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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무기력증(?)이 몇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게시물ID : gomin_16692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캡틴로저스
추천 : 4
조회수 : 73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11/02 23: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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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의 모든 요소요소들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이게 몇년 씩이나 이어지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지...
제발 끝까지 읽어주시고 도움의 글 부탁드릴게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 증상이 처음 나타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다들 그런 친구들 있잖아요. 딱히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잘 노는 것도 아니고.
지금 보니 제가 딱 그런 친구였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런게 심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시험 끝나면 열심히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놀고 싶고,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보상이라도 받듯이 스스로에게 시험이라는 무조건적인 면제부를 조건으로 내세워서 쉬는거죠. 저는 그게 꽤 심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다행히도 고3 수험생이 되면서 그런 증상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좋은 성적을 얻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성취감도 얻었고 그러다 보니까 기분도 좋았거든요. 그러다보니 좋은 대학, 가고 싶던 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등록금도 다른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분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무기력함이 시작됩니다. 대학 들어가면 흔히 그런 말을 하죠. '1학년 때는 놀아도 돼!' 제가 딱히 이 말을 신봉하고 미친듯이 놀지는 않았지만 확실하게 모든 공부를 놔버렸어요. 남들처럼 초중고 내내 공부만 하다보니 내가 가야할 곳을 모르겠다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분명히 '이 과에 들어가면 내 뜻을 펼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고 저고 가고 싶어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학교에 들어오니 모든 것이 하기 싫어지더라구요. 학교를 다니는 것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솔직히 지금도 학교는 다니기 싫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나름대로 하려고 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것저것 기웃거려봤습니다. 활발하지는 않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도 했었죠. 그런데 이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던 것 같아요.

 결국 한학기만을 마치고 학교를 휴학해버렸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이 지금까지 머릿 속에서 저를 괴롭힙니다.

 휴학계를 내고 한학기 내내 알바만 했습니다. 솔직히 다른거 한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보고싶은 영화나 보고 읽고싶은 책이나 몇권 읽은게 다입니다.

 한학기 쉬고나니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음 학기 때 복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 전까지만 해도 학교 생활만 대충 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제 모든 생활을 놨던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안하고 학교를 드나들고 아무 생각 안하고 영화만 보고 아무 생각 안하고 친구를 만났습니다.

시험 기간이 되었는데 시험 공부를 하려고 앉으면 채 한 챕터도 다 읽지 못하고 '이거 해서 뭘 하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어서 관둬버려요. 시험 보기 하루 전에서야 시험 범위를 겨우 한번 읽어보는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 때가 되었을 때는 시험 성적은 저한테 중요한게 아니었습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더라구요. 당연히 집중력도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전에는 그래도 좋아하는 책이라면 금방금방 읽었는데 이제는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이더라고 같은 자리에서 다섯 페이지를 읽는 것 조차 힘듭니다.

 이때는 군대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솔직히 얘기해서 '지금 내 인생에서 도망 갈 곳이 있다' 라는 생각이 있었으니까요. 실제로도 군대에 도망가듯이 입대했습니다. 꾸역꾸역 군대를 다녀오고 나니 웬걸, 제 상태가 더 망가졌습니다.

 마지막 휴가를 나오고 나서는 방에 들어가서 거의 모든 휴가 기간 동안 나오지도 않았어요. 보고싶은 영화가 있어서 극장에 갈 때만이 집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휴가 뿐만 아니라 그 전 휴가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에는 이 친구 저 친구 보고 싶었는데, 갈수록 연락도 안하게 되더라구요. 군대 안에서도 외부로 연락하는 횟수가 급격하게 줄었었구요.

 그리고 전역을 했습니다. 이 상태로 학교를 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의미하는 것인지를 알기에 학교도 바로 다니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일만 하다가 이번 학기에 복학을 했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도 회의적입니다. 원래 사람들하고 잘 친해지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아예 새로운 인간 관계 자체를 맺으려고 하지를 않아요. 그냥... 귀찮아요. 새로운 만남을 가지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있는 사람이나 잘 챙기자'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도 않아요. 얼마 전에는 알고 지내던 친구하고 싸워서 이제 연락도 안해요. 오늘도 아는 형이랑 싸웠는데도 이게 큰 의미로 와닿지 않아요. 내가 잘못했다 어쩐다라는 생각을 못하겠어요.

 얼마 전에는 그래도 학교 다닌다고 새로 알게 된 여자 한명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올해 새로 알게 된 첫 친구입니다. 올해가 시작하고도 10개월이나 뒤에 처음으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은 겁니다. 그 친구하고 말도 잘 통하고 취향도 맞았죠. 같이 영화도 몇 편 보고 손도 잡고 잘 되가려는 찰나에 또 다시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이게 의미가 있지...', '내가 지금 여자를 만나는게 뭐가 의미가 있다고...' 그 친구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긴 한데, 그냥 제가 연락을 끊어버렸어요. 기어이 저의 이런 생각이 다른 사람이게도 피해를 줘버렸네요.
 
 이건 비단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그런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는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무덤덤해요. 아무리 큰 일이 일어나도 저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감정의 동요가 생기지 않아요. 사회적인 큰 이슈가 발생해도 그냥 그러니려니... 이 세상의 모든 일이 저한테 의미가 없는 일인 것 같아요.

 모든 일이 저한테 의미가 없다보니 주로 제대로 깨있지도 않습니다. 요즘들어 집에 들어오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며 보냅니다. 깨있는 시간에는 괜한걸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요. 오늘도 두시쯤에 들어와서 일곱시까지 잠만 잤네요. 이러면 밤에 잠이 안와서 밤을 지새웁니다. 노래도 잘 못들어요. 그 3,4분 길어야 5분 남짓한 시간도 집중을 못하겠습니다. 한 30초만 들어도 다른 짓을 해야 제 안의 무언가가 풀려요. 이 밤에 짧은 글들을 읽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알게되는 거의 유일한 통구죠. 밤을 지새우면 또 다음날 학교에 가서는 졸고, 자고... 이러니 제대로 된 생활을 하지도 못하죠.

 제게 지금까지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취미활동은 영화감상입니다. 그런데 예전처럼 영화를 보고 분석하고 의미를 찾아보지 못합니다. 미학적인 성취는 아예 모르겠어요. 한때는 영화와 관련된 공부도 하고 영화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더라고 영화를 보는 시야를 넓혀보기 위해서 책들도 많이 읽었어요. 글도 써보고 영화를 위해서 혼자 공부도 나름대로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꿈도 못꿉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좋아하는 작가가 쓴 책이라도 5페이지를 채 넘기지 못해요. 이제는 그저 2시간 정도 되는 영화 줄거리를 겨우 따라가는 정도에 급급하죠.

 영화는 그나마 저의 인생에 활력을 넣어주는 마지막 요소입니다. 이것마저 잃게 된다면 정말 참담할 것 같네요.

 이렇게 살면 어떻게 될지 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흔히 말하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섭기도 합니다. 그런데 쉽사리 고쳐지지가 않아요. 저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글을 쓰는데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정도 글을, 심지어 제 이야기를 어떠한 수정 없이 써내려 가는데도 한번에 해내질 못하겠습니다. 정말 심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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