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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 손을 거쳐간 카메라들 (초스압, 아재주의)
게시물ID : camera_71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wanhearts
추천 : 10
조회수 : 97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10/22 12:32:14

mx.jpg

1. 아사히 펜탁스 MX + SMC 50mm 1.7F

어느 집이나 장롱을 열면 하나 정도는 있다는 그 장롱 카메라입니다. 선친이 젊은 시절 구매하신 카메라라고 들었어요. 이 카메라에 대한 기억은 냄새. 뷰파인더에 눈을 가져다대면 코를 찌르는 그.. 오래된 플라스틱 냄새 같기도 하고 약품 냄새 같기도 한 그 냄새 밖에 없습니다.

항상 장롱을 열면 있었고, 가끔씩 꺼내서 촛점링도 돌려보고 공셔터도 날려보고 하면서 가지고 놀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마치 그랬어야 하는 것 처럼 집안에서 사라졌습니다. 누가 훔쳐갔는지 어쨌는지..

그 유년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요즘도 가끔 펜탁스에서 발매된 MX-1을 유심히 살펴볼때가 많습니다. 그냥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7i.jpg

2. 미놀타 디미지 7i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월드컵의 열기가 겨우 가라앉았던 2002년의 11월. 처음으로 제 돈주고 장만한 카메라였습니다. 그 당시 돈으로 백만원 정도 했으니까 결코 저렴하다고 볼 수 없는 가격의 카메라였는데... 겨우 두 달만에 내다 팔고 맙니다. 사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가 배우고 다루기에는 카메라에 기능이 많아도 너무 많았던거죠 ㅎㅎㅎ

사실 지금도 저 카메라를 주면 그 수많은 기능을 모두 숙지할 자신은 없습니다. 정말 짧았던 첫사랑.


배갈.jpg

3. 올림푸스 카메디아 E-100RS

역시 카메라는 전문가 간지가 철철 흘러넘치는 블랙이 으뜸이지! 하면서 샀던 카메라.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150만 화소의 압박이 심했으나, 나름 10배줌에 초당 15연사라는 어마무시하지만 밸런스 패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스펙.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초창기니까 출시가 가능했던 카메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손에서는 겨우 열흘인가 보름 정도만 머물러 있다가 팔려나갔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지 사흘만에 바닷가 가서 날아가는 갈매기떼들 한 번 우루루룩 하면서 찍어보고는..

'아.. 내가 대체 이걸 뭐하러 샀지?'

바로 팔아치웁니다. 다른 기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적어도 카메라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안맞는 브랜드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지론을 심어준 카메라였죠. 저는 올림푸스와는, 지금도 영 상성이 맞지 않습니다. (후에 직장에서 다루게 된 업무용 카메라도 올림푸스였는데 영 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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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소니 사이버샷 DSC-F717

드디어 등장한 제 첫번째 인생 카메라. -지금은 별 의미없지만-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레이소다 일면도 가보고, 20대 초반의 감성이 듬뿍 살아있는 사진도 많이 남겼고 아직까지도 함께 하고 있는 여러명의 친구들도 만나게 해준 소중한 카메라입니다. 

정말이지 격하게 아끼고 애정했던 카메라지만, 의외로 8개월 만에 친구에게 팔아넘깁니다. 

즐겨찍는 사진의 스타일까지 정립시켜 줬는데, 그게 하필이면 이 카메라(아니 동시대의 디카 전부)의 최약점이었던 드넓은 화각을 이용한 풍경 사진이어서..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는 정리하고 SLR로 넘어가게 됩니다. 

친구에게 팔아치운지도 어언 14년이 흘렀는데, 제 친구는 아직 이걸 가지고 있더라구요. 가끔씩 들고 나오라고 해서 만져보기도 하는데, 그냥 여러가지로 가슴이 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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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놀타 알파 707si + 24-85mm F3.5~4.5 + 70-210mm F4 (통칭 김밥렌즈)

첫번째 디카도 미놀타를 사더니 첫번째 SLR 역시 미놀타를 고릅니다. 그래놓고는 또 3개월만에 내다팝니다 ㅋㅋㅋㅋ 이런 병신같은 나 ㅋㅋㅋㅋㅋ
팔아치운 이유는 바디 색깔이 유광이라서 번들번들거리는게 도무지 간지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메라와의 인연은 사람들 사이의 인연과도 비슷하구나 라고 느끼게 해준 브랜드가 미놀타입니다. 항상 동경하고 가지고 싶어하지만 막상 내 것이 되면 어쩐지 흥미가 식어버리는. 지금은 소니의 DSLR로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미놀타의 필름 SLR은 뭔가 정말 하이테크의 정점 같은 이미지? 공돌이들이 숨도 안쉬고 만들어낸 카메라 같은 그런 이미지가 있었어요. 

제가 썼던 a707si만 해도 발매년도(94년)를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신기술이 들어가 있었는지.. 인텔리전트 카드 시스템이라고 해서 각 상황에 맞는 설정이 들어있는 카드(CF카드 같은)가 들어가는 슬롯도 옆구리에 있었고, 뷰파인더에 눈만 가져다 대면 대기 모드에 들어가 있던 카메라가 알아서 켜지면서 촛점까지 잡는 아이 스타트 AF(이건 소니 DSLR에도 들어가죠?) 같은 기능도 있고. 

정말 그때 알파 세븐이 얼마나 가지고 싶었는지...

지금은 복사기나, 선팅지(!) 브랜드로만 만나볼 수 있는 미놀타에게 잠시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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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니콘 F80D + AF 니코르 24mm 2.8D + AF 50mm 1.8 non-D

디카 포함 카메라를 4대를 쓰고 나서야 처음으로 메이저 브랜드를 사용하게 됩니다. 여기에 당시에는 최고의 성능으로 이름 높았던 니콘의 필름스캐너 쿨스캔 4ed를 포함. 이 정도면 DSLR 필요없짘ㅋㅋㅋㅋ 이러고 다녔는데.

막상 2.8 망원줌을 사려고 돈을 야곰야곰 모으다 보니.. '음? 있는거 다 팔면 DSLR 각인데?' 
게다가 필름도.. 100% 슬라이드, 그것도 벨비아 50만 주구장창 쓰다 보니 필름값과 현상비용이 감당이 불감당이 되서..
그렇게 또 넘어가게 됩니다 ㅋㅋㅋㅋㅋ 

s2pro.jpg

6. 후지필름 파인픽스 S2Pro + 토키나 12-24mm F4 + AF 니코르 35-70mm 2.8D + AF 80-200mm 2.8D

첫번째 DSLR 그리고 두번째 인생 카메라. 아니 어떤 의미에선 진정한 인생 카메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05년 10월부터 눈물을 머금고 헐값에 가방채로 팔아치운 2015년 11월까지 무려 10년 동안 함께 했던 쵝오의 친구.

지금은 누구 손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내고 있을지, 아니 아직 작동은 하고 있을런지 궁금합니다. 


출처 내 거친 지갑과, 불안한 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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