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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길냥이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
게시물ID : animal_1698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adless99
추천 : 4
조회수 : 4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23 19:40:41


사실 난 동물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동네에 비교적 흔하게 보이던 유기견이나 길냥이들에게 팔다 남은 고깃조각을 던져주거나(집이 고깃집이였음. 삼겹살 전문.) 참치캔 정도는 따 주고는 했다.

먹을 것을 던져줘도 멀찍히서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다 내가 어느정도 멀어져야 잽싸게 달려와 음식을 입에 물고 다시 멀찍히 달려가선 허겁지겁 머어치우면서도 계속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 개나 고양이들을 보며 '짜식들...의심은 많아가지고...' 하며 공기만 쓰다듬고 말아버린 손가락들을 주머니에 푹 찔러넣고 돌아서기도 자주했었다.

그 놈을 처음 만난 그날도 그랬다.

그녀석은 흔히 말하는 턱시도 냥이로, 

경계심 가득하던 다른 놈들하곤 다르게 사람이 다가서도 '뭘 봐?' '왜 와?' 하는 눈으로 빤히 쳐다 보던 그놈.

자기 전에 간단하게 맥주나 한잔 할까 싶어 안주 삼아 사들고 왔던 쇠고기 육포를 결국 다 먹어치우고서도 입맛을 쩝쩝다시며 더달라는듯 야옹 거리던 뻔뻔스럽던 놈.

어이가 없어 "넌 사람을 너무 안무서워하니 길바닥에서 오래살긴 글러보인다? 형이 지금 가진건 니가 다 먹었는데 그래도 부족하면 따라와 볼래? 참치캔 정도는 하나 따다주마." 했더니만 진짜로 집까지 따라와 현관문으로 당당하게 입성하던 황당한 놈이였다.(원래 동물들을 별로 좋아하지고 않고 기관지염 까지 겹쳐 동물이라면 질색팔색하시는 어머니 덕에 다시 쫒겨나긴 했지만)

그 이후로 우리집을 아예 자기 영역으로 삼은건지 낮동안 에어컨 실외기 위에 턱 드러누워 팔자좋게 낮잠을 자다 내가 퇴근만 하면 쪼르르 달려와 밥먹는 옆에서 자기 밥도 내 놓으라며 야옹대는 통에,

위생상 문제도 있고, 덩치큰 고양이가 빤히 쳐다 보고있으니 무서워하는 여자 손님들도 가끔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이놈이 아침마다 집앞에 죽은 쥐를 물어다 놓게 된 바람에(...) 냥줍을 결심 했다.

문제는 내가 직접 키울수는 없으니 키워줄 사람을 찾는거였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촌동생이 마침 친구중에 고양이 기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대는 애가 있다며 사진을 달라기에 몇장 찍어 보내 줬더니 꼭 키우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달려 들기에 잘됐다 싶어 24시 동물 병원을 찾아 이 고양이 놈을 데려 갔다.

이런 저런 예방 접종에 피부병을 진단 받아 약을 처방 받고 중성화 수술 일자를 예약하고 나니 지갑이 스팀 세일 기간때보다 더 얇아져 버렸지만,

이 개인지 고양인지 분간이 안가는 붙임성 좋은 녀석이 좋은 집사만나 잘살길 바라는 마음에 예정에 없던 지출을 아끼지 않았다.

며칠 시간이 지나 피부병도 없어지고 덤으로 땅콩(...)도 없어진 녀석을 동생 친구에게 데려다 주고 몇번이나 고맙다고 인사 받을땐 좀 뿌듯하기도 했다.

고양이 사진 보내 준다며 카톡 아이디 알려달라던, 

두어달 정도는 꾸준히 사진 몇장씩은 보내주던 동생 친구가 유럽 여행을 떠난다며 고양이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을땐 설마 했다.

설마 설마 했었다.







그리고 난 이제 더이상 길냥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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