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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언죄 #눈설탕맛 #수정완료_남캐라니 #동영상브금_있음
게시물ID : mabinogi_1273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에나
추천 : 2
조회수 : 51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7/29 19:51:16


캡처.PNG







검은 날개의 여신은 바닥에 나동그라져 뚫린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언제나 가지런히 흔들리던, 그녀의 자랑이었을 흑발은 온통 뒤엉켜 흐트러져있다. 몸도 일으키지 못하는 여신은 간신히 숨만이 붙어있을 뿐이었다. 무심한 눈으로 그 꼴을 내려다보던 은발의 청년은 코웃음을 쳤다.

"그 잘난 눈도 한번 뜨지 못하다니 날이 갈수록 수준이 떨어지네, 모리안."
"어..째서...?"
"그러니까 내 말 들으면 좋았잖아. 내놔, 얼른."

그 말과 동시에 그는 피거품을 왈칵 뱉어내는 여신의 손을 브류나크로 내려찍었다. 생소한 고통에 여신이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여상스레 피에 찌든 브류나크를 뽑아낸 청년은 인상을 찌푸렸다. 짜증과 피로로 범벅이 된, 찌그러진 미간을 억지로 손으로 꾹꾹 눌러펴며 그는 피를 털어냈다. 두통이라도 있는 양 꾸욱 꾹 이마를 누르며 그는 몹시 신경질을 부렸다.

"야, 시끄러워. 명색이 전쟁의 여신이라면서 언제까지 꽥꽥거릴 참이야."
"아...아아...아악...!"
"내가 닥치랬지."

두 번 말하지 않고 남자는 창을 휘둘렀다. 마치 골프채를 휘두르듯이 휙 그어낸 궤적은 골프공 대신 모리안의 머리를 굴려 떨어뜨렸다. 허무한 최후였다. 여신이라는 이름을 달았던 이의 목은 제 무게에 못이겨 흔들렸다. 남자는 그 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창을 손에서 놓았다. 딱딱한 돌바닥에 부딪힌 브류나크는 떨그렁떨그렁 요란하게 부대끼며 소음을 냈다.

"귀찮은 년. 다음부턴 설명하는 시간도 줄여야겠어."

조용히 내놓으면 좀 좋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는 아무렇지 않게 모리안의 뚫린 배에 손을 푹 집어넣었다. 마치 가방을 뒤지듯이 구멍뚫린 여신의 몸을 헤집어대며 안색 하나 바뀌지 않는 그 모습은 소름끼치기까지 했다. 그 잔혹한 '찾기'는 그가 빛나는 무언가를 끄집어내 꿀꺽 삼키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것을 삼킨 후 남자는 바닥에 아예 몸을 뉘어버렸다.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팔리아스. 여기보다 더 높은 곳이 있다면 소울스트림 정도일 것이다. 그 곳에서 보면 지금 여기의 광경은 어떻게 비칠까. 시온은 고개를 약간 치켜들고 박살이 난 팔리아스를 훑어봤다. 모리안을 죽이는 것에는 죄악감이 없어진지 오래였지만 여기만큼은 좀 껄끄럽다. 뭐, 다음 모리안은 좀 얌전하게 힘을 넘겨주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뒤척이던 그는 자신의 손 끝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살꺼풀이 벗겨져나가고 있었다. 강제로 여러 신의 힘을 받아들인 탓에 몸이 붕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자신이 죽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뼈와 살로 이루어진 피가 도는 몸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니까. 이번에는 그 시간을 끌어보기 위해 최대한 브류나크를 이용했음에도 이러는 것을 보아하니 시간이 다 되어가는 모양이었다. 시온은 몸을 일으켜 팔리아스의 입구로 다가갔다. 아이바와 똑같이 생긴 어린아이가 피로 범벅이 된 자신을 보고 멈칫 뒤로 물러난다. 아무리 문지기라도 신을 살해하는 것을 직접 눈 앞에서 봐야했으니 무서울 수 밖에.

"축복의 포션 있어?"
"아...아.."
"있으면 내놔. 빨리."

너도 죽여버리기 전에, 라고 뱉으려다 뒷말은 꿀꺽 삼켰다. 저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허겁지겁 품을 뒤지는 마당에 그런 말을 해봐야 건네받는 시간만 더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아이바가 건넨 성수를 시온은 머리 위에 하나씩, 하나씩, 부었다. 흠뻑 묻었던 모리안의 피가 씻겨나가 시온의 발 밑에 붉은 웅덩이를 이룬다. 몇개나 부었을까. 옷에 묻은 핏자욱은 완전히 지워내지 못했지만 얼굴과 손, 그리고 머리에 엉겼던 피들은 제법 깨끗하게 씻겨나갔다.

"신이..되시려는 건가요."

가느다랗게 떨리는 목소리가 질문하자 시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신? 웬 신?"
"하지만 모리안의 힘까지 흡수하신 당신은.. 육신이 붕괴하고 있긴 하지만 이제 대적자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하하."

시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제야 구겨진 미간이 펴지고, 그는 활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틀렸어. 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려는 것 뿐이야."

신의 힘을 모두 끌어올리자 천천히 무너지던 손끝과 발끝이 무서운 속도로 타들어온다. 경악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바에게 그는 문득 짜증이 치솟았다. 역시 저 애새끼도 죽여버릴 것 그랬나. 저 눈빛 꼴보기 싫어 죽겠네. 마지막으로 얻은 모리안의 힘을 완전히 소진한 순간, 자신을 내버려둔채 세상이 거꾸로 철컥철컥 돌아간다. 시온은 아까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요. 루에리, 내 사랑. 당신을 구할 수 있을 때까지 난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날 경멸해도 좋아요.
날 멸시해도 좋아요.
당신이니까 괜찮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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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쓰면!너무!길어!

그래도 맛간 부분은 열심히 써봤습니다 헤헤



ㅁ맙소사 남캐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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