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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학생의 대학원 찾는 방법. 그리고 랩돌이의 이야기.
게시물ID : science_614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파베타
추천 : 5
조회수 : 100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1/10 12: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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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등학교때 열심히 오유를 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하지 않고 있다가 새롭게 아이디를 만들어서 다시 활동을 하고 있는 알파베타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대학원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저와 같은 일들이 여러분들에게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 또한 대학원을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서 이 글을 읽는 대학교 학부생들이 준비해야 하는 일련의 일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누구나 다 아는 서울의 평범한 4년제 대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공계 학과이고, 학과 자체가 워낙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이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 가기를 꺼려하는 점이 없잖아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현재 3차, 더 나아가서는 4차 산업이 등장한다고는 하지만, 2차 산업 자체에 다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다수의 기업에 잘 입사를 하다보니, 많은 친구들은 대학원은 마치 다른 나라 얘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학부 수준에서 배우는 영역 내에서 좋아하는 파트를 집중적으로 탐구해 보고자 하는 의욕이 있기에, 군대도 빼고(4급이라 영어시험 없이 전문 연구요원으로 대체가 가능하더랍니다. 혹시 이공계이시면서 4급이신 분들은 참고하세여), 전문성도 갖추는 일석이조의 미래를 꿈꾸며, 미래에 벌어질 졋같은 미래를 미처 내다보지 못하고 그렇게 올해 3학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당시 교수님께 대학원생이 없었지만, 상당히 열정적이신 분이라는 것에 임펙트를 받았기에, 저는 뭐 다른 고민 없이 교수님께 가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교수님 제가 대학원을 준비하고자 지금부터 학부 연구생으로서 트레이닝을 하고자 합니다. 대학원은 자대 대학원을 갈겁니다." 그러자 반백에 가까운 교수님께서 저에게 학점을 비롯한 몇가지 질문을 하셔서 저는 학점이 낮고 대학원은 석박 모두를 진행하도록 한다는 저의 계획을 말씀드리고 교수님께서는 웃으시며 알겠다고. 그렇게 하라며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임용 되신지 얼마 안되셨고, 실험실에 장비가 몇 개 없으셨던 분이기에, 안그래도 연구실을 다시 꾸미려고 하셨었나 봅니다. 3개월 가까이 무상 육체노동을 했습니다. 청소부터 시작해서 80년대 장비 소프트웨어 복구, 그리고 새로운 장비가 몇개 들어오면, 장비 재배치 하고 다시 청소하고 실험하고. 그게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학벌 욕심은 더이상 없었고, 이 분야에서 박사까지 해본다는 의지 하나로 버텼습니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 워낙 깊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전 9시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하면 정말 빨리 퇴근하는 것이었습니다. 실험 데이터 뽑기 위해서 학부 수업 중간에 몰래 나와서 실험을 다시 진행하곤 했습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매주 화요일 진행하는 연구실 회의(랩미팅)때 욕을 하도 많이 먹기 때문이죠. 일도 많았고 악착같이 했습니다. 덕분에 오랬동안 사랑하던 사람도 이 시기에 헤어졌습니다. (주말이요? 그게 뭐죠?)
 
여름이 되었습니다. 방학이 얼마 안남았을때 제 모습을 보고 알고 지내던 친구 셋이 연구생으로 들어왔습니다. 대학원 고민하던 찰나에 얼굴이라도 아는 친구가 연구실에 있게되니 한번 경험차 온 것 같았습니다. 다들 학점도 정말(4.0/4.5 이상) 좋은 친구들이었고, 같이 일하게 되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네. 처음만 좋았습니다. 방학때 그 친구들이 연구와 관련해서 모르는 것들을 모두 알려주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시켜서도 그렇고, 친구들이 워낙 많이 도와달라고 해서 저는 있는 힘껏 도와주었습니다. 거기까지 저는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도 하고 친구들 일하는거 알려주다 보니 방학이 끝나있더라고요. 휴가요? 그게 뭐죠? 바닷가가 어떻게 생겼는지 까먹었어요.
 
그렇게 여름이 끝나고 6학기(3학년 2학기)가 시작되면서, 제가 일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공강시간은 그 친구들이 만들어 놓은 샘플 데이터를 찍게 되었고, 친구들이 그 데이터를 가지고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고맙다는말 한번 안듣고 이렇게 일하다 보니 아 나도 개 돼지가 되어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 도와주고 남는 시간에 일했기에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혼나기도 많이 혼났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 때문이죠. 100%를 하라고 하시면 120%를 합니다. 하지만 왜 150%를 하지 않으셨냐고 뭐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요? 더 열심히 해야죠. 퇴근이요? 저녁 10시에 가까스로 합니다. 경비 아저씨가 처음에는 잔류 인원에 이름 적으시더니 이제는 아주 자동이 되었어요.
 
그렇게 일하다보니 일이 몸에 익었습니다.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며, 올해 추석때 한번 고향에 내려가서 정말 죄송하지만, 외국에 몇년 살다와서 영어로 읽고 말하고 쓰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적응하는게 그나마 빨랐다고, 외국에서 제가 잘 배운 것 같다고 부모님께 감사 인사도 드리고 일도 잘 하게 되어서 스스로에게 큰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문제가 터졌습니다.
 
교수님 왈 "**아, 아무래도 네가 학점이 낮아서 대학원에 오면 안될 것 같아. 아무래도 네가 우리 연구실에서 박사까지 나왔는데 학부 성적이 낮아서 좋은 회사도 못들어가면 좀 그래. 몇년 더 다녀서 성적을 올리던지 그만 두던지 해라." 라고 하셨습니다. 학부 성적이 낮으면 사람이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고, 왜 처음에는 나를 받아주시더니, 학점 좋은 애들 연구실에 새로 들어와서 다 가르쳐 놓았더니 이제 와서 나가라고 한다고?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살할뻔 했습니다. 3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부모님 얼굴 생각나서 안죽은 것 같습니다. 2점대 중-후반 성적이지만 열심히 지금까지 일한것이 있기에, 대학원을 당연히 가서 하고싶은것 지금처럼 하게될 줄 알았습니다. 방학도 없었습니다. 일하느라 학점은 더 낮아졌습니다. 저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연구실 출근도 안했습니다. 교수님께서 전화가 와서 왜 안나오냐고 합니다. 몸이 안좋다고 했습니다. 전화기를 끄고 욕 한마디가 나오더군요. "꼬부기 불알만한 새끼..." 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일주일 넘는 시간이 지나고, 교수님께 가서 그만 둔다고 이야기 했고, 그렇게 저의 1년 가까운 연구생활은 막을 내렸습니다.
 
저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많을 것이고, 저보다 더한 일을 겪은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저는 저의 사례를 알려드려 여러분들이 옳은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원을 준비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찾는 것이고, 가능하다면 학부 3/4학년때 연구생을 해보아서 이 분야가 진짜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는 지인은 연구생 해보시고 나서, 의대 간다고 수능시험 보러가신 케이스도 있기에, 저는 경험의 중요성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또한 연구실의 형편도 중요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연구실에 들어가면 실험도 제대로 못해보고 학부 연구생 시간이 날아갑니다. 따라서 석박-포닥 모두가 있는 구성원 10명내외, 또는 그 이상의 연구실에 연구생으로 들어가서 경험해보고 대학원을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알면서 왜 그렇게 안했냐고요? 에이.... 설마 설마 하다가 망한거죠 뭐;;.... 아,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해당 연구실에서 나오는 논문의 IF(임펙트 팩터)나 논문의 양과 방향성을 보는 것도 저는 아주 강하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아 학벌이요? 여기는 제가 확답을 해드릴수는 없습니다. 좋은 학교의 대학원은 갈수록 더 좋습니다만, 좋은 대학원(SPK) 가서 스스로 입지도 못 다지고 논문 제대로 못쓸바에는 자대 대학원 가는게 나을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고 개인의 의견이 워낙 다양하기에 스스로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높은 수준의 대학원에는 학부 대학교에 따른 차별이 있니 없니 따돌림 있니 없니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들은 말들이 많긴 하지만 저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연구실마다 다르기 때문에 제가 보편적으로 어떻다라고 말씀드리기 어렵기 때문이죠. 학점(평점)에 대해서도 생략하겠습니다. 잘 받을수록 좋습니다. 잘못하면 여러분 저처럼 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의 과학계, 그리고 이-공학 발전과 R&D에 꽃이 피기를 희망하면서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아. 저는 이제 그만두고 뭐하냐고요? 걱정 마세요. 다음달부터 다른 연구실 출근 할거니까요... 허허허;;;
출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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