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만났던 친구중 한명이 카페인에 민감한지
오후에 커피, 카페인이 많이 들어간 차, 음료를 마시면 잠에 들지 못했었어요.
심장이 빨리뛰고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그랬었거든요.
데이트는 보통 주말에 그 친구 동네로 찾아가 커피 한잔하고 할일을 찬찬히 정한 후에
다른 장소로 옮겨 밥을 먹고 데이트를 하다가 집으로 바래다 주는거였죠.
그런데 어느날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자고 하더군요.
손을 잡고 근처에 자주가던 커피집으로 가서 전 늘 먹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그 친구 얼굴을 쳐다봤죠.
'나도 아메리카노'
'진짜?'
'응!'
약간은 놀랐지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테이블로 돌아갔습니다.
북카페처럼 책이 몇권 있어서 서로 맘에 드는 책을 하나씩 꺼내들고 책을 읽기 시작했죠.
그 친구가 커피를 한모금 한모금 마실때마다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더군요.
괜한 걱정 있잖아요? 잠 못잘텐데 어쩌나... 하는.
그러다가 제가 힐끔 쳐다보는걸 눈치챘는지
'내가 그렇게 이뻐?'
'응, 어~엄청'
'알아.'
하곤 새침하게 웃고 책을 다시 보더라구요. 저도 한번 피식 웃고는 책을 읽었죠.
그렇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책을 반권정도 읽을 시간이 지나서 자리에서 일어났죠.
'오빠, 나 심장 엄청 빨리 뛴다. 이거봐'
하면서 제 손을 자기 가슴팍에 가져다 대더라구요.
엄청 빠르게 뛰는 심장을 느끼며 말했죠.
'오늘도 잠 못자는거 아니야?'
한번 배시시 웃고는 말하대요.
'오빠 때문에 뛰는거야'
그날이 그 친구를 사랑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뭐, 과거형이니까, 너그러이 봐주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