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자친구는 종종 징징댑니다. 감기가 걸릴 것 같으면 즉시 전화가 와서 '추워.' '열 나.' '머리 아파' '추워' 이 말만 끝없이 반복합니다. 제가 '우리 자기 많이 추워요?' 뭐 이런 식으로 물어도 '추워'만 반복합니다. 따뜻하게 있으라고 하면 집 보일러 온수관 중 무엇을 열어야 할지 몰라서 못 틀겠답니다. 따뜻한 차라도 마셔보지 않겠냐면 귀찮답니다. 그저 '추워'만 반복할 뿐입니다. 제 여자친구는 비만입니다. 그리고 허리 디스크가 있습니다. 저는 살을 빼라고 합니다. 운동을 하라고 합니다.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허리 아프다고 징징대는 것은 멈추질 않습니다. 솔직히 한심하네요. 요새 23살이면 13살 같은 어리광 부려도 되는 건가요? 제 여자친구는 밥을 잘 안 먹습니다. 왜냐고요? 엄마가 안 차려줘서요. 저는 어이가 없을 따름입니다. 귀찮다고 안 먹다가 치킨 시켜서 먹고 하루죙일 누워 있고, 운동 부족에 영양 불균형의 조합이라면 뽀빠이도 몸져 눕겠지요. 저는 밥을 잘 챙겨 먹으라고 합니다. 네 몸이니 어머니에게 다 맡기지 말고 알아서 챙기라고 합니다. 안 챙깁니다. 너무 한심해요. 진짜 너무 한심해서 미쳐버릴 것 같아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알아서 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너무 한심해서 한 달 정도를 돌직구만 날린 적이 있었는데요. 자기는 지적을 당하면 자존감이 내려가고 우울해진대요. 내버려두라네요. 늙어서 누구 탓을 하면서 골병 든 몸을 끌고 다닐지 걱정입니다. 나이에 비해 허리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던데 걱정입니다. 이 사람 같이 가도 될만한 사람일지 또 생각이 듭니다. 다 커서, 놀면서, 게다가 당장 관리해야 할 허리도 있는데 자기 건강 관리 하나 하지 못하는 이 사람과 같이 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