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처음봤을 때가 생각난다.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던 어두운 밤에 정말 우연히 내 친구들과 함께 있는 널 봤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때가 아직도 선명하다. 그땐 그저 지나가는 인연으로만 생각했는데 어느새 넌 내게 너무도 소중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너의 짧은 문자메시지 하나에 나의 하루 기분이 결정되곤 했다. 작은 연결고리 하나라도 만들어 보고 싶어서 얼마나 애썼는지.
그렇게 넌 나에게 첫사랑이 되어버렸다. 넌 그때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여자에 둔한 나라서 너라면 알고 있었겠지.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렇게 가슴깊이 좋아하고 있단 사실은 너도 모를 것이다. 철저히 숨기고 행동했기 때문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곁에 머물고라도 싶었기에. 지금 너와 난 서로에게 좋은 친구다. 그런데 내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가 않는다. 너라는 사람에게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게 좀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힘들어하는 널 보면 힘이 되어주고 싶고 즐거워하는 널 보면 같이 즐거워하고 싶다. 하지만 난 그럴 수가 없다. 어디까지나 우린 친구니까.
며칠전엔 네가 하루종일 침울해져있는 모습을 보았다. 2년동안 친구로 지내왔지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넌 내 옆에서 몇시간 동안이나 아무말도 없이 조용히 있었다. 난 너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고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고 그럴만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게 너무 슬펐다. 난 그럴 수 없다는 게 친구로밖에 있을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 이젠 지치고 힘들다.
이제 난 이번학기가 끝나고 군대를 간다. 넌 네가 원하던 교환학생이 되었으니 외국으로 갈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다른 2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넌 아마 학교에 없을 것이다. 그게 다행이다. 2년 후에 다시 널 보게 되면 아마 난 다시 너에게 시달릴테니.
그때 쯤이면 넌 학생인 나와는 다르게 사회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너와 나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이 마음을 얘기하려고 한다. 너는 소중한 친구를 잃고 난 너를 잃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너에게 내 마음을 말하는 이유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가까울 때, 앞으로 우리가 멀어지기 전에 이 사실을. 이렇게나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네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넌 정말 소중한 사람이다. 내가 이토록 너를 좋아했으니까. 이 사실을 네가 가끔씩 한번이라도 좋으니, 먼 미래에 나라는 사람이 널 좋아했단 사실 하나만이라도 추억해줬으면 좋겠다. 난 그걸로도 충분하다.
가끔 상상한다. 영화처럼 너도 날 이렇게 생각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둘이 믿고 의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넌 항상 내게 스며들어있다.
널 정말 동경하고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