다. 


처음 동녘 출판사의 페이스북에 글이 올라왔을 때, 사람들은 동녘 출판사의 의견과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동녘 출판사의 역사가 오래되었고, 양질의 도서들을 출판해왔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동녘 출판사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출판하기 위해 원작자를 설득하는 등 공을 많이 들였다는 얘기가 SNS상에 퍼지면서 

사람들은 더욱 동녘 출판사에 동조하고 아이유에게 너나 할거 없이 날선 비판을 퍼부었다. 


하지만 원작자도 아니고 원작의 출판사도 아닌, 원작을 수입하고 번역한 출판사에서 

작품에 대한 감상의 기준선을 정해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문학이란, 작가의 손을 떠난 순간 하나의 독립적인 텍스트로 존재한다. 각자의 독자들은 

이에 대해 독자적인 감상과 해석을 하게 되며 원작자도 이에 개입할 수 없다. 

상처받은 존재는 완전히 선한가? 

출판사가 직접 나서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며 각기 다를 수 있는 독자의 판단을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규정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권위있는 출판사의 주장에 기댄 채 자신의 감상(혹은 출판사의 감상)과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로 작품을 대상으로 한 

노래에 비난을 퍼붓고, 그 노래를 만든 아티스트를 도덕적으로 규탄하며 매장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극장의 우상이 더욱 와닿았던 것은 동녘 출판사를 비판하는 댓글에 달린 대댓글을 보면서였다. 

그들의 대상도 없고 의미도 모호한 사과문을 비판하는 댓글에는 곧잘 '동녘이 어떤 출판사인줄 아느냐', '동녘이 어떤 책들을 출판해왔는데'

등의 대댓글이 달렸다. 주장 혹은 의견에 대한 근거있는 반박이 아닌, 출판사의 권위만을 앞세워 사람들의 입을 막는다.

이런 모습에서 철학 지식도 얕은 내가 곧바로 '극장의 우상'을 떠올린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