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에 이혼한 전 와이프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혼자 있는걸 싫어하고, 항상 과거에 대해 좋지않은 기억들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회사생활에 바쁘고 지쳐가는 나를 바람피는 걸로 의심하고 괴롭혔고, 이혼을 요구하다 먼저 바람이 나버렸다.
처가에 내려가서 돈과 기르던 개를 챙겨서 떠나는 나한테 와이프가 악담을 퍼부었다.
"넌 깨끗하냐?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게 네 탓은 전혀 없는 줄 알아? 너도 나 몰래 더러운 짓거리 다 하고 다녔을 거 아냐?"
그 당시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나이트나 클럽은 문전에도 못가본 사람이고, 바람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래서 미쳤다고 그랬다.
와이프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고, 어딘가 이상해 진 것만 같았다.
내가 주말에 한의원에 가기 위해서 전화를 했을 때에도 무슨 여자랑 통화했는지 빨리 진실되게 말하라고 그랬고,
스터디 그룹의 단체 카카오톡방을 보고서도 이거 다 거짓말이고 사실 그 시간에 다른 여자 만나고 있는거 아니냐고 추궁했다.
내 핸드폰 명의는 네 것으로 되어있으니 조회해서 다 뒤져보라고 말했지만, 와이프는 이미 내 말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자그마치 6년이라는 세월을 연애하고 3년을 결혼해서 같이 살았다.
그런데 바람을 핀다니?
이해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고, 조그마한 이유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구석이 없는 그런 말들이었다.
어느덧 이혼한지도 6개월이 지났고, 그때의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지금,
어렴풋이 그때 와이프가 했던 말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와이프는 미친게 아니라,
내가 바람을 피는 것 처럼 보일만큼 외로웠던게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결혼 이후 임신문제, 양가집안 문제, 나의 개인적인 목표와 와이프의 취업 문제 등 다양한 문제로 우리는 다퉜고, 서로간의 말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아마 이혼하기 전 마지막 6개월 정도는 정말 의무감에 같이 지냈는지도 모른다. 혼자서는 잠도 못 잘 정도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 느꼈을 그 감정들을 생각하면 이제는 측은한 생각이 들 뿐이다.
누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위와 같은 점에서 나는 내 잘못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외롭게 지내는 그 사람이 오늘따라 정말 불쌍하게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