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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수의사입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320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올래말래
추천 : 14
조회수 : 173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0/11/23 00:50:28
저는 2005년도에 대학을 졸업하고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청년입니다.
어제 남격의 유기견 입양편을 보고 참 많이 울었네요.
어릴적 부터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쥐본드에 붙어 발버둥 치고있는(제가 어릴때는 집에도 가끔 쥐가 함께 살곤 했습니다.)
새끼 쥐를 떼어내 목욕을 시키다 어머니께 맞아본 적도 있고,
산길을 걸어가다 작은 뱀을 만나선 쓰다듬어 보려다 물리는 바람에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었죠.

물론 집에는 어릴때도 또 지금도 반려견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동물을 좋아하다보니 어릴적부터 꿈은 수의사였고, 그 길을 위해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네요.
그렇게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을 치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
문득 유기견을 위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릴적 부터 유기견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고, 어른이 되면 돈 많이 벌어서 이세상 유기견 전부 내가 다 키울거라는 꿈이 반영된 선택이었습니다.

그렇게 모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2년전부터 일하게 되었습니다.
부나 명예와 같은 이기심보다는 오로지 말못하는 유기견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고 또 보살피기 위해 꿈에 부풀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참담함은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주인에게 맞아서 전신이 마비되고 버려진 개, 주인이 썩은 음식만 먹여서 배속에 구더기가 수백마리 살고 있는 개, 주인이 심심풀이로 앞다리를 잘라 걷지 못하는 개, 맞아서 실명된 개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학대를 받는 개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어제는 주인이 20대 초반의 남자라던데, 개줄을 차에 연결해 얼마나 잘달리는지 시험해 보려고 70키로로 달렸다는데 개가 수백미터는 끌려다녔나봐요. 돌부리에 걸리고 부딫혀서 이빨이 다 부러지고 아래턱이 뭉개져 더이상 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더라구요. 근데 그 주인이 개 상태를 보고 더이상 못키울것 같으니 우리 센터 앞에 버리고 갔습니다. 

에휴..... 네.... 이런 아픈 강아지들..... 치료해야죠..... 그게 제가 할 일이고 그렇게라도 아픈 몸과 마음 조금이라도 치유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있습니다.

근데 제가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안락사 입니다.
아시다시피 보호센터에서 열흘간 분양이 되지 못하면 안락사를 시킵니다.
오늘도 제 손에 죽어간 불쌍한 여혼이 20구가 넘습니다.
2년째 이짓을 계속하고 있지만 주사를 놓을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흐릅니다.
처음에는 사체를 가져다 허용된 공간에 묻고 무덤을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이젠 그럴 공간조차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강아지들 생각에 술과 담배만 늘어가며...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동물보호법을 원망만 할 뿐입니다.

제 이런 하소연을 주위사람들에게 말하면 니가 키워라, 때려치우고 동물병원에 가라는 답변밖에 오지 않죠.... 네 맞습니다. 전 어차피 사서 이 마음고생하는거죠...

저도 유기견 제가 다 걷어들이고 잘 키우고 싶어요. 근데 현실이 허락하지 않더라구요.
현재 유기견 6마리를 포함해 8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젠 사료와 간식값만으로도 제 월급이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부모님도 혀를 차며 절 이해 못해하시니 말다했죠...

그만두고 동물병원 가라구요....
그럼 이일은 또 다른 사람이 하겠죠. 이 마음의 상처 다른 사람에게 전가되는게 싫습니다.
제가 겪어봐서 더 그래요. 2년이란 세월덕에 조금은 적응된 저지만.... 처음 하는 사람은 진짜 죽을 맛입니다. 이유없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야 하는 일이란게..... 참.....

제발..... 반려동물 버리지 마세요.... 
아니 동물 사랑안해도 되니까 사랑하는 척하다 변하지 마세요.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구요? 그래서 다른 생명체는 하찮게 여겨도 된다구요...?
아니에요....
다같이 공존하고 상부상조하며 사는 세상이에요.....
그들이 없으면 우리도 없을테죠....


지상렬씨가 참 강아지를 좋아하는데 라디오에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지상렬 왈

제가 어릴때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가는데

몇몇 건장한 아저씨들이 솥에 물을 끓이고 있더군요.

근처에는 하얀 잡종견이 있었는데 그 아저씨 중 한분의 개인 것 같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이 복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잘 키운개 이제 시식하려고 했던거죠.

그 중 한 아저씨가 개는 살아있는 상태로 삶아야 제맛이라며 머리를 몽둥이로 몇대 후려치더니

솥에 넣으려고 했어요.

근데 강아지는 아직 정신을 잃지 않았었고 발버둥 쳐서 빠져 나오더군요.

그리고 그 강아지가 뒤이어 한일이 뭔지 아세요?

흐르는 피를 핥으며 주인 아저씨 앞에 달려가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때 전 개는 먹는 동물이 아니구나라고 느꼈죠.....





반려동물 제발 버리지 마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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