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보고 하는 토론은 기본적으로 상대가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의 교양을 갖춘 존재임을 전제로 한다. 근데 인터넷 댓글 키보드배틀은 기본적으로 상대는 A부터 Z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에 기본 사상이 의심되는 병신으로 전제하고 시작한다.
그래서 댓글로 얘기를 하려면 내용 자체보다도 내가 돈받고 일하는 알바가 아니라든가, 내가 기본적인 상식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란 사실을 증명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터넷 토론보다는 그냥 아는 사람이나 어디 동아리 가서 토론하는 게 수백배는 더 낫다. 모르는 사람과 댓글로 얘기하는 건 감정만 상하고 피곤하다. 자신을 무시하는 상대방에게 조롱과 멸시를 받아가면서 하나하나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같이 욕을 하든가.. 근데 그것도 썩 개운치는 않은 일이다.
가끔 얘기하다보면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왜 낯모르는 사람에게 이새끼 저새끼 무시당하면서 이러고 있어야 하나..
역시 서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하는 토론은 별 가치가 없다는 게 오늘 든 생각이다. 또 시간만 버렸다. 근데 이 놈의 게임은 삶에는 무지하게 해로운데 너무 재밌어서 탈이다. 키보드를 놓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