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교육방송에서 문화사 시리즈 1부로 명동백작이라는 드라마를 했지요. 그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수영이 '빨갱이'라는 딱지를 떼고자 이것저것 고생도 하고 하다가 4.19를 맞이하여 새로운 희망을 품었지만, 결국 5.16으로 좌절하고 폐인이 되고 결국에는 사고로 죽지요. 5.16 직후에 다른 주인공이 그를 찾아오는 씬이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대본에서) 김수영: 자유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이게 그냥 제멋대로 하는 건가 보다, 하고 좀 방종을 부렸기로서니 그걸 탱크를 앞세워 짓밟아. 에잇 XXX들아!
강에 대고 욕설을 퍼붓더니 부들부들 떠는 김수영.
김수영: 자유라는 놈은요 이선배, 두부처럼 딱딱 짤라지는 게 아녜요. 남이 가르쳐줘서 터득하고 먹여준다고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라구요. 그건......자유란 놈은 말이죠,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와 혼란을 통해서 얻어지는 거예요
이봉구:....
김수영:(열심히 설명하는) 쿠데타 나고 나서 내가 생각해봤어요. 장면이 다 무능한 건 아니었구나, 어쩌면 장면은 우리 국민 스스로가 혼란을 수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봉구: 수영이. 기다려 보자고. 군인들, 혼란만 수습되면 돌아간다니까
김수영:(미친듯이) 그런게 문제가 아녜요. 그 놈들이 다 망쳐났다구요. 이건 혼란이다, 혼란은 안 된다, 질서다, 여기 줄서라. 다 망쳐놨어요. 우리가 자유를 터득하고 쟁취하고 지킬 수 있는 기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