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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강아지는 늙었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2738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페
추천 : 0
조회수 : 1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2/21 13: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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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9살이니까요. 아주 많이 늙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늙은 편에 속하겠지요.

그래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얘가 죽게되면 남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도 죽을만큼 고통스럽게 될까..하고 말이지요.

근데 별로 그럴 것 같진 않았어요. 솔직히 항상 같이 지내고 요번 명절 보내면서 친척 사촌들이 개를 무서워해서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귀찮기도 했거든요. 얘 때문에 걱정거리가 많기도 했고 이런저런 일도 있기도 했으니까요. 수명이 짧은 건 어쩔 수 없는거다 하며 씁쓸하게, 그래도 견디면서 넘길 순 있으리라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방금 어째서인지 얘가 정말 오랜만에 낑낑거리며 아플 때 내는 소리를 내더군요. 저는 근데 얘가 화장실이나 현관에 들어갔다가 거기에 그대로 갇힌 줄 알았습니다. 종종 그러거든요. 들어가긴 했는데 나올 때 문이 닫혀서 그냥 그대로 못 나오게 되는거지요.

그래서 화장실에 먼저 가봤습니다. 아무데도 없더군요. 다시 낑낑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어요. 이번엔 현관으로 가봤습니다.

현관에도 없더군요. 낑낑대는 소리는 안나는데 갑자기 겁이 벌컥 나는 겁니다. 막 정신없이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얘가 갇히거나 할 공간을 찾아 한 20초? 정도 뛰어다녔습니다. 

낑낑소리도 없고 뭐지 하면서 제 방에 들어와보니 얘가 자기 집에 들어가서 절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더군요. 뭔진 모르겠지만 주인이 헉헉대고 흥분한 모습인지라 배를 전면에 드러내고 발라당 누워서요.

모르겠어요. 갑자기 어디서 낑낑대다 온건지.. 근데 순간 눈물이 핑 돌면서 너무 안심이 되는 겁니다. 아마 소파에서 돌아다니다가 발을 잘못 딛기라도 했다가 제가 집안 해매는 동안 슬그머니 들어와서 방 자기 집에 들어가 있었겠지요. 

1분도 안되는 시간이지만 얘가 낑낑대는 소리를 내는데, 찾질 못 하니까 엄청난 무력감이 몰아닥쳤습니다. 그 짧은 시간이 신기하게도 식은 땀이 흘러내리더라구요. 

한숨 내쉬고 방바닥에 앉아 놀라 가슴을 진정시킬 겸 애를 잡고 쓰다듬어 주려니 얘가 늙어서 그런지 어렸을 적에 봤던 얼굴과는 어딘가 다른 부분부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 순간 왠지 알 것 같았습니다. 왜 사람들이 애완동물 때문에 죽고 못 살고 하는지 말이지요. 간단한 이야기였지요. 가족들 옆에 없어지면 소중함을 깨닫듯 얘도 그냥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견'이라는 겁니다. 형태야 다를 수 있어도, '기른다' 라는 표현이 주는 인간본위적인 사고방식의 여러 시사점이 남더라도 결국은 반려니까요.


그냥... 그런 생각이 드네요. 얘가 없어지면 버티기야 해야 하겠지만 아마 도저히 버틸 수가 없겠지요. 


<그나마 제일 잘나온 걸로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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