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와이프는 인터넷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말에 와이프가 뽁이와 즐겁게 댄스타임을 끝낸 뒤, 아무렇지도 않게 딱 한 마디를 했다.
'아, 여보 그건 올리지 마.'
"응?????????????????/뭐라고?????????????????"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묻자 절대온도의 표정으로. 또박또박
'그.건.쓰.지.말.라.고' 라는 여섯글자를 남기고
내가 먹고 싶다던 잔치국수 육수를 내러 사라졌다.
뽁이 엄마는, 봐서 알고 있는 걸까
들어서 알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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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눈과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내의 외모는 여성과 남성의 진술이 같은 듯 매우 다르다.
여성분들은, 아내가 배우 '이청아'씨와 매우 닮았다고 한다.
내 친구들과 지인들은 '이수경'씨를 닮았다고 한다.
두 사람을 모두 몰랐던 나는 사진을 찾아보았는데
우선 아내와 어디가 닮았는지를 모르겠고, 그 두 사람은 아예 다른 얼굴이었다.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뽁이엄마는 별 관심없다는 듯.
"난 이미지는 좋은데, 생긴게 별로 임팩트가 없어서 어디다 갖다붙여도 대충 들어맞아."
"예쁘지는 않은데, 모나지 않은 얼굴이라 그래."
"난 한지민씨가 좋은데.......그럼 뒷통수에 얼굴을 다시 파야해."
아무렇지않은듯 재수없는 발언이다.
아내는 자신의 외모와 능력, 성격에 대한 시선이 꽤 정확하고 객관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사람에게 흔히 발견되는 조금 지나친 겸손따위는 유전자에 탑재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요즘 혼란한 정국을 보며, 난 형님이 하신 말씀을 자주 떠올린다.
'쟤는 여자 손석희라고...'
그리고 뉴스룸을 볼 때 마다
'내 이상형은 줄곧 한 사람이야. 손석희씨' 라며 그의 모든 것을 흡수할 것 같은 뽁이엄마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떠올린다.
장모님도, 형님도 손석희씨가 나올때마다 우리 00이 첫사랑 나온다며 좋아하실 정도.
하긴, 우리 처가의 아이돌같은 존재이긴 하지.
미안해. 내가 이렇게 생겨서.
뽁이엄마가 잠시 교편을 잡았던 시절은 체벌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사립학교였던 모교, 남녀공학 분반 형태의 고등학교로 부임했던 뽁이엄마는
작은 체구, 핏줄이 비칠듯한 흰 피부, 까맣고 긴 머리를 쓸어넘기며
개학 첫 날 신임선생님 소개때부터 많은 남학생들의 함성을 받으며 인기몰이를 했지만
그만큼 남학생들의 집적거림과 만만한 눈길을 피할 수 없었을것이다.
버뜨 그걸 예상했던 뽁이엄마는
부임하기 몇 달 전 부터
체대 출신 친구로부터 스윙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그 해 가을, 겨울 거의 야구연습장에서 살다시피했다고......
뽁이엄마가 하늘하늘한 스커트를 휘날리며 선수급 스윙으로 당구채를 휘두른 다음부터.................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겠다.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과외를 했던 뽁이엄마 덕분에
아내의 제자들은 이미 결혼해서 아이도 있고, 직업군인이 된 제자는 '대위'가 되었다며 연락이 오기도 한다.
몇몇 소수정예 아이들은 나와 형님동생을 할 정도인데, 늘 나보고 조심하라고 얘기한다.
"선생님이 스윙 파워가 약하면 관절기를 배우려고 했대요."
"막 패왕의 격투는 역시 관절기야~ 그런 소리했었어요."
"아, 형 진짜 초식동물의 마음으로 사셔야해요."
"형, 뽁이 어떻게해요. 걘 사춘기오면 잠깐 다른데 맡겨야해요."
"야, 걱정 마. 나 잘 때 항상 눈 요만큼 뜨고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