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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무심코 하늘에 대고 말을 한적이 있다
게시물ID : freeboard_4746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런닝메이트
추천 : 5
조회수 : 43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11/23 10:17:20
어느날 무심코 하늘에 대고 말을 한적이 있다

'구름아 구름아 그쪽 공기는 어때?'

구름이 답을 해왔다

'별로 없다 ㅅㅂ생퀴야 숨쉬기도 힘드니까 말걸지마'

멍~ 하니 그렇게 앉아있다가 지나가던 고양이 한테 말을 걸어봤다.

'고양아 고양아 밥은 먹고 다니냐'

고양이가 답을 해왔다

'니눈까리는 장식용 15W 꼬마전구냐? 배떄지 홀쭉한거 안보여?'

무서워서 얼른 자리를 피해 슈퍼로 들어갔다

주인 아저씨는 카운터에 기대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가게안엔 오래된 선풍기가 털털털 돌아가는 소리와 냉장고가 구동되는 위잉 소리로가득차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열고 딸기우유에게 말을 걸어봤다.

'딸기우유야 딸기우유야 하루종일 그 안에 있으면 춥지 않아?'

딸기우유가 답을 해왔다

'너무 너무 추워요 저좀 꺼내주시겠어요?'

목소리가 너무 애처로워서 얼른 딸기우유를 꺼내면서 생각해보니

딸기우유한테는 목이 없어 목소리라고 할수가 없었다 그럼 팩소린가? 따위의 시시껍절한 헛생각을 할무렵 딸기우유가 다급하게 말을 걸어왔다

'아놔 숨막혀 ㅈㄴ 덥네 얼른 다시 집어넣어 개놈아'

기분이 상해버린 나는 딸기우유의 비명을 들으며 입구를 열어 우유를 마셔버렸다. 그리고 돌아서니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주인아저씨..아뿔싸 계산도 안하고 마셨구나 

 

그뒤로 십분동안 훈계를 듣고 돈계산을 하고 나왔다 뭐야 어째서 돈까지 내고 훈계를 들어야 하지? 대머리나 돼버려라!! 하고 꿍얼거리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하늘 한켠이 붉어져있다 길한복판에 가만히 서서 붉은 노을을 바라보니 오늘 하루도 이제 마감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들어가 한달넘게 개지도 않은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려는데 닫혀진 문틈사이로 아련하게 들려오는 한마디

'또 쳐놀다 들어왔냐? 자식새끼라곤 저거뿐인데..아이고 내가 죽어야지 내가'

이불은 내맘알까 책장위에 가득 쌓인 먼지는 내맘알까

그저 익숙해진 무감각함만이 나를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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