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아저씨는 카운터에 기대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가게안엔 오래된 선풍기가 털털털 돌아가는 소리와 냉장고가 구동되는 위잉 소리로가득차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열고 딸기우유에게 말을 걸어봤다.
'딸기우유야 딸기우유야 하루종일 그 안에 있으면 춥지 않아?'
딸기우유가 답을 해왔다
'너무 너무 추워요 저좀 꺼내주시겠어요?'
목소리가 너무 애처로워서 얼른 딸기우유를 꺼내면서 생각해보니
딸기우유한테는 목이 없어 목소리라고 할수가 없었다 그럼 팩소린가? 따위의 시시껍절한 헛생각을 할무렵 딸기우유가 다급하게 말을 걸어왔다
'아놔 숨막혀 ㅈㄴ 덥네 얼른 다시 집어넣어 개놈아'
기분이 상해버린 나는 딸기우유의 비명을 들으며 입구를 열어 우유를 마셔버렸다. 그리고 돌아서니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주인아저씨..아뿔싸 계산도 안하고 마셨구나
그뒤로 십분동안 훈계를 듣고 돈계산을 하고 나왔다 뭐야 어째서 돈까지 내고 훈계를 들어야 하지? 대머리나 돼버려라!! 하고 꿍얼거리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하늘 한켠이 붉어져있다 길한복판에 가만히 서서 붉은 노을을 바라보니 오늘 하루도 이제 마감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집으로 들어가 한달넘게 개지도 않은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려는데 닫혀진 문틈사이로 아련하게 들려오는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