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는 대학교 가면 달라질 거란 기대감에 죽지 않았고



대학교 들어가서는 여태껏 노력한 시간과 수백의 레슨비가 아까워서 죽지 못했고



23살 때는 비싼 돈 주고 늦게 시작한 치아교정기 때문에 죽지 못했고



교정기를 푼 뒤에는 굉장한 우울증이 왔는데 너무 깊고 무거워서 일년 내내 침대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오랫동안 휴학했던 덕분에 이제 졸업을 위한 복학 때문에 이번 일년간은 죽지 못한다




죽더라도 수백의 등록금을 떠올리며 졸업장을 안고 가야지



-너는 정말로 죽고 싶은 게 아니야- 



일년 후에는 이렇다할 이유가 없는데 나도 모르게 갑자기 죽으면 어떡하지