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역 출구에서
그가 힘겨운 손길로 이쑤시게와 나프탈렌 같은 가정용품을
신문지위에 힘겨운 손길로 올려놓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침 솜으로 된 귀이개를 다 써버린 기억이 나서
쪼그려 앉아서 물건을 놓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아저씨, 귀이개 얼마예요?"
그는 떨리는 손으로 귀이개 세뭉치를 건네면서
"천원입니더.." 라고 했습니다.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한 장을 그에게 건네고...
그렇게 바로 자리를 뜰 수가 없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이쑤시게를 여러번 가지런히 놓으려는
그의 모습때문이었는지...
"저기...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요..?...안 건 효입니더.."
"안...경호..씨요??"
"안 건 효..예.."
"견효..씨요?"
"아니예...건...효.."
"아...건효...."
그의 발음을 알에듣는게 저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통성명을 하고..저는 건효씨와 한참동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마산에서 부산까지 이틀에 한번씩 올라와서
이쑤씨게나 귀이개..나프탈렌같은 가정용품을 팔고 있으며,
자랑스럽게 그것을 자신이 직접 서울에 주문을 해서 수령하고
팔러다닌다고 하시고...
서른셋의 나이시라길래..결혼은 했냐고 물었더니..
쑥스러운 웃음으로...결혼은 하지 않았고..
부모님과 같이 생활하신다는 이야기..
하루에 몇만원정도를 벌어서 대부분은 저축하고
남은 돈은 용돈으로 쓰신다는 이야기..
저의 부모님도 마산에 계시고 저도 중학교까지는 마산에서 다녔다고
이야기 했더니...그걸 그렇게 반가워하시면서 좋아하시던 모습..
늦은 저녁시간에 왜 이제서야 장사를 시작하시냐고 물었더니..
지하철 직원분들이 쫒아내어서 잠시 도망갔다 온거라고 하시면서..
매일 그런것이니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시며 웃으시는 모습..
건효씨와의 대화가 저는 너무나 즐거웠지만..
장사에 방해가 될까봐 더 이상 건효씨를 붙잡을수는 없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뵙자고 말하고..
돌아서는 순간..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너무나 망설여졌습니다.
혹시나..저를...그런식의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고 오해를 하실까봐서요..
저는 건효씨를 불쌍하게 생각치도 않았고..
그런 모습을 사진에 담고자 한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마음씨 좋은 동네형님 같은 분위기가 좋았고..
미남형의 얼굴이신 건효씨를 사진에 담고 싶었습니다.
두손을 절레절레 흔드시며 사양하시는 건효씨를 한참동안이나..
사진 한장만 찍자고 설득하니..
그러면 맏은 편에서 장사를 하는 친구와 같이 찍었으면 좋겠다면서..
친구분 곁으로 가서 서시더군요..
몇일뒤...사진을 뽑아서 드리겠노라고 약속하고..
돌아섰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건효씨와 친구분의 사진을 보면서
무엇인지 모를 미소가 제게 다가왔습니다.
건효형..사진찍게 허락해주신거 너무 감사하구요..
몇일있다가 사진뽑아서 그 장소로 다시 갈께요.
장사 잘 되시면 저 아이스크림 사주신다는 약속 지키세요..^^;
P.S
사진의 오른쪽분이 건효형입니다..
[보배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