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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는 이렇게 말했다. "여긴 영화관이 아니라 [데이터 말소] 잖여"
게시물ID : readers_268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세된양말
추천 : 0
조회수 : 32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1/09 18: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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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저가 시를 씊니다! 웜메!... 며칠 전부터 키보드에 어떤 하얀 게 묻어에 있다.
(2016년 10월)

인간 K의 초상


테이블 뒤에 석상처럼 앉아있던 K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일주일동안 잠을 못 잤어. 일주일동안 말이야.
아니 정확히는, 잠을 안 잔거지. 커피와 카페인 알약
으로 일주일동안 나를 깨워놓았어
나는 잠을 잘 자격이 없어. 휴식은 내게 너무 큰 사치야
K는 듣는 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관심도 없다는 듯,
계속 그저 중얼거렸다. <나라고 심리학에
완전한 문외한인 줄 알아?> 거의 들리지도 않게 그는 중얼댔다.
중요한 건 말이야, 거의 강박적인 동작으로, 검지로
테이블을 두들기며 그가 말했다. 결백해지고자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죄책감만 커진다는 거야. 말하자면
모든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말이야. 나는 곧
물 말고는 그 어떤 음식도 위장에 넣지 않게 될 거야
내 의지랑은 상관없는 <내 의지>가 날 그렇게 만들 거야 결국
난 실패한 금욕주의자로 자살하게 되겠지, 아니 자살은……
K는 입을 다물었다. 분명 그는 언어철학의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다
어디로 가든 그는 실패할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을 나왔다. K는
내가 일어나는 것을 눈치 채지도 못했다. 나는 그의 표정에서
희열로 색이 칠해진 고통을 보았다.
밖으로 나오자 태양이 밝았다. 바람은 따뜻했고
하늘에는 아무것도 날지 않았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나 불을 붙이는 건 조금 미뤄두자
K를 위해서. 어찌 됐든 그는 곧 무너지고 말테니.


그리고 K는
그 어떠한 말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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