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후반
내 부모에게 나는 아직도 "제 밥값 못하는" 찌질하고 남부끄러운 딸
내가 내 생애 마지막 사랑이라고 생각한 남편에게 나는 아마도... 더 이상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그저 그럭저럭 같이 살아가는... 여자
나는
나름대로
너무나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내 소박한 소망들과 바람들은 왜 이다지 요원한 건지
나는 왜 아직도 헤매이고 있는 건지
어디서부터, 대체 무엇을,잘못한 건지
나에게도 꿈 많던 어린 소녀의 시절이 분명 있었는데
선생님들 어른들로부터 앞날이 촉망된다는 소리를 듣던 기억도 흐릿하게나마 남아있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난 어른이 되어있는지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삶을 지속하고 있는지
"단 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이라서 태어난 거니?
아니잖아.
이러려고,
이렇게 괴로우려고,
이렇게 외로우려고,
이렇게 지난한 하루하루를 버텨내려고,
애써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는데
아마도,
아무도...
초침 소리 유난히 큰 새벽
1시 54분
나는
왜
홀로 울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