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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의 연쇄
게시물ID : sisa_7806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날그감기
추천 : 0
조회수 : 4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07 13: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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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스크린샷 2016-11-07 오후 1.19.07.png

2016년은 그 어느 때 보다 '혐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얼마전 메갈리아 사태같은 경우가 대표적으로 당시 혐오에 관한 여러 담론이 쏟아져나와 온 사회를 달궜다.
'헬조선' 혹은 '지옥불반도' 라는 유행어는 사회혐오 현상에서 비롯된 자조적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과 분노는 그 대상이 막연하다보니 갈 곳 없이 떠돌다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는데 소비되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일어난 한국 사회의 허탈함과 분노, 박근혜에 대한 하야 요구 여론은 이런 혐오의 연장선, 아니, 사회 전반에 대한 불안과 분노의 감정으로 이해 될 수 있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연설문이나 정부문건을 주고 받은 것만으로는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일부 언론과 야당은 난리를 쳤겠지만, 대다수 먹고사는 일이 바쁜 국민들은 드레스덴 연설문이나 미공개 대통령 휴가사진 따위가 최순실 노트북에 있는 것과 개개인의 일상을 연결시켜 분노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이번 일이 전 국민적인 분노를 축적시키고 관심을 모으게 된건 박근혜-최순실 보단, 그 딸, 정유라가 받은 각종 특혜들과 최순실 정유라가 영위한 호화생활이라 생각한다. 흔히 '수저론'에서 사람을 '금수저' 와 '흙수저'로 나눌때도 개인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데, 수저론은 동일한 노력이라도 그 출발선이 다르면 얼마나 결과가 다른가- 에 대한 이야기지, 아무런 노력 없이 가만히 있는데 온 세상을 퍼다가 떠 먹여주는 우주수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정유라는...
이렇게, 어찌보면 세속적으로 모인, 분노와 관심에 기름을 끼얹어 활활 타오르게 한건 검찰의 행동들이었다. 한달이 넘은 늑장 수사. 압수수색한다더니 텅텅빈 상자들. 귀국한 최순실을 공항에서부터 체포해도 모자랄 판에 31시간의 자유시간을 주면서 소재파악도 못하는 무능. 전관 예우의 끝을 보여주는 검찰 출신 인사들에 대한 수사방식 등.

우리는 지금 지옥불반도의 실체를 목도하고 있다. 잘못을 저지르기 너무 쉬운 사회. 정당한 노력이 아닌, 잘못을 잘 저지른 사람들이 출세가도를 달리는 비틀린 사회. 그리고 잘못을 저질러도 벌을 받지 않는 사회.
대중의 분노가 향하는 곳은 박근혜가 아니라 이 나라의 시스템 자체이고, 박근혜는 그 일그러진 시스템의 상징이기에 하야의 외침이 나오고 있는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박근혜 하야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끝낼 결론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를 갈아엎고자 하는 집단적 욕구의 첫걸음으로 봐야한다. 이것이 후세에 혁명으로 남으려면 거기서 시작해 최소한 검찰개혁까지는 가야하는데, 그것이 가능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혐오는 많은 이들을 순간적으로 분노하고 타오르게 하기는 좋지만 지속력을 가지기 힘든 감정이다. 시절이 수상하던 때에는 그 분노의 총량이 폭력적으로 폭발하여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지만,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평화시위의 프레임'안에서는 분노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게다가 정치-언론-재벌들의 전체적인 동맹 양상을 생각해보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사람들은 오히려 일부로 보일 정도라, 거리에 모인 민중의 힘이 제대로 된 균열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이번 시위가 민중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더라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평소 정치 얘기를 한번도 해본적 없는 지인들이 정치 얘기를 하고, 시위와는 평생 거리가 있어 보였던 친구가 기웃기웃이라도 해보겠다며 거리로 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 의의를 느낀다. 결국 사회를 바꾸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건 분노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이라 생각한다.

어디선가 읽고 공감했던 글 중에 하나인데, 당시의 유행어를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그 사회적인 유행어가 '헬조선'이 아닌 '웰빙'이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혐오와 순실의 시대가 아닌, 어떻게하면 더 행복할 수 있나에 대해, 삶의 질에 대해 고민하던 시절이 불과 얼마전에 있었다. 그때 일부 정치인들이 하려던 것이 검찰개혁-언론개혁-재벌규제였다. 그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 실패가 있더라도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도록 지지해줬더라면 어쩌면 오늘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번이, 한번 더 찾아온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당장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지금 모여있는 분노가 식어버리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이어져 조금씩이라도 변해가는 세상을 바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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