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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한국 현대문학에 던집니다 똥을 가장 기쁘게
게시물ID : readers_268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세된양말
추천 : 4
조회수 : 27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1/08 11: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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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겁나 단편의 거의 꽁트인
(2008년 12월 作)

날개

 

이봐요, 내 말을 들어봐요. 나는 최악이야. 그리고 당신도 마찬가지라고. , 아니에요. 당신에게 한 말이 아닙니다. 내가 실언을 했어. 노하지 말아요. 아무튼 나를 비롯한 수많은 것들이 최악이야. 어젯밤의 이야기를 해드리지. ! 이 얼마나 무거운 단어인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군. 그래요, 바로 빌어먹을 어젯밤의 이야기입니다. 내 아가리에 집중하십시오. 난 어제 하루 종일 너무 피곤했어요. 온갖 쇳소리들이 미친 듯이 내 귀로만 몰려들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 그래서 밤이 찾아오자마자 내 호화로운 짚 담요에 드러누웠어요. 그 담요를 당신이 보셔야하는데. 나에게 아주 딱 알맞은 안식처예요. 까칠까칠하고 따갑고, 빈대들도 살고 있고, 심지어 말똥 냄새까지 풍기지. 도대체 어디서 구해왔던건지 원. 하지만 내가 선택한 거예요. 그 안식처에선 도저히 편하게 쉴 수 없었으니까. 얘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샜군. 하여튼 자리에 누웠는데, 온몸이 고철처럼 피로했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더군요. 피로와 졸음은 약간 거리가 있는 것 같아. 아시겠지? 한참을 뒤척이고 있으려니 돌연 겨드랑이가 근질거리더군. 밤에게 눌리면 가끔씩 그렇지. 가끔씩 날개가 삐져나오는 일이 있어요. 하여간에 귀찮은 일입니다. 날개라는 것은 정말로 사람을 귀찮게 해요. 등 뒤에서 끊임없이 바스락 바스락 거치적거리고……. 그래서 돌아누워 버렸죠. 등 밑에 그걸 깔아뭉개고 잘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데 더는 자고 싶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날개가 귀찮다는 겁니다. 날개는 날기 위한 기관이에요. 날개가 돋은 이상 날갯짓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제적인 겁니다. 강압적인 운명 같은 거야. 미친 듯이 근질거리더군. 그 망할 것이 촉각으로 외쳐대는 겁니다. 날아! 날라고!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난 정말 피곤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었지. 그래요, 난 왼 얼굴을 짚 속에 깊이 파묻은 채로, 내 날개로 날아가는그러니까 날갯짓하려는, 아니지, 날갯짓하기 위한 의욕을 갖고 있는 나를 상상했어요. 아니, 아니야. 난 날갯짓하려고 했어. ?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겁니까? 이유는 피로밖에 없어요. 그밖에 또 무슨 이유가 있겠어? 뭐라고? 젠장 아니라니까! 아아, 아니야. 미안해요. 당신이 옳아. 내 고백은 진짜 수치를 가리기 위한 방어기제에 불과해. 결국 난 고백에 대해서도 공상을 하고 있었다 이 말입니다. 어쩔 수 없지. 말했듯이 난 최악이니까. 그래요, 날개는 정말 귀찮아. 그게 돋아버릴 수밖에 없다는 건 비극이에요. 저주라고. 아마 그렇기 때문에 그건 최악인 놈들, 제일 추잡한 놈들에게만 돋는 걸 거예요. 그래서 그 후로 이 빌어먹을 것이 없어지지 않는 걸 테지. 전에는 하룻밤 자고 나면 사라져있었는데. 보시오, 이 우스운 꼬라지를! 불편한 것도 보통 불편한 게 아니야. 어찌되었든 간에 세상은 날개달린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진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싫으면 떼어버리면 되지 않느냐고? 속편한 소리 하시는군. 당신 같이 고상한 사람에겐 이런 추잡한 게 돋을 일도 없다 이거겠지. 아니 비꼬는 게 아닙니다. 정말이라니까. 그래, 아무튼. 이게 도대체 어디에 연결되어있는 건지 잡아당기기라도 할라치면 가슴이 끔찍스럽게 아파요. 질기기는 또 얼마나 질긴지. 멋대로 끊을 게 못됩니다. 그렇다니까, 이건 저주임에 틀림이 없어요. 하여간에, 하여간에 나는 열심히 공상을 했습니다. 날개의 충동질대로 나는 짚더미에서 뛰쳐나가 흥분해서 날갯짓을 하는 거야. 힘줄이고 근육이고 다 끊어져버릴 정도로 맹렬하게. 결국은 혈관이 과열되고 핏줄기들이 튀는 겁니다. 그 열기란! 나는 그 시뻘건 공기 한가운데에서 생명이란 생명은 죄 뿜어내면서 죽어가죠. 당신 태양을 사랑하나요? 그렇다면 공상 속의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나는 핏빛으로 비행할겁니다. 그 열화 같은 꼴은 물론 속인들에겐 추접스럽게 보이겠지. 멍청이들, 그 구역질하는 주둥아리나 틀어막고 있으라지. 그네들이 뭐라 하던 나는 날갯짓을 할 거고, 결국에는 힘이 다해 추락해버리겠죠. 내 육신은 흙바닥에 뒹굴 겁니다. 끈끈하게 굳은 피와 온갖 모래먼지들이 날개에 뒤엉겨 그야말로 길거리에 흉하게 죽어있는 비둘기 시체와 다름없을 테죠. 행인들은 내 시체를 보고 혐오스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릴 것이고, 가끔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병신 같은 것들도 있겠지. 그 장렬한 고깃덩어리는 결국 썩고 흩어져 지저분한 거리와 하나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나는 그걸로 만족해요. 만족하다마다요. 난 환호하고 찬미할겁니다. 미친 듯이 노래 부르고 웃겠죠.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 희열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 하지만, 하지만 나는 여기에 있어요. 나는 어젯밤 뛰쳐나가지 않았어. 날갯짓에 대한 열망에 온몸을 떨면서도 짚더미 안에 머리만 처박고 있었지. 그렇지만 내가 일어났더라면 어땠을까요. 내가 그 자리에서 지푸라기를 털어내고 일어섰더라면! 아니야. 나는 열망하지 못했을 거야.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하더라도 돌아올 길이 멀어지는 게 두려워 금세 바닥을 딛겠지. 그럼 난 도대체 뭘 갈망했단 말입니까! 나는 최악이야. 머저리새끼! 병신 같은 놈! 당신은 이따위 이야기나 들어보겠답시고 거기에 멍청하게 발을 붙이고 있는 거요? 꺼져! 당장 꺼져버려! 빌어먹을 자식! 그렇게 할 일이 없냐! 그래, 침을 뱉어라. 성내고 침을 뱉어! 평생 그렇게 살아라! 헤헤, 꼴같잖은 놈. 가버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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