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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고마웠어 사랑해
게시물ID : animal_1698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잘안나라머리
추천 : 16
조회수 : 680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6/10/23 07:59:28
2003년. 일병 휴가를 나왔다.

외동아들인 아들을 군대 보내고 엄마가 많이 외로운 거 같다.

친구들과 술한잔 하고 집에 가는데, 애견센터 유리창 너머 꼬맹이들이 곤히 자고 있다.

나도 모르게 안으로 들어갔고. 

어떤 놈을 데려갈까 망설이고 있으니 샵주인이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하얗고 조그만 녀석을 데려온다. 

"예쁜 녀석이라 아무나 데려가는 게 싫어서 안쪽에 들여놨었는데, 손님이 데려가실래요?"

이놈이다. 

애완견을 키워본 적이 없는지라 주인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집으로 데려갔다.

그 땐 애기라서 그런지 모르고 있었는데, 아무튼 하루종일 잠만 자길래 "몽이" 라고 이름지어줬다.

아버지께서는 노발대발 하신다.

"어쩌자고 개ㅅ끼를 데려왔냐!! 당장 환불하고 와!!"

"난 몰러. 엄마가 잘 키운댔으니까 알아서 하슈"




부대 복귀 하고 3개월만에 휴가를 나왔다.

집에 아무도 없나?

현관을 들어서니 집에서 인기척이 들려온다

"우쭈쭈쭈쭈~ 우리 몽이~ 오빠 왔나부다~~ 오빠한테 가봐~"

아버지다.




그 뒤로 13년간 그녀석은 우리집의 가장 큰 보물이 되어있었다.

부모님이 아주 크게 싸우고 이혼할 위기에서도, 집 나갔던 엄마가 몽이 생각에 집으로 돌아와 두 분이 다시 화해를 하시기도 했다.



3년전인가. 몽이가 기침을 심하게 해댄다.

"얘 왜이래?" 

"심장병이라는데 호흡기 질환도 같이 온거래. 요새 약먹이도 있어"



부모님댁에 한두달에 한 번 씩 내려가는데, 그 때마다 용케 날 기억해주고, 

밤에 자고 있으면 슬며시 다가와 옆에서 코골이를 한다. 

기침을 할 때면 옆에 꼭 붙어서 쓰다듬으며 말해줬다.

몽아~~ 사랑해~~ 괜찮아~ 힘들지~ 괜찮아~

괜찮아 질거야.



하지만 기침은 떨어질줄 몰랐고, 

나이를 많이 먹어 관절도 많이 약해져서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 

산책을 나가도 걷지를 않고, 안아주면 그제서야 헥헥 대며 바람을 느끼며 좋아한다.



"지운아, 엄마가 병원가서 들었는데 강아지들 호흡기에 좋은 약이 있다는데, 그게 해외배송을 해야 한대. 네가 주문 좀 해줘"

약을 주문했고, 열흘정도 걸려 집에 약이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Untitled-1.jpg


밤새 기침을 심하게 해서 옆에서 간호하시다가 기침이 잦아들고 몽이도 잠이 들어 주무시러 갔다는데,

한시간 뒤 다시 가보니 세상을 떠나있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받은 약을 다 먹이면 먹여보려고 새로 주문한 약은 먹여보지도 못했다고 하신다.

수의사 말로는 노견들이 심장병에 걸리면 보통 2년안에 죽는다는데, 몽이는 3년을 살았으니 오래 잘 산거라 한다.



부모님께 연락을 자주 안드리는데, 그래도 몽이가 죽고 나서는 하루에 한 번 씩 엄마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

그런데 늘 베란다에 앉아 계셨다거나 놀이터에 가서 앉아계신다거나 하신다.



엄마한테 예전부터 좋아해온 그림을 보내드렸다.

1.jpg



엄마, 우리가족 앞으로 오래도록 행복하게 지내다가 나중에 몽이 만나자. 힘내요.




몽. 잘가. 고마웠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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