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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도입부 1)
게시물ID : animation_4024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araminious
추천 : 3
조회수 : 2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03 00:45:19
함박눈이 내 발목을 덮을 즈음이었다. 이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 눈도 못 뜨는 시체와 마주쳐서 할 얘기는 그쪽도 없을 테니까. 그렇게 보상같은 변명거리나 생각해내며 발을 들어올리려 할 바로 그 때에, 지하철 출구 계단에서 머리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미안, 학원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서."
"살아서 만나게 되어 정말로 영광입니다."
"되도록 알아먹을 수 있게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래, 따듯한 거라도 마시면서 얘기해볼까? 꽤 오래 기다린 것 같은데."

짧게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마치 어색하게 웃는 듯했다. 희미하게 발간 뺨과, 그 사이로 슬쩍 보이는 땀방울을 보아하니, 아닌 것처럼 굴어도 꽤나 급하게 온 것 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다. 이러니 내가 뭐라 할 수도 없지. 다만, 짧게 투정부려볼 뿐.
 
"난 아메리카노로 만족할게."
"나한테 메뉴를 말한다고 해서 커피가 나오지는 않을걸?"
"혼잣말이라고 생각해줘." 
"혼잣말 치고는 너무 절절한걸. 마치 누구 들으라는 듯이."
"누구한테 들렸으면 다행이지."

그녀가 희미하게 웃었다. 애쉬그레이로 물들인 단발이 짧게 흔들리는 듯한 착시가 들었다. 하지만 그건 착시에 불과했다. 그녀는 어느새 내 옆을 지나쳐 카페가 있는 언덕길 쪽으로 걸음걸이를 옮기고 있었으니까. 매정한 사람. 그 발걸음을 뒤쫓아가며, 한 마디 쏘아붙인다.

"솔직히, 너무했다."
"나한테 반한 대가가 이렇게 컸을 줄은 몰랐던 거지?"
"그런 태도부터가."
"그러게, 나도 다른 사람한테는 좀처럼 안 이러는데."
"커피는 안 사줄 거야."
"헐, 그건 좀 충격먹을 만한 일인 것 같기도 하네."

하여간 자의식 과잉이라니까.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단단하게 착각하고 말이야. 어딘가 나사가 하나 더 끼워져서 논리회로에 착오가 생긴 듯한 그녀를, 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걸까.

"뭐 해? 멍하니 서 있어서는."
"아니, 너는 입만 다물고 있으면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돌려서 칭찬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솔직하게 그냥 예쁘다고 해 줬으면 좋겠어."

하긴, 굳이 내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다짜고짜 '저와 함께해주세요'라는 말을 하는 애를 어떻게 대할까, 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그것도 꽤 예전 얘기긴 하네. 그것보다 이제, 시간도 됬겠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볼까.

"가자, 상담할 시간이잖아?"
"네, 고객님."

1월 7일, 나와 그녀의 올해 첫 카운셀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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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잘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최근에 시드노벨 공모전 발표가 났는데, 역시 광탈입니다ㅋㅋ. 때가 되면 한 번 올려보고 싶네요. 오늘 건 뻘글이긴 합니다만...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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