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썰렁한 인터뷰의 주인공은 삼성 오승환(23). WBC 한국대표팀의 마무리투수를 맡았던 바로 그 인물이다. 평소 과묵하고 '오버 액션'과거리가 먼 성격이다. 오랜만의 인터뷰 역시 내용이 밋밋했다.
그런 오승환이 상당히 흥미를 보이며 답한 부분이 있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투수들도 별 것 없던데요."
WBC는 지난해 신인왕 출신인 오승환에게 흥미로운 무대였다. 제이크 피비(샌디에이고), 돈트렐 윌리스(플로리다) 등 빅리그 최고의 투수들과일본 에이스급인 우에하라(요미우리), 마쓰자카(세이부), 와타나베(지바 롯데)가 던지는 모습을 현장에서, 혹은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볼 수 있었기때문이다. 모두 미국과 일본에서 당대 최고 수준의 투수로 손꼽히는 거물들이다. 그러나 오승환은 "아! 저거다, 하고 뚜렷하게 인상적인 투수가없었다"고 잘라말했다. 같은 투수로서, 흉내내고 싶은 상대가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오승환은 "물론 그 선수들이 WBC에는 참가했어도 아직 몸상태가100%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지만…"이라고 말했다.
내친 김에 "폼이라든가 구위에서 닮고 싶은 투수를 WBC에선 볼 수 없었다는 얘기인가"라고 되물었다. 오승환은 "그렇다. 목표는 여전히 선동열감독님"이라고 답했다.
10여년전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삼성 선동열 감독의 현역 시절 모습. 오승환이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점이다. 예전 선감독의 모습을 따라갈 수만있다면 이는 곧 '월드 클래스' 투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소속팀 사제관계를 떠나 오승환은 '투수 선동열'을 일생의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다고밝혔다. < 김남형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