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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입장
게시물ID : panic_914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올챙이님
추천 : 17
조회수 : 205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11/05 2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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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 사람이 원치 않는 아이들을 가졌다.
나는 가차없이 버려졌고 몸은 망가져 이제 더이상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또다른 그가 나타났다.
그는 망가진 내 몸에 새로운 생명을 주었고 큰 이식수술을 마친 후 나는 기적적으로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 되었다.
 
 따뜻한 봄을 맞이하면서 나는 새로운 생명을 가득 잉태했다. 더 없이 기쁜 봄이었다.
새로운 그는 언제나 다정했고 나의 목마름도 배고픔도 그리고 아픔마저도 모두 해결해주는 또 다른 아버지였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났고 추위가 다가올 무렵 다정한 그가 또 다시 찾아왔다.
아이들 때문에 힘겹지만 바람의 힘을 빌려 작은 손짓으로 그를 향해 반가운 손인사를 건냈다.
 
 "이제 때가 됐구나."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서 아이들을 뺏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에 당황하면서도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았다.
하지만 그는 무정하게도 나의 손을 꺽어가면서 아이들을 데려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떠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렇게 그자리에 뿌리박혀 있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그의 손에 이끌려 차를 타고 나에게서 떠나갔다.
 
 일주일이 흘렀다. 겨울이 다가오며 차가워지는 바람마저도 타는 마음을 식혀주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 앙상해지고 있었다.
멀리서 차 소리가 들려온다.
'찰칵'
그다. 그가 차에서 내린다. 나는 그를향해 앙상해진 손을 뻗어보고자 했으나 움직이지 못했다.
그가 작은 상자를 들고 나에게 다가온다. 상자는 꽤나 무거운 듯 보인다. 그리고 그는 힘겹게 상자의 내용물을 내 근처에 비운다.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돌려 그것을 바라본다.
옷이다. 빨갛게 물든 아이들이 입었던 옷. 그렇게 나는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는 떠나고 없었다. 하지만 그가 왔다 간 것이 꿈이라는 생각따위는 못하게 내 곁에는 아이들의 옷이 널부러져 있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인다. 아주 조금씩...조금씩 아이들의 옷을 향해 다가간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의 옷이라도 품에 품어본다. 아이들의 옷이 그렇게 내게 녹아든다.
차가운 바람이 분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품고 겨울을 맞이한다.
아이들을 꿈꾸며 천천히 잠이든다.
이 잠에서 깨어나면 따뜻한 봄이 찾아 올 것이다.
내 아이들이 찾아올 것이다.
출처 본격적으로 곶감을 생산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시골에 내려와서 감을 따고 곶감생산을 돕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서?! 글을 써봅니다.

시골에서는 할게 없거든요ㅠㅠ. 야간작업이 기다리고 있어 퇴고나 오타 확인은 하지 못했습니다.

오탈자가 있어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감은 여기 사투리로 기염나무라는 아주 작은 감이 달리는 나무를 베어내고 밑둥에 다른 감을 접붙여서 키웁니다. 이 나무에 접 붙인 감나무는

튼튼하고 열매가 많이 열리거든요. 접 붙인 나무가 잘 자라서 열매를 수확하다가 생각한 내용입니다.

원래는 아이의 시점과 농부의 시점도 써보려고 했으나 이걸 쓰다보니 글 쓰기 능력이 모자란걸 알았습니다.

그럼 다시 감을 깎으러 갑니다. 모두들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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