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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돋는 대한민국 양궁이야기... ㄷㄷㄷㄷ
게시물ID : sports_333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reen-
추천 : 19
조회수 : 166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0/11/22 21:33:52
에드먼드 힐러리가 에베레스트를 초등한 지 두 번째 등정에 성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했다.그러던 것이 이제는 마지막으로 세계산악연맹이 집계했던 지난 2005년 한해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하도 많아져 산악연맹은 집계를 포기했다고 하더라.
이건 무얼 의미하는가.첫 시작이 어렵지만 누군가 물꼬를 튼다면 그 다음에는 봇물 터지듯 그 장벽이 무너뜨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로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장비의 과학화와 발상의 전환이다.

먼저 장비의 과학화와 관련해선 양궁에서 장비갖고 장난치는 일이 너무 많았다.미국에서만 경기용 활을 생산하고 한국은 타이완총판을 통해 구입해왔다.그런데 애틀랜타올림픽을 앞둔 1995년 우수한 활제품이 새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타이완총판에 연락했더니 미국 본사에서 한국에 팔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는 것이었다.결국 이 활을 쏘아보지 못한 상태에서 애틀랜타 올림픽에 나가 참패하자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양궁협회는 난상토론끝에 외제 활을 절대로 국내대회에서 사용하지 말자고 결의했다.당연히 난리가 났다.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죽일 작정이냐고 아우성을 쳤다.

그때 양궁협회는 국내에서 만든 장난감활을 갖고 경기를 하도록 했다.장난감을 갖고 하니 승부는 예측불허였고 운칠기삼으로 바뀌었다.이런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니까 장난감 활을 만들던 국내 공장이 경기용 활을 제조하기 시작했다.선수나 협회는 제조업체에 제품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하기도 하면서 제품의 질도 높아졌고 이제 세계대회에선 국내 활제품만 찾게 된 상황으로 바뀌었다.이런 바탕 위에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국산 활을 들고나가 금 4개중 3개를 땄고 아테네올림픽에서도 같은 활로 같은 성적을 올렸다.
지난 7월 라이프치히 양궁선수권 16강에 오른 팀들이 모두 국산 활을 쓰고 있었고 감독 등 코칭 스태프도 대다수가 한국 사람이었다.양궁이 들어온 게 20년 전이지만 피나는 고통 끝에 이제 세계 어느나라 사람이라도 한국이 종주국이란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1984년 서향순이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첫 금을 딴 지 20년 만에 종주국 입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96년 애틀랜타 실패 이후 10년 만에 모든 선수와 지도자,협회가 똘똘 뭉쳐 이 모든 일을 해냈다.할 수 있다.활제품을 갖고 장난쳤지만 이것도 10년 안에 돌파해냈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다섯가지에 대해 말하겠다.적어도 10년 후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5년 전에 했어야 할 일을 지금 하고 있다면 그건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양궁협회는 경기방식을 갖고 각국이 장난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난상토론을 거쳐 외국에서 바꿀 수 있는 경기방식 네 가지를 골라 오래 전부터 이를 모두 소화하는 훈련을 쌓아왔다.해서 어떤 대회에서 어떤 식으로 장난치든 다 이겨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도자라면 다른 이가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춰야 한다.과거 하던 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성적을 단 1점이라도 올릴 수 있다면 뭐든 해보아야 한다.두바이의 신화를 일군 세이크 모하메드가 말한 것은 기획과 전략이었다.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위기의식을 불어넣으면서 뭔가 새로운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

엄격한 도덕성과 신뢰,희생하고 헌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코치가 뒷짐지고 선수들에게 노력을 강요해선 곤란하다.단 3초의 생각 없는 언행으로 평생 선수들의 가슴에 응어리를 지게 하지 말고 본인이 솔선하고 절제된 언행을 해야 한다.희로애락의 감정도 얼굴에 비쳐선 안된다.
태릉선수촌 분원에서 훈련할 때 보면 그날 지친 훈련을 마치고 완전 그로기 상태에서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식사 뒤 눈에 안 띄면 다른 한 명이 슬쩍 빠져나간다.그렇게 한 두 명씩 빠져나가다보면 나중에 밤 9시쯤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는다.해서 애들 또 올라갔네 하고 올라가보면 밤에 나이트 켜놓고 활쏘기에 열중하는 애들 보게 된다.이런 식이었다.이렇게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면 세계 최강이 됐던 거다.
지쳤다는 말은 지루해졌다는 거다.지루하니까 싫증났다는 얘기다.

평소 긴장시키는 훈련과 집중력을 갖추는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양궁 선수들의 특유의 집중력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최경주 선수가 하루 10시간씩 4000개의 공을 친다는 인터뷰를 보고 우리 양궁 아직 멀었다,더 활을 쏘아야 겠다고 생각했다.우리 선수들은 전에 200발 쏘던 것을 지금 600∼1000발로 늘렸는데 최경주 선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구나 생각했다.그렇게 쏘려면 기초체력과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야 가능하다.그만큼 치열한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양궁은 10개월동안 7차례 선수선발전을 치러 그 경쟁과 위기의식,집중력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1차전은 활을 잘 쏘는 기술에 초점을 맞춰 뽑고 
2차전은 정신력,
3차전은 담력,
4차전은 집중력,
5차전은 승부근성,
6차전은 환경변화 적응,
마지막 7차전은 심리적 압박을 어떻게 견뎌내느냐에 초점을 맞춰 뽑고 있다.이렇게 스타와 무명 선수가 아무 조건의 차이없이 무한 경쟁하도록 했다.
‘꽈배기 공장’에 보내고 싶을 만큼 배배 꼬인 선수가 어느 팀에나 있기 마련이다.지도자는 대화를 많이 나눠 그 선수가 무얼 원하는지를 파악해 궁극적으로 그를 변화시켜야 한다.
뭐든지 해야 한다.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1m 높이에서 뛰어내리고 불면증 치유를 위해 전방 GOP에 들어가 불침번을 선다.

북파공작원 훈련 코스도 따라 해봤다.경륜장,야구장에서 활을 쏴보게 했다.욕도 들어가면서 훈련해야 한다.미사리 경정장에서 한바탕 레이스가 끝나고 관중들이 화장실 가고 표 사는 15분 휴식 동안 활 쏘는 시합을 하게 했다.여자선수들이 술 취한 아저씨들로부터 무지막지한 욕을 들어먹으면서 그런 욕에 꿈쩍 하지 않겠다는 강심장을 배웠다.처음에는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왜 경정장 와서 활을 쏘느냐고.그런데 나중에 경정장 쪽에서 이제 그만 활쏘는 거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해왔다.관중들이 화장실 가지 않고 활 쏘는 것을 놓고 내기를 해 표 판매 수익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그런 훈련을 통해 관중의 소음과 혼란,방해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을 단련하도록 했다.

선수촌에서 편안히 잠을 이루는 선수들 깨워 천호대교에서 63빌딩까지 꼬박 걸어가도록 했다.26킬로미터다.63빌딩 도착하면 아침 7시.그때부터 다시 활쏘는 훈련을 시켜 집중력을 단련하도록 했다.
도하 아시안게임때 다른 선수들 덥다고 난리 치는데 양궁 선수들은 이불 보따리 싸고 난방기 챙겨 다른 종목 선수들의 비웃음을 샀다.그러나 가보신 기자들도 알겠지만 도하에서 얼마나 추웠나.우리는 사전에 꼼꼼히 점검해 도하의 저녁바람이 무척 차갑다는 것을 알고 대비했다.제주도 바람훈련을 시켰다.제주에서 서귀포까지 밤새 걷게 한다면 다음날에는 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선수들이 꾸벅꾸벅 졸면 정차해 내리게 해 제주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게 한 다음 또다시 차에 태우고 그런 짓을 반복했다.

다음날에는 서귀포에서 한라산까지 걷게 했다.이런 과정을 통해 바람에 적응하는 훈련을 했던 것이다.
아테네 갈 때는 한국에서 아침 7시 대변을 보던 선수가 7시간 시차가 있는 아테네에서도 아침 7시에 대변이 나와야 완전적응된 것으로 보고 그 상태를 만드는 것을 훈련의 기초로 삼았다.대변이 나오는 시간이 1시간이라도 차이가 나면 정상 컨디션에 10%가 모자란 것으로 보고 훈련량을 조절했다.철저히 대비한 것이다.
코린토스운하란 곳이 있다.그곳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번지점프장이 있다.남녀 3명씩 데려가 누가 먼저 뛰어내릴래 했더니 박선영이 손을 들었다.다음엔 이성진,그 다음은 윤희진.남자들은 그 다음이었다.
이 순서가 한국 양궁이 세계에서 올린 성적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게 내 생각이다.그런 적극성,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대담함이 한국 양궁의 성공으로 연결된 것이다.

선추촌에 한밤중 화재경보가 오작동한 적이 있다.다른 종목 선수들은 불이 난줄 알고 모두 화들짝 놀라 뛰쳐나왔는데 양궁 선수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하도 한밤중 갑작스러운 점호와 훈련에 익숙한 양궁 선수들은 밖에서 아우성을 치는데도 ‘또 훈련인가 보네’ 하면서 훈련복 갈아입고 모자 쓰고 장비 챙기느라 늦어졌던 것.그만큼 훈련을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 있었던 것.

우리 민족이 동이족이어서 원래부터 활을 잘 쏘던 민족이라 활을 잘 쏜다는 생각은 엄청 잘못된 것이다.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자기 민족이 원래부터 활을 잘 쏘았다고 자랑한다.고통과 시련이 없이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없다.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낌없이 해야 하고 뜨거운 열정과 합리적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있어야 하며 긍정적 사고와 불타는 의지로 뭉친 선수,이렇게 삼박자.오늘은 그저그런 날 중의 하나가 아니라 남은 인생의 첫 날이다.그 하루를 열심히 산 자와 그렇지 않은 자는 당장은 큰 차이가 없지만 나중에 쌓이고 쌓여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
한국 육상의 발전을 기대한다.





출처:http://arakis.blog.seoul.co.kr/entry/%ED%95%9C%EA%B5%AD-%EC%96%91%EA%B6%81-%EC%96%B4%EB%96%BB%EA%B2%8C-%EC%84%B8%EA%B3%84%EB%A5%BC-%EC%A0%9C%ED%8C%A8%ED%96%88%EB%82%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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