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움이 청년의 발목을 붙잡았다.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차가운 것이 끈질기게 청년을 붙들었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피하지 못하도록, 붙잡은 채 놔주질 않았다. 청년은 그 차가움을 떨쳐내려, 소름 끼치는 감각에서 도망가려 안간힘을 썼지만, 끈적한 냉기는 떨어질 줄을 몰랐다. 창을 휘둘러도 냉기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단 한 순간. 금세 두 다리가 굳어버릴 듯한 냉기가 진득하게 들러 붙어왔다. 아니, 다시 달라붙는 것을 넘어 몸통, 가슴, 두 팔까지 냉기가 기어 올라왔다. 섬뜩하리만치 선명한 공포. 목구멍을 죄여오는 압박감. 목소리를 낼 수조차 없는 상황. 숨을 쉬는 법조차 잊을 정도였다.
"돌아왔어."
서늘한 목소리가 청년의 귓가를 간질였다. 하지만 청년은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천근의 추를 매달기라도 한 듯 하염없이 무거워지는 사지를 휘두를 힘도 없었다. 창은 진즉 놓쳐버린 지 오래였다. 청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눈을 감는 것뿐이었다.
"너를 보기 위해서."
부정확한 소리. 웅얼대는 소리. 바람이 새는 소리. 선명한 소리.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듯한 소리. 여러 형태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끔찍하게도 느껴졌지만, 청년은 귀를 막을 수조차 없었다. 그저 이 끔찍한 상황이 부디 꿈이길, 꿈이라면 빨리 깨어나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저기 말이야."
하지만 그런 간절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선명하게도 진득한 냉기가 청년의 뺨을 매만졌다.
"쭉 묻고 싶었어."
빨리 깨어나라는 소원은 살려달라는 애원이 된 지 오래였다.
"행복했어?"
청년은 낮은 신음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두 팔을, 두 다리를 움직이려 했다. 숨이 막힐 듯한 냉기로부터 도망치려고 했다. 낮은 신음은 어느샌가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되어 있었다. 가라앉을 듯한 몸뚱이를 이끌고 어느샌가 달리고 있었다. 그래도 냉기는 여전히 청년의 등줄기를 간질이고 있었고, 여러 개의 목소리는 계속 청년의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숨을 쉴 시간조차 부족했다. 가쁜 숨을 억지로 삼켜가며, 쉬지 않고 달렸다. 두 귀를 잡아 뜯어낼 듯이 틀어막은 채 달렸다. 금방이라도 풀릴 듯한 두 다리를 내디디면서 달렸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달렸다.
"난 그냥 살고 싶었을 뿐이야!" "우리도 그랬어." "살고 싶었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엄마와 아빠가 보고 싶었어." "하지만 우리는 죽었어." "그리고 너는 살았어." "그래서 행복했어?" "제발 사라져! 제발 사라지란 말이야!"
한 마디 들려올 때마다 청년의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목소리의 주인들이 떠올랐다. 그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떠올랐다. 그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떠올랐다.
두 다리가 갑작스레 주저앉았다. 다리를 움직이려 했지만, 한 번 빠져나간 힘은 쉽사리 되돌아오지 않았다. 주둥이는 숨을 원했지만, 숨을 들이켜는 행위조차 힘겨웠다. 전신이 비명을 질러댔지만, 멈춰있을 수 없었다. 헛구역질을 해대는 몸을 이끌고 청년은 바닥을 기었다. 안간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저기 말이야, 너, 행복했어?"
원망이 담긴, 슬픔이 담긴 목소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을 붙들고 놔주지 않는, 진득한 냉기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되살아난 끔찍한 죄책감으로부터 헤어나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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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흔한 아라드의 글쟁이입니다.
자기가 죽인 사람들이 돌아왔습니다 맨 첫 기획은 살아서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어째선지 진득한 원령 같은 게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마창사 애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