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에 무슨 옷을 입었는지
다음주까지 제출해야하는것은 무엇인지는
금방 까먹으면서 왜 지난 연애의 기억들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까
해서 쓰는 나의 연애이야기 x 1
첫사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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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콧끝을 시리게 하던 어느날로 기억된다.
당시 고삼으로 올라가던 시점,
다들 길었던 방황과 고민들이 수능이라는 인생의 첫번째 관문으로 들어서던 그때,
친구 여자친구의 친구를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것을 좋아하고 유난히도 도라이짓을 많이했던 나는
그전까지도 많은 여자 친구들을 만나왔지만 말그대로 그냥 이성친구들이였을뿐.
그러나 이친구는
뭐랄까 그때의 느낌을 떠올리자면
우정이란 느낌보다 쉽사리 사랑이라 결정할수 없는 그런 느낌의 친구를 만났다.
나보다도 두살이나 어렸지만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나 성숙했고
함께하면 내가 가지지 못한 안정감을 그녀에게서 느낄수있었다.
나와 같은 예체능이였지만 노래를 전공하던 그녀는
노래방에서 처음 보았다.
흔히 그 또래 여자아이들이 부르던 선곡이였지만 왠지 모르게 빠져들고
나의 작디 작은 용량의 아이리버 mp3 에는 그날 그녀가 불렀던 노래로 가득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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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우리는
매 분, 매 초 핸드폰의 진동은 끊임이 없었고,
다른 또래의 연애처럼 요란했다.
아침일찍 그녀의 학교에 찾아가 반 가득히 a4용지로 우리의 기념사진과 문구를 도배해보기도 하고
운동장 한가운데 서서 그녀이름을 외치기도 했다.
매일매일이 기념일이였고, 담임선생님보다 그녀 학교 수위아저씨 얼굴을 더 많이 본것같다.
'철없는놈들'
딱 맞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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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보고 실기를 준비하기위해 학원에서 하루종일 있을때면
그녀는 늘 저녁시간 맞춰서 도시락을 가져다주고,
가끔은 한시간 일찍 야자를 마치고 학원에 와서 기다려주었다.
모든 입시가 마치고 발표만 기다리던 그때,
결과로 불안해하던 나와
그런 나를 기다리며 불안해 하던 그녀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고 모두의 축하를 받으면서
아마 나는 몰랐나보다 아니 모른척 했나보다.
그녀가 내가 변할것이라며 걱정하는것이 점차 걱정을 넘어서 집착으로 느껴졌고
그런 나는 점점 지치고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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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제와서 변명이 무슨 소용이랴.
아마 새로운 세상과 맞닿는 그 순간부터 내 마음은 변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더욱 더 즐거운 일들.
하지만 그럴수록
아직 어린 소녀와는 나눌수없는 것들이 점차 많아져 갔다.
선배들이랑 있어서..
동기들이랑 있어서..
과제가 많아서..
여분 베터리 두세개는 우스울정도로 동나던 그 전과는 달리
나의 문자함 첫페이지는 전부 학교 사람들이였다.
그녀와 소홀해졋다.
아니 내가 그녀를 소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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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오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길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던 그날 저녁 집앞에 그녀가 있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실루엣을 본 순간부터 울을 터트렸던걸로 기억한다.
왜그랬을까?
막연한 죄책감이였을까? 아니면 단순한 이별의 순간을 직감한 자기방어였을까?
아직도 그때의 감정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녀가 여지껏 우리가 함께했던 사진들을 인화한 포토북을 주면서 고맙다고 말하던 그녀에게
나는 가히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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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기하게도
어언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녀가 불럿던 노래들은 잊혀지지 않는다.
길을 걷다 또는 우연히 그때의 노래를 듣게되면
그때의 향기
계절의 냄새
날것의 기억들
그렇게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