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노트로 먼저 알려진 게임패드 플레이 개선 업데이트, 오늘자 테스트 서버 업데이트로 바로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XBox one 의 게임패드를 사용 중이고, 평소에도 게임패드 지원 되는 게임은 대부분 이걸로 게임하는 편인데요. 특히 엑박 계통의 패드들은 진동을 제한적으로 지원한다는 사실에 특히나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제 주 캐릭인 햄오나로 니플헤임을 몇번 돌아본 감상 및 아쉬운 점을 한번 적어보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솔직히 많이 아쉽습니다. 사실 게임패드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을 패드로 게임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들은 키맵핑이나 진동 지원 여부 등의 저차원적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것들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유/무료 서드파티 프로그램(유명한 예로 xpadder)들을 통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고, 오히려 문제되는 것들은 UI라는 포괄적 단계에서 일어납니다. 먼저 이번 업데이트로 삭제된 링커맨드의 예를 들어 한번 설명해보겠습니다.
대용량 이미지입니다. 확인하시려면 클릭하세요. 크기 : 2.68 MB
직관적이고, 빠르다.
이것은 올해 화제의 FPS 게임 'DOOM'의 무기 선택창입니다. 이런 형태의 선택창을 링커맨드라 부르는데요. 못보신 분들을 위해 설명해드리자면 버튼 하나를 누르면 이 선택창이 뜨고 고르고자 하는 대상이 있는 방향으로 마우스나 아날로그 스틱을 밀면 바로 선택이 완료되는 방식입니다. 이런 비선형적 선택창이 지금의 망전처럼 순차적으로 퀵슬롯을 돌려가며 선택하는데 비해 갖는 우위는 바로 속도에 있습니다. 감이 잘 안오신다면, 지금 망전에서 모든 스킬을 퀵슬롯에서 내리고 X와 Z키만으로 스킬을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답답해 죽습니다. 맨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더 나아가면 반대로 가는걸 이용하더라도 멀리 있는 퀵슬롯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버튼을 5번이나 눌러야 합니다. 링커맨드는 분명 개선이 필요한 UI 요소였으나, 그 말은 분명 개선이 가능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스킬을 선택하기 위해 커서를 얼마나 옮겨야 하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망전에서 전투에 나가게 될 때마다 매번 누르게 되는 것이 바로 준비 또는 출항 버튼일 것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버튼을 누르려면 마우스 커서를 띄워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전투 중에도 지역을 넘어갈때 F12(주제와는 별개로 이거 따로 키 바인딩이 안됩니다. 키보드+마우스일때도 불편한 요소)에 해당하는 버튼이 없어 키보드로 눌러주거나 마우스 커서를 띄워 자그마한 버튼을 아날로그 스틱으로 조준(?)해 눌러주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는 마우스를 기반으로 설계된 UI를 패드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패드 기반으로 UI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 패드를 지원한다'라고 말하려면 이런 것들을 고려하고 반영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용량 이미지입니다. 확인하시려면 클릭하세요. 크기 : 2.19 MB
스틱으로 매번 이러기는 힘들잖아...
본질적으로 게임패드는 키보드+마우스에 비해 기능을 할당할 버튼이 적습니다. 엄지 손가락 2개만으로 대부분의 버튼을 다루거든요. 아날로그 스틱을 다룰때는 십자키를 누르기 어렵고,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패드를 지원하는 게임들은 게임 안에서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두가지 방법을 활용합니다. 하나는 여러 기능을 한 버튼에 몰아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버튼들의 조합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두가지 방법 모두 망전에서도 예를 찾을 수 있는데요. 전자는 카록이 힘겨루기를 잡기 키로 하는 것이 있겠고, 후자는 피오나의 헤비 스탠더처럼 회피+앞으로 방향키 를 조합해서 쓰는 것이 있겠지요. 감이 오셨겠지만 본디 조작법이란 것은 모두 캐릭터 별로,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회피 키만 해도 가드, 헤비 스탠더, 구르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피오나와 오로지 구르기만 있는 카이의 회피 키가 같은 방식일 순 없습니다. 대부분의 콘솔 게임이 플레이어의 일부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정된 조작법 레이아웃 몇가지로 한정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UI 개발 단계에서만 가능한 조작법의 최적화를 달성하기 위해서인거죠.
엄지 손가락으로 스틱 2개, 십자키와 버튼 4개를 다뤄야 한다.
콘솔 게임이 언급되었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조작법이란 것은 대부분의 게임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전통(?) 비슷한게 있습니다. 망전을 포함한 대부분의 액션/슈터 장르에서 캐릭터를 움직이는 조작키가 WASD인 것처럼, 게임패드에도 그러한 전통이 있습니다. 엑박 계통의 패드를 기준으로 A 버튼은 보통 선택/완료 등에 할당되고, X 버튼은 잡기/인터렉션 등에 할당되곤 하죠. 이건 PC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여서 패드로 다른 게임들을 좀 해보셨따면 알만한 사실인데, 이번 개선 업데이트를 하신 분이 패드로 게임을 많이 안해본건 아닐까 하는 인상이 조금 있습니다.
진동... 취향 문제이지만 이 이야기를 안할 수 없습니다. 진동은 패드의 메인 피쳐중 하나이고, 심지어 Xbox One은 4축 진동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개발자 노트에 따르면 진동이 컨트롤에 방해적 요소가 될까봐 뺐다는데 저는 이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먼저, 패드의 진동은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서 겪는 진동과는 다릅니다. 유일하게 진동에 영향을 받을 조작 요소는 아날로그 스틱뿐이고, 이마저도 망전에서는 아날로그 인풋이 카메라(시점) 전환밖에 없어서 없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사실 어떤 게임에서건 진동때문에 조작에 어려움을 느꼈다! 라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햄오나로써 롱해머로 스티그마 풀챠징을 좡! 좡! 촹! 쿠와카카코ㅠㅏ키ㅏ카ㅗㅋ콰카ㅗ카ㅗ카ㅗㅋ앙!!!!! 하는데 왜 진동을 못느끼냐고!!!!!! 그냥 캐릭터 별로 진동 할당할 시간이 없었다고 Or 귀찮았다고 왜 말을 못하니!!!!!
팬티그마가 이렇게 쎈데 진동이 없냐!!!!
세줄 요약.
패드로 하는데 왜 자꾸 마우스를 잡게 만드니? 쳐맞을때만 울리는 진동, 너 나 놀리냐? 게임패드 지원 귀찮았다고 왜 말을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