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매우 어렸을 때 부터 읽었어요.
어머니께서 자기 전에 탈무드, 이솝이야기 같은 책들을 읽어주시곤 했었고
자라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꽤 많아서 자연스레 읽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때는 학교 중앙에 큰 원형 복도가 있었는데
3~4층 전체가 책장으로 둘러져 있었거든요.
그걸 쉬는시간마다, 점심시간마다 가서 아무책이나 골라잡고 읽고 또 읽고
교실로 몇권 가져와서 수업시간에 읽고
집에 와서 또 무언가를 읽고
활자 중독처럼 읽어댔던 시기가 있었던것같아요.
거기 있는 책 거의 다 읽기까지 2년간 수천권을 읽었네요.
그리고 그 시기에 제 읽는 속도는 상당히 빨라졌었어요.
막바지 때는 200페이지 조금 넘는 보통 책 한권에 20분?
이야기 책이 많기도 했고. 전문적인 속독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 되더군요.
그런데 중학교쯤 들어서서 난독증 같은것이 생기더라구요
그렇게 어렵지 않은 글도 예전처럼 한번 주르륵 읽어 나가기만 해서는 의미가 잘 이해되지를 않는거에요
공회전 하듯 같은 글귀를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표현 하나 하나를 보면서 300~400 페이지 짜리 쉬운 소설 한권 보는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 금세 대 여섯시간이 걸리더니
어떤 때는 열두시간이 모자란 적도 있었어요.
그 때 보다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그 시간이 지금도 굳어져있습니다.
책 읽을 때의 집중력은 매우 좋은 편이에요.
어린시기나 학생 때는 한번 책을 읽기 시작하면 시간도 증발 해 버리고 바로 옆에서 불러도 몰랐어요
서점에서 서서 책을 읽어도, 다리가 너무 아파서 몇번 두드리고 굽혔다 폈다 하다 보면
몸은 온통 지치고 배고프고 열시간쯤 훌쩍 지나갔구요.
책 읽는 시간이 이렇게 길어진것은
활자에 담긴 정보량이라는것이 일반적인 생각 이상으로 방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제가 평소 읽는 통독을 하게 되면
표현과, 구성과, 정보와, 글 쓴 사람의 마음을 동시에 파악 해 가면서 볼 수 있어요.
물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정보량에 따라 접근하고 해석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지만
통독하는 행위 자체가 정보간의 연결 고리를 엄청 증폭시키거든요.
그리고 이런 경험이 지속적으로 쌓이면 읽기 능력 뿐만 아니라
비 일상적인 글을 쓰는 능력이 드라마틱하게 향상됩니다.
통독은 꽤 괜찮은 행위에요
저야 뭐 여지껏 다 본 책을 합쳐봐야 교과서와 교재를 합쳐 만권이 조금 넘지 않나 싶은
읽은 권수를 자랑 할 수는 없는 사람이지만
책이 담고 있는 정보는 추출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 처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