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지금 밤이야. 알지? 나 밤되면 감수성 풍부해지는거. 오늘따라 이상하게 성시경노래만 하루종일 들으면서 도서관에서 공부했어. 니가 정말 잘 불렀던 노래 기억나? 내게 오는길. 피곤하게 내일먹을 도시락까지 다 싸놓고 앉았는데, 노랫소리 빗소리 다 너무 따뜻해서, 갑자기 눈물이 났어. 비만 오면 우리에게 무슨일이 생긴다고 너 그렇게 말했었잖아ㅋㅋ 그 말한마디때문에, 너랑 헤어지고 비만 오면 한동안은 우느라고 눈 퉁퉁 붓고 그랬었는데...
믿을수 있어? 오늘 여기 비가왔어. 날씨가 믿을수없을만큼 포근하고 따뜻했어.. 우리 둘다 아직 어렸던 시절, 이맘때 봄맞이 하러 가자고 늘 그랬었잖아. 아... 이제 몇주만 있으면 따뜻해지겠다... 우리 처음 사귀게 됐던 어느날, 니가 내 손잡고 얼굴 빨개져선 "나 너 좋아해." 아직까지도 생각하면 그냥 웃음이 나와. 그러고 같이 공부하구, 같이 웃고 설레면서 같은 대학교에 오기까지 3년.. 그리고 우리가 헤어진지는 어느새 4년.
있잖아, 나 안다? 너 나랑 헤어지고.. 다른 여자친구 만났고... 그리고 지금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그 여자애 못잊었단것도 알아. 있잖아. 사람들이 남자들은 첫사랑을 가슴에 묻고 못잊는다고 그러잖아.. 여자는 다른 사람을 만나면 잊어도 남잔 그게 아니라고.. 근데. 왜 우리는 그게 반대일까... 왜 너는 날 깨끗이 잊었는데 왜 나는 아직도 니가 보고싶을까.. 왜 아직도 니 기억에 잠도 못자고 처량맞게 울고있을까.
남들은 군대가면, 괜히 첫사랑한테 연락하고, 지저분하게라도 군다던데. 넌 어떻게 끝까지... 그마저도 안하냐.ㅋㅋ 야! 니가 너무 좋은 사람이었어서 너 이후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못열겠어..
있잖아,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너 진짜 좋은사람이라구.
오늘 너무 속상한일이 있었어. 너 정말로. 지금 널 보험으로 생각하고 있단 그 애에게 매달리기엔, 너 너무 괜찮은 남자야. 나한테 오라고 안해 멍청아. 그냥, 그애는 아니야, 니가 매달린다고 동네방네. 그렇게 떠들고 다니면서 니 꼴 우습게 만드는 정말 너무 발칙한 애라고.. 바보야. 어떻게 니가 돌아올때까지 다른남자 만나면서 엔조이하겠다는 애한테 꼴사납게매달리고있냐구... 다른사람들 입에서, 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널 병신이라고 불러대는 어린 기집애는, 너처럼 맑은 사람 만날자격이 없어..
기왕 만날거면 좋은 여자나 만나지... 왜 매번 쓰레기같은애들만 만나서 이렇게 사람 억장을 무너트려.. 부탁이야. 제대하고 돌아와도, 제발 그애한텐 가지마. 아직까지도 널 잊은척 못잊은 나한테 조금이라도 배려를 해줄수 있다면, 다음번엔 좋은여자만나구, 학점관리 잘해서 4년제로 졸업하구... 제발 망가지지마. 마약도 하지말구, 제발 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누군가한텐 넌 아직까지도 소중한 사람이니까... ㅋㅋ 나 매번 너한테 아줌마처럼 잔소리한다구 니가 그거에 지쳐 헤어진건데, 또 이러고있다... 난 어쩔수없나봐...ㅋㅋ
보내지도 못할편지가 이렇게 길어졌네. 이러고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오늘보다 슬프지않았으면 좋겠다... 군생활 조심히 하구, 어떤 멍청한 여자가 아직도 널 생각하면 웃으면서 울만큼 너 되게 괜찮은 사람이란거 기억해. 넌 그런 가치가 있는 남자니까, 널 깎아먹는 행동으로 망가지지마. 알았지?
있잖아, 너한테 보낸 쪽지들. 나 되게 용기내서 몇번씩이나 읽어보고 보낸거다? 최대한 너 잊은듯이, 그냥 친구인듯이. 넌 이번에도 날 꿰뚫어봤을까?..ㅋㅋ 나한테 넌 최고의 남자야. 그냥 그걸 잊지마, 넌 진짜진짜 괜찮은 사람으로 어떤사람들에겐 아직까지도 기억되고있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